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해 보이지 않기
'착하지만 만만해 보이지 않는 법'이 고민되는 요즘이다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가 임기응변에 강하다
원칙을 지키며 일하기를 좋아하는 편인 나는
요새 흔히들 말하는 내로남불,
비슷한 상황에서 '나는 되는데 너는 안돼'식의 행동을
자주 목격한다
요즘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거다
오늘도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그의 임기응변력에
한 대 맞은듯한 상황이 있었다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뭔지 모를 찜찜한 느낌은 있는데, '어? 어? 하다가'
상황 끝나면
그에게 유리하게 되어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뭔가를 손해 보고 그는 이익'을 보는 것이다
몸은 퇴근해 집에 왔는데
기분 나쁜 회사에서의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요즘 살이 불어서
저녁을 조심하고 있는데, 내 의지보다 스트레스가 커져
단짠의 대명사인 허니치킨을 시켰다
"엄마 다이어트 한다며"
"어, 기분이 우울해서 치킨 시켰어"
한참 사춘기의 38선을 넘나드는 딸은
갱년기 엄마 마음에 고단함을 헤아릴 여유는 따위는 없다
극 T 성향의 남편이 F인 내 눈치를 살피며
치킨을 몇 조각 먹더니, 자리에서 일어선다
"우울해서 빵 샀어, 아니 우울해서 치킨 시켰는데..."
내 허전함과는 상관없이
듣는 이 없는 없는 말이 힘없이 허공에서 흩어진다
한숨을 내뱉으려 하다가
퇴근 즈음
도착한 친구의 톡이 떠올랐다
"경비실에 맡겨둔 거 있으니까 찾아가"
음식솜씨가 좋은 봄이 는
간혹, 반찬을 여유 있게 만들어 나눌 때가 있다
'그래, 내일 반찬 걱정은 덜겠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이마음 님 맞으시죠?"
경비 아저씨는 친구가 준 '마음노트'라고 쓰여있는
책을 먼저 내미시더니
꽃바구니를 좁은 창 사이로 내주려 하신다
"네? 아니에요. 제가 문쪽으로 가서 받을게요"
반찬이 아닌 꽃을 주시려는 모습에
잠시 눈을 의심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갈 거 아니었나?'
꽃바구니를 받고 놀라서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친구는 회사 동아리에서 만든 거라고 한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녀석인지라,
"뭐야, 뭐야 지인들 룰렛 돌려서 내가 나온 거야?
아님 주변 정리하는 거야? 혹시 무슨 일 있어?"
놀란 마음에 아무 말 내뱉기 시전을 한다
"아니야, 지난주에도 꽃바구니 만들기 했거든,
이번에는 너를 생각하며 만든 거야" 말한다
조금도 예상 못했던 상황에 놀란 나는
봄이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우와, 남편에게도 못 받아본 꽃바구니인데,
어버이날 부모님께 드리면 드렸던'
몇 년 만에 꽃을 받은 건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 그래, 몇 년 전 봄이랑 같이 다니던 회사를 나올 때,
그녀에게 받았던 커다란 꽃다발 같은 화분이 있었구나'
'맞네 받았었다. 같은 사람에게서'
낯설고 어색했지만, 거실 탁자 위 화분 옆에 머물렀다
눈이 계속 꽃을 향했다
'아, 나도 꽃을 좋아하는 여자였구나...'
우울해서 치킨은 시켰지만,
눈부시게 예쁜 꽃바구니도 받았네
아직까지
소녀스러움을 간직한 소중한 이에게
내가 가진 보물이 비교할 수 없이 큰데
까짓 거 작은 어려움 즘이야...
'만만하지 않은 내가 돼 보자!'
책 읽으며 공부하고 연습해 보기!
'애매하게 마무리된 일'이 지나고 난 후에도
'다시 그 일을 거론'할 수 있는 평점심,
강인함까지 키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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