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알려 준 답
어린 시절 우리 집 식탁 위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쌓여있었다
엄마는 치킨, 고구마튀김, 떡볶이 같은 음식을 부지런히 만들어
세 남매의 하교시간에 맞춰 산처럼 쌓아두곤 하셨다
집에 오는 길, 몇 미터 밖에서부터 음식냄새가 났다
오늘은 무슨 음식일까? 짧은 거리를 걸으며 머리를 굴렸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가방을 던져두고 식탁 앞으로 달려갔다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냠냠 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반짝이는 일들을 종알종알 쏟아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었고, 무엇을 해도 새로웠던 시절이었다
돌아보면 그날의 식탁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던 엄마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식탁 위의 음식 대부분이 기름에 튀기거나,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음식들이었다.
빠듯한 살림에 먹성이 좋은 삼 형제를 키워야 하니, 엄마에게는 물러날 곳 없는 막다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엄마에게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더니 "그때 음식 산을 쌓지 않았으면, 내 입엔 아무것도 안 들어왔을 거야." 하고 웃으셨다
뭐든 귀해서 더욱 소중한 날들이었다
간식산을 차지하는 일은 매번 전쟁이었다
높은 산은 양이 많아 모두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지만,
좀 더 귀한 음식이 식탁에 오르는 날이면 상황이 달라졌다
낮은 산을 점령하는 일은 눈치와 순발력의 싸움이었다
조금이라도 동작이 느리면, 이미 동생들에 의해 산이 사라져 버렸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아니라, 동작이 빠른 사람이 맛있는 걸 차지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동생들과 달리 위장이 좋지 않은 나는,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았다
기름기 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울 때마다 속이 편하지 않았다
좋지 못한 것이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비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돌아보면 분명 그건 엄마의 사랑이었지만,
내 몸에는 탄수화물, 트랜스 지방 같은 것들이 쌓이는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밀가루나 튀김류를 먹으면서 내 몸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순환이 잘되지 않는 체질이니 한 번 찐 살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남들이 하는 다이어트 방식이
내게는 통하지 않는구나
나는 먹을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모순되게도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
'살찐 사람은 게으르다.'라는 편견과는 달리,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이다
비 오는 날, 펫샵의 유리창안으로 꼬물거리는 강아지를 보려고 40분 거리를 걸었고,
쉬는 날에는 교회 청년부 친구들을 모아 가까운 산에 올랐다
먹는 건 분명 나에게도 위로였지만
숨이 막힐 듯 답답함이 느껴질 때, 몸을 움직이면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세 번의 다이어트 성공의 뒤에는 언제나 운동이 있었다
리듬감 있는 운동을 좋아해 작년에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했다
여행을 갔을 때는 숙소의 거울 앞에서 30분 동안 운동을 했다
땀이 온몸에 흐르고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으면서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지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마음도 풀렸다
하지만 작년에 마지막 다이어트 때부터 몸이 달라지고 있었다
허리 보호대를 차고도 버티기 힘들었고,
결국 디스크가 안 좋아지니 운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올해도 고민하다가 내가 아는 유일한 다이어트 방법인 운동 등록을 했지만,
몇 번 못 간 채로 수강기간이 지났다
게다가 활동량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날 발 뒤꿈치가 '뜨끔'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의원을 갔는데 이곳저곳 침을 놓던 의사가 말했다. "족저근막염 초기예요"
'아... 나이가 나를 붙잡는구나.'
다이어트의 고배는 굽이굽이 여러 번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결국 나는 저녁금식이라는 낯선 문 앞에 서게 되었다.
작년까지 만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방법이었는데
정말 내가, 스스로 선택하게 될 줄이야
TV속에 연예인이 말한다
"사실 저는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운동을 열심히 해요"
나 역시 그랬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기 위해 운동을 열심히 했던 사람.
다행히도 운동을 좋아해 즐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이가 드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늘어간다는 의미일까?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이상하게 편하기도 하다
할 수 없으니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젊어서는 체력이 있었고 판단력도 빨라서
숨이 턱까지 찰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그게 꼭 잘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멈춰서도 괜찮다
여기서도 세상은 흐르고 있고
그 안에서 다시 나를 배우고 있다
내 몸이 말했다.
강렬한 운동을 멈추고,
식사 리듬을 바꿀 때가 되었어
이제는 몸에 집중했던 시선을 돌려
마음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이게 나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