고양이 유언

by 송나영

눈을 뗄 수가 없다. 동글동글하고 투명한 눈망울을 꼭 맞추고 온 힘을 다해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는 한참을 얘기했다. 나와 사는 동안 이렇게 긴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인디는 한순간에 훅 목을 옆으로 떨구고 그대로 숨을 거뒀다. TV에서 본 것처럼 마지막 말을 하고 떠났다. 2015년 11월 18일 새벽 2시 45분에 우리 집 고양이 인디는 세상을 떠났다. 그 간절한 마지막 말이 무엇이었까? 숨 쉬기조차 힘겨워하던 고양이가 갑자기 다 나은 것처럼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전하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늘 궁금하다.

사춘기 아들에게 동물을 키워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고양이를 원했다. 러시안블루 종인 아기 고양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우리 집에 왔다. 아들이 좋아하는 유튜버의 고양이가 인디라고 이름을 인디라고 지었다. 친한 동생은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샀다고 무척 화를 냈다. 생명을 사고 판다는 게 말이 되냐고 흥분했지만 나는 생명을 샀다는 가벼움보다 품종을 골랐다는 만족감에 취해 있었다.

인디는 아무한테나 안겼다. 사람만 보면 어찌나 반가워하고 잘 안기는지 얘가 고양이가 맞나 싶었다. 밥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해 주는 건 아들이 아니라 내 몫이 됐다. 분명 고양이를 키우기로 하면서 아들에게 양육은 네 책임이라고 확실히 약속했건만 고양이 치다꺼리까지 하게 된 것이다. 동물을 키워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몰랐다. 인디는 식탐이 많았다. 당최 내가 무얼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 너도 먹고 싶겠지. 과자라도 먹으려면 고양이 간식을 대령해야 했다. 입 짧은 아들과 달리 인디 간식비로 쏠쏠히 나갔다. 바빠서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안 해놓으면 인디는 보란 듯이 모래로 덮지도 않고 자기 똥 보라고 펼쳐놨다. 야무지게 숨겨놓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처음에는 아들과 함께 자더니 어느 날부턴 내 옆에서 잠을 잤다. 처음에는 내 머리 뒤통수에 꾹꾹이를 했다.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발치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인디는 내가 들어오는 순간 대문 앞으로 뛰어나온다. 아들과 달리 이 놈은 대문도 열리기 전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반겨준다. 자다가도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현관으로 기어 나온다. 나를 반기는 인디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 마음이 울적한 날에 받았던 선물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따라 우울했던 나는 멍하니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었다. 가만히 다가온 인디는 조용히 눈을 맞췄다. 고양이한테 내 마음을 그대로 읽힌 것만 같았다. 아무 말없이 지켜보는 위로는 그대로 녹아내렸다. 사춘기 아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고양이를 키운 것인데 내가 위로를 받았다. 말없는 위로는 받아본 사람은 안다. 어쭙잖은 위로와 위로를 한답시고 자신의 타령을 늘어놓는 말과 인생코치까지 듣다 보면 그 선 넘는 모습에 말한 걸 후회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인디는 맑은 눈망울로 슬며시 나를 올려다보고 살그머니 발을 내 팔에 올렸다. 그 순간은 가볍고 묵직하게 나를 안아줬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는 안 울었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느라 잠시 남의 손에 맡긴 적이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며칠 못 본 인디는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난 후부터 인디가 눈곱이 많이 껴서 이상했다. 고양이 복막염이라고 했다. 불치병이란 말이 믿기지 않아 검색을 했더니 길어야 한 달이라고 했다. 병원에 맡기고 다음날 찾아갔는데 인디가 나를 보고 얼마나 반기는지 고양이를 키운다는 예쁘장한 수의사선생님이 울컥하셨다. 하루 입원하고 다음 날 치료 하러 갔는데 해줄 게 없다고 데려가란다. 그 말 뜻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인디는 급속히 나빠졌다. 잠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빨래를 널려고 베란다로 나오면 인디는 몸을 질질 끌고 따라 나왔다. 하루 종일 인디 곁을 지켰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너무 무식했다. 아기 고양이를 자주 씻기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데 한여름에 싫다는 애를 붙들고 기를 쓰고 씻겼다. 그것도 자주. 인디가 가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알았다. 사료 말고 먹이지 말라는 데도 안쓰러운 마음에 생선도 삶아주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이거 저거 먹였다. 자식을 키울 때도 제대로 배우지 않고 막 키우더니 고양이를 키울 때도 막 키우는 바람에 그렇게 일찍 보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불한당이라 했다. 애를 위험 속에 노출시킨다고 했다. 우악스러운 엄마 탓에 아들도 인디도 고생을 많이 했다.

차마 고양이 유언을 같이 듣자고 아들을 깨울 수가 없었다. 인디가 떠난 새벽 우리 모자는 밤새도록 울었다. 아들을 달래려고 고양이 다시 키우자고 했더니 다시는 안 키운단다. 아들은 인디한테 너무 미안해했다. 자기가 숙제한다고 공부한다고 자꾸 귀찮게 한다고 놀아주지 못한 것에 많이 미안해했다. 꾹꾹이 할 때 들려주는 가르랑 소리를 많이 그리워했다. 오래도록 슬픔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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