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으로부터,』정세랑
이번달 소개해드릴 책은 정세랑 작가의 장편소설 『시선으로부터,』입니다. 제목만 보고 어떤 시선일까 했더니 주인공 이름이 ‘심시선’이고 그녀가 세상을 살아온 이야기와 그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또 다른 시선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책의 첫 페이지에 심시선의 가계도가 소개되어 있는데 두 명의 남편과 총 13명의 자녀, 손자까지 등장하는 걸 보니 복잡하고도 예사롭지 않은 가족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할머니는 강렬한 인물, 보편적이지 않은 인물이었다.”
심시선은 한국전쟁 때 가족을 모두 잃고 친척과 함께 하와이로 가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마티아스 마우어라는 유명한 화가를 만나게 되고 자신도 화가가 되기 위해 독일로 가게 됩니다. 그러나 마티아스는 너무 폭력적인 남자였습니다. 시선은 폭력 속에서 숨죽여 살아가던 중 요제프라는 남자를 알게 되어 결혼을 하고 그와 한국으로 돌아와서 화가의 꿈은 접고 책을 쓰는 작가가 됩니다. 소설의 각 장 첫 부분에 소설 속의 ‘작가 심시선’이 쓴 책과 인터뷰의 일부분이 적혀있어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엿볼 수 있는데 그 내용들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실제 하지 않는 책이지만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았던 파란만장한 일대기였지만 결국 그녀도 세상을 떠납니다. 평소 심시선은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큰딸 명혜는 엄마의 10 주기을 맞이하여 불현듯 그동안 지내지 않았던 제사를, 그것도 엄마가 잠시 머물렀던 하와이에서 지내겠다며 온 가족이 하와이로 모이게 됩니다. 음식이 가득 차려진 제사상과 하와이는 뭔가 어색해 보이지만 사실 명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제사와는 다른 매우 이색적인 제사 계획을 발표합니다.
“엄마가 젊었던 시절 이 섬을 걸었으니까, 우리도 걸어 다니면서 엄마 생각을 합시다. 엄마가 가장 좋아했을 것 같은 가장 멋진 기억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게......”
바로 가족들이 하와이를 여행하며 기뻤던 순간과 인상 깊었던 순간을 수집해서 제사를 지내자는 것. 살아생전 엄마가 생활하며 걸었던 길을 걸으며, 할머니의 모습을 회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생각하며, 그것이 물건이든 경험이든 엄마나 할머니에게 가장 소개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제사상에 올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와이에서 13명의 자손들은 그들의 방식대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제사상에 올라가게 될 사연이 깃든 보석 같은 그 ‘무엇’의 궁금증은 책을 통해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 속의 쉼표는 계속된다는 의미로 힘들 때, 모든 게 다 끝나버릴 것 같아도 절망에 빠지지 말고 희망을 쭉 이어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지만 죽음을 계기로 형식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고민을 하고 노력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발견했고 따뜻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의 미래는 어떨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나의 삶이 후손에게 어떤 행복한 추억을 줄 수 있을까? 나의 제사상에는 무엇을 올려달라고 이야기해 볼까?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다가 문득 시선의 자손들처럼 우리 거제의 섬 길도 누군가를 기억하고 사랑을 느끼며 새로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추운 날 차가운 파도 속에서도 쉼 없이 즐겁게 재잘거리는 몽돌 소리를 들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바닷길을 함께 걸으며 멋진 기억을 만드시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