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수다는 오래도록 쓸모없는 말로 취급돼 왔다. 말이 길고, 반복되고, 결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남성의 대화는 목적이 분명하고 생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어쩌면 이 차이는 말의 질이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은 대개 큰 사건에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연결이 끊길 것 같은 예감, 정보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상태,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서 생긴다. 답이 오지 않는 메시지, 이유 없는 침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이때 인간의 뇌는 공백을 견디지 못하고 상상으로 그 자리를 메운다. 대개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 관점에서 보면, 여성들의 수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말이 아니다. 결론이 없어도 괜찮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돼도 된다. 중요한 것은 말이 계속 오가고 있다는 사실, 연결이 유지되고 있다는 감각이다. 수다는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반면 남성의 대화는 단절을 전제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지. 결론을 찾으려는 대화는 이미 끊어졌다고 느낀 지점을 다시 잇기 위한 시도다.
그래서 두 방식은 자주 엇갈린다. 한쪽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내려 하느냐고 묻고, 다른 쪽은 왜 결론 없이 계속 말하느냐고 답답해한다. 하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다루고 있는 불안의 단계가 다를 뿐이다.
결국 우리는 같은 것을 두려워한다.
사건이 아니라, 끊어짐을.
누군가는 말로 흐름을 지키고, 누군가는 결론으로 연결을 복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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