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건

by 마음산책

함께 일하는 C, 그는 늘 타이밍이 남달랐다.

나는 순간적인 판단이 약한 편이라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이미 판이 그의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 있었다.


잘못된 건 분명 그의 말과 행동이었는데,

돌아서면 이상하게 내가 미안한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C는 착한 사람 이용 설명서에 통달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의 미안함과 양심을 다루는데 능숙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사람들을 움직였고,

결국은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을 해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작아져 갔다.

언젠가부터 말을 많이 할수록 손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조용히 입을 다물고, 침묵으로 나를 지키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다.


그렇게 쌓여가던 내 마음이 어느 날,

갑자기 배고픔의 얼굴을 하고 나타났다.


저녁을 굶으려던 날이었는데 불안해하던 손가락이 음식 배달앱을 열고 있었다.


" 어둠 후 단짠의 위로, 허니치킨"


가족들도 눈치를 챘는지

"엄마가 다이어트한다고 했는데 왜 저럴까?" 하는 분위기였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정말 다이어트를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날 내가 먹고 싶었던 건,

치킨이 아니라 누군가의 공감이었다.

"오늘 무슨 일 있었어?"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치킨을 삼키면서 뱉지 못한 말들도 함께 넘겼다.

그날이 허기는 배가 아니라 마음의 허기였다.




C는 자기 일을 나에게 넘기기 위해, 몇 주 전부터 조용히 판을 짜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일찍 눈치챘다면, 덜 다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스쳐갔다.


금요일 낮, 계획의 전모를 알게 된 뒤로 잠이 내 곁에서 떠났다.

주말 내내 마음은 방 안을 맴돌다가. 결국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걷고, 또 걸었다.

생각은 멈추지 않았고,

발이 길을 잃고 방향을 찾지 못했다.

월요일 오전, 퇴사의 뜻을 전했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할 수도 있구나. 그리고 그의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불쌍해 보였다.


사필귀정이랬지
진심은 반드시 통하고, 언젠가 사람들도
그를 알아보게 될 거야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날이 오겠지


하지만 나는 이제 나를 지켜야 했다.

더 이상의 생각은, 나를 일어서지 못하게 할 뿐이었다.


한숨이 나왔다

분명, 지친 숨은 아니었다


그의 무례한 행동 앞에서

내가 나를 대신해 낸, 첫 번째 목소리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유리잔이 아니라 뚝배기 같은 사람이었다.

겉이 투박하고 반짝이지 않지만,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천천히 진국을 만들어 내는 사람.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식히지 못하고, 한 번 데워진 마음도 그랬다.


이번엔 무너진 게 아니라 너무 뜨겁게 끓어 밖으로 넘쳤던 건 아닐까?!


식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릇처럼,

나도 서서히

다시 나로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