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by 송나영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꼭 일 못하는 사람들이 말이 많고 탈도 많다. 일 잘하는 사람은 제 앞가림에 바빠 입 다물고 묵묵히 일한다.

요즘 세상이 달라졌구나 싶다. 각 수업마다 부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선생의 수업 준비를 도운단다. 어떤 학교는 국어부장, 영어부장 등등 각 과목 부장 아이들이 수업 시간 전에 담당 선생의 수업자료를 모두 교실에 갖다 놔야 한단다. 심지어 어떤 선생은 자기가 마시던 커피까지 교실로 가져가라고 심부름을 시킨다고 했다. 자기는 몸만 달랑 수업하러 온다는 얘기를 전하는 아이가 불만이 많았다. 출석부에 프린트, 그리고 노트북까지 잔뜩 들었는데 엘리베이터는 탈 수 없다고 했다. 수업 전에 너무 바쁘단다. 그럼에도 지원하는 애들이 많았다는데 괜히 부장 했다고 투덜거리면서 후회를 했다. 생기부 한 줄을 위해 아이들은 열심히 경쟁하며 노력한다.

물론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다른 학교를 다니는 아이한테 물어보니 그런 샘들은 없단다. 선생님들이 어쩌다 짐이 많으면 부탁을 하고 끌차를 쓸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도 된다고 했다. 선생님들 분위기가 확 달랐다. 선생님들이 불필요한 실력 행사를 하지 않으니 학교 분위기가 훨씬 자유로웠다. 수업 전에 자기를 데리러 오라는 선생도 없고 수업을 열심히 하시는 선생들이 많아서 아이는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있었다.

왜 수업 시간에 딴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아니 쓸데없는 소리만 잔뜩 하길래 그냥 엎드려 잤지요. 잔다고 혼이 난 아이가 오히려 짜증을 냈다. 수업 시간을 거의 자기 얘기로 채우는 선생에 대해 볼멘소리로 투덜거렸다. 한 학교는 역사선생이 졸지에 사회과목을 담당하게 됐는데 잘 모른다고 아이들에게 이실직고를 했다. 그 선생은 수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수업시간마다 검색하기 바빴고 아이들한테 물어보곤 했다. 그리고 너무 미안해했다. 그 말을 전한 아이는 사회 선생이 아이들한테 너무 무시당한다며 그를 불쌍히 여겼다. 자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무시를 당하기 일쑤이다.

예전에 지구과학 선생을 무시했었다. 광산 회사에 다니다 갑자기 지구과학 선생이 돼 정말 형편없이 가르쳤었다. 교과서를 그대로 읽는 수준이라 차라리 혼자 공부하는 게 나았다. 당당하다 못해 뻔뻔했던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에 대한 저항으로 참고서를 대놓고 펴놓았다. 내 모습에 화가 난 선생은 한 시간 내내 나하고 기싸움을 벌였다. 자습서를 집어넣으라고 했지만 나는 결코 넣지 않았다. 어차피 들으나 마나 한 수업에 지친 끝에 선생을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한 거였다. 새로운 직업을 선택했던 그 선생이 얼마나 민망했을까? 수업을 잘 못해서 고민도 많았을 텐데 말이다. 이제는 그 선생 입장도 이해하지만 사춘기에 반항이 가득했던 나는 지구과학 선생한테 참 못되게 굴었었다.

아들 친구는 다른 아이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는 정보선생과 눈이 마주쳤다가 졸지에 정보부장이 돼서 한 학기 내내 불만에 시달렸었다. 컴퓨터를 잘 못 다루는 아이들까지 가르치라고 시켜서 미칠 지경이라고 입에 거품을 물면서 얘기하곤 했었다. 컴공 쪽으로 진로를 선택했던 그 아이는 정보선생과의 갈등으로 반년을 투덜이로 지냈다. 고3 시절 힘들어했던 아이는 결국 재수를 했다.

가끔씩 아이들이 '너네 아버지 뭐 하시노' 같은 구닥다리 선생 같은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학교라는 사회가 참 치열한 곳이다. 대입을 위해서 생기부에 한 줄이라도 더 나은 글이 적히길 바라는 아이들 기싸움도 치열하다. 경쟁이 나쁜 건 아닌데 쓸데없는 것까지 경쟁을 벌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게다가 순한 아이들은 치이게 마련이다. 빠릿빠릿한 아이들에 밀려서 생기부에 뭐가 적혀야 하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어리바리하게 학교생활을 마치기도 한다. 교권을 말하기 이전에 열심히 자신의 의무를 다 하는 선생들한테 아이들은 존경을 보낸다. 학생을 위하는 교사가 많은 분위기가 좋은 곳에서는 경쟁을 해도 즐겁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하고 꼰대짓이 만연한 분위기에서는 좋은 모습이 점점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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