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유로운 세상

by 유승란

“예야 바늘 좀 찾아봐라 “뜬금없이 새벽에 일어나 바늘을 찾으신다. 열심히 바느질을 하시고 일어나 행동으로는 바늘을 찾으신다. 이불을 꽤 메다가 바늘을 놓치셨나 보다. 바늘에 실이 길게 꽂혀 있다고 하셨다. 이불을 들썩이며 바늘을 찾아야 한다고 소란을 피우신다. 밑도 끝도 없이 당하는 나는 자다 말고 일어나 말대꾸를 한다. “엄마 바늘로 찔리면 안 되니 주무세요.” 달래서 주무시면 잠이 깬 나는 뒤척이다 잠이 든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급히 일어나 엄마를 확인했다. 방 안 곳곳에는 기저귀가 흩어져 있었다. "엄마, 이게 뭐야?" 화가 점점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복숭아를 먹으려고 봉지를 찢었다고 했다. 기저귀에 오줌을 싸서 그것을 다 꺼내 손으로 주무르고 계셨다. 복숭아는 다 드셨지만, 복숭아씨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엄마는 그것을 찾으려고 했다. 새벽 1시에서 2시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엄마는 시간 개념이 없어서 언제든지 편한 시간에 일어나하고 싶은 일을 하셨다. 그날은 화가 많이 났던 날이었다.

"아버지 어디 가셨냐?" 엄마는 제사 용품을 사야 한다며 아버지를 찾으신다. 돌아가신 지 7년이 지났지만, 엄마는 아버지를 잊지 못하신다. 자상하시고 누구보다도 엄마에게 각별하게 잘하셨던 아버지. 가족 모두에게 한없이 잘해 주셨던 아버지라서 엄마는 그리움이 더 크신 가 보다.

아버지가 계셨다면 모든 것을 다 해 주셨을 텐데, 엄마는 "아버지 좀 찾아봐라"라고 하신다. 나는 "엄마, 이제는 엄마가 아프셔서 제사를 안 지내기로 했어요. 신경 쓰지 말고 주무세요."라고 말씀드린다. 엄마는 "그렇지, 힘들어서 못하겠다" 하시며 다시 주무신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모든 제사는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엄마다.

"너희 식구 밥 먹었냐?" 엄마는 매일 같은 질문을 반복하셨다. "네, 먹었어요." 대답해도 엄마는 다시 물으셨다. "그래, 근데 나는 왜 밥 안 줘?" 치매 어르신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행동이었다. 방금 식사를 하셨는데도 그 사실을 금세 잊어버리셨다. 엄마는 정말 잘 드시고 소화도 잘하셨기에, 더 드셔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엄마는 갑작스러운 행동들로 우리에게 종종 일을 만들어 주셨다. 식사에 집착하셔서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시면서 끊임없이 음식을 찾으셨다. 고구마를 드리면 목이 막힌다고 김치를 찾으셨고, 김치를 드리면 밥 한 숟가락만 달라고 사정하셨다. 우리도 어릴 적 고구마를 먹을 때 목이 막히면 김치를 곁들여 먹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렇게 하루에 네 번이나 밥을 드셨는데도 엄마는 항상 배가 고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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