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 아르바이트 이야기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비용,
특히 교육비의 부담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무게를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놓은 만큼
아이들과 더 많은 것들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부족한듯해서 더 귀했고 충분히 행복했다
'자유의 크기와 급여가 비례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특별한 기술이 없다면, 투자한 시간과 비례하는 듯하다
남매가 쑥쑥 커가니,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옆에 있어주기보다 금전적으로 도울 때가 왔다' 싶었다
십여 년을 외벌이로 성실하게 일해온 남편의 짐을 나눌 때가 온 거다
시작은 누구에게나 조심스럽기에, 비교적 마음이 편안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았다
구인어플을 살피던 중에 '아파트 소독원을 구한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우리 집에도 자주 방문하는 소독원이네?!'
문을 열어주면 소독액을 뿌리고, 사인을 받아 나가는 모습을 보아왔기에 친숙하게 느껴졌다
글을 보니 어떤 일인지 궁금해졌다
왠지 모르게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사람을 좋아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재미있을 것도 같았다
'해보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나오자!'
고민은 짧게?! 부딪히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된다
'지원한다고 다 뽑아 주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에도 호기롭게 도전! 을 외쳤다
소독일은 처음이었지만,
'다른 일들을 했었다'라고 말하니
감사하게도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며칠 뒤
아침 8시, 물빛마루 아파트 관리실에 모였다
50대 중반정도 돼 보이는 밝은 인상의 팀장님이 인사를 하신다
5명의 팀원 각자에게 배당된 작업양으로 40층 아파트 2개 동이었다
먼저,
가장 높은 층에 방문해서
아래층으로, 한 층 씩 계단으로 내려오면서
5시간 동안 160군데의 집을 소독해야 한다
삼복더위에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
몇 분이 안되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벨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고
"소독이요~" 집안에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외쳐야 된다
문이 열리면
신고 벗기 편한 크룩스 신발을 급하게 벗고,
축축하게 젖은 땀냄새가 집안에 퍼지기 전,
일을 끝내고 나왔다
방학 기간이라서 아이들이 문을 열어주거나
여러 마리 강아지들이 '전쟁이다' 하며 짖어댄다
"더운데 수고하시네요"라며 음료를 건네는 집...
간혹
소독약을 제대로 뿌리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있었다
어느 곳에나 빌런은 있었다
수백 군데 집의 문을 두드리며, 일하는 동안 발은 계속 잰걸음을 걸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책의 표지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했는데...
학창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쉬운 돈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낯선 공간으로의 방문은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내게 꽤나 매력적이었다
저마다 꽁지에 힘을 준 수컷 공작새처럼 꾸미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집을 빠르게 다니다 보니
몸은 지쳐갔고
더 이상 화려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들어간
한집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느 집처럼
급하게 신을 벗고 들어갔는데
'어? 빈집 아니야?!' 순간적으로 흠칫 놀랐다
'분명히 누군가가 안에서 문을 열었는데...'
집이 참 단정했다
거실에 피아노와 소파
부엌에는 식탁...
모델하우스보다 간결한 집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서발 장대를 휘저어도 걸릴 것 없는 집'이었다
가구가 적고 단출하니 주인의 삶이 빛났다
빈집 같은 집의 잔상은
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내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날 이후 머릿속이 고요해졌다
무언가를 가지려 할수록 그 무게가
삶에 더해지는 게 아닐까?!
부족함을 감추려 몸을 부풀리지 말고
약간의 부족함 정도는 드러내보면
인간미로 여겨 주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나와는 결이 다른 사람일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나를 안아주고,
내 할 일하면서 간결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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