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물 1

신비로운 집

by 마음산책

작년 일이었다


같은 과 친구들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소식통 미진이 전화

"마음아, 지연이 어머니께서 암 판정을 받으셨데. 알고 있었어?"

"그래? 아니. 머 어떻게 해... 연락 온 거 없었데"

"너는 알고 있을 줄 알았지"

"걔가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는 편이잖아. 그 일도 물어볼 겸 오랜만에 연락해 봐야겠다"




지연이는 대학교 2학년 때 어려운 일을 겪었다

수업에 들어오신 교수님께서

"같은 과 학우가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해요"라고 하셨다


의 힘든 일 눈감지 못하는 나는,

학과에 공지사항이 있거나 요한 일이 있을 것 같은 때, 지연이를 챙겨주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게 그녀와 가까워졌다


30년 전이었으니

지금처럼 외국에 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어느 날 지연이는 "마음아 나 미국에 갔다 왔어"라고 하면서

두 치수즘 커 보이는 큼지막한 반팔 티를 밀었다


'아빠한테 드려야 되나...'싶었지만

비행기 타고 날아어가 가득 쓰여있는 티부러움이 담긴 눈으로 받았다

"와, 고마워. 미국에 갔었어? 너무 좋았겠다!"


때때로

생일이 아닌 데도 선물을 가져오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짐짓 아닌 척 자기가 착용하고 있었다

뭔지 모르는 어색한 몸짓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독심술을 익힌 것도 아니니

'뭐 독특한 석이니까...' 정도로 여겼다


"에이, 뭐야? 이거 네 건데 아직도 눈치 못 챘어?"라고 말하고는

일 메고 다니던 가방을 주고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에 탔다

돌아보면 내가 가정형편이 녹록지 않다는 걸, 구들에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독특하고 특이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

'뭐 그럴 수도 있지' 그 아이의 매력정도로 여겼다

그리고 자주 어울렸다


무언지 잘 모르는 '부티가

사랑받은 아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사는듯한 그녀에 대해

사람들도 궁금해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그녀의 베일을 잠시 들춰 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3학년 때 같이 전공수업을 들을 때였다


친한 사이였으니 연히 같은 그룹데,

그룹별로 과제를 해서 제출해야 했다


당시에는

개인 컴퓨터가 흔치 않

학교 인터넷 카페나 pc방에서 리포트를 했다


"지연아 네 방에 컴퓨터 있다고 했었지?!

네 집에 가서 리포트 쓰고, 내일 학교올 때 같이 버스 타고 오는 건 어때?"

"그래?! 음... 엄마한테 전화해 보고 알려줄게"


그렇게

지연이와 함께 분당의 신비한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에 를 수 있었다


그날이 지연이네 집에 간 첫날이었고 마지막날이었다


지연이네 집은 전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꽤 넓은 평수의 아파트였다


할머니께서 같이 살고 계셨

막연하게 상했던 대로,

다복하고 유복한...

복이 겹겹이 둘러싸인 가정에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막내딸이었다




학과 선배

"너 지연이네 다녀왔다며, 게네집 부자지?"

라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게요, 운동장 같이 넓요! 화장실 가는데 너무 멀어서 뛰어갔었어요! "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참으로 '나이에 어울리 내음나는 말'이었다


그날 한번 뵈었던 어머니는 흡사 이영애 떠오르게 하는 분이셨다

여유가 느껴지는 분위기의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는 동안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기품이 느껴졌다

간호사 일을 하고 계셔서 더욱 그렇게 느 것 같다


아마도 지연이는 "내가 힘들 때 마음이가 챙겨줬어"라고 나 보다

어머니는 나에게, 아주 잘 아는 사람인 듯

참으로 따뜻 대해주셨다


강아지를 키우는 집역시 흔치 않았는데...


그... 주먹보다 조금 큰 녀석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면 눈을 번득이며 짖댔다


아무렇지 않은 듯

목에 줄이 없는 강아지가 안에 살고 있는 어색함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

여라도 주무시는 부모님이 깨실까

강아지 눈치를 살피며 살금살금어갔다


모든 것들이

나의 그것과는 다른 비스러운 곳이었다


화장실에는

발에 많은 자극 주는 지압슬리퍼가 있었다

지금은 흔해진 슬리퍼인데 그때 처음 보았다


그걸 어설프게 신어보고 "지연아 슬리퍼가 너무 아파서 못 신겠어"라고 했었나 보다

말하고 나서 까맣게 잊고 생각도 나지 않는데...


나중에 시간이 흘러

어머니는 마음이가 왔을 때, "지압신발이 아팠다고 잖아?"

는 말씀을 지연이에게 하셨다


어머니, 지연이 그리고 할머니

아버지 언니까지 5명의 다복한 식구와의

하룻밤의 만남이 그렇게 지갔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대학을 다던 나


그 반대편의 신비로운 지연이네 집은

기억의 켠에 고운 빛 띠며 정하게 개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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