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사전』홍성윤
“왜 그거 있잖아!”, “그거 어디 뒀더라?”
저도 자주 쓰는 이 문장! 갑자기 나도 모르게 대화 중 불쑥 튀어나오는 ‘그거’ 있으시죠? ‘그거’는 대명사로 ‘그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단어가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거’라는 말을 쓰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의 정확한 이름 자체를 몰라 ‘그거’로 말했던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그거’. 이번 달 소개해 드릴 책은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하다는 사물들의 이야기『그거 사전』입니다. 사물의 의미와 쓸모를 찾아 떠나는 이름 모를 사물들의 대백과라는 조금은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하는데요. 저자는 어느 날 샴푸 용기의 펌프가 눌리지 않도록 고정해 두는 C자 모양의 플라스틱 이름이 궁금했다고 합니다. 이 부품의 공식적인 명칭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니 일상 속 수많은 그거가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거의 이름을 수집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그거 사전』은 의식주를 넘나들며 누구나 알 법한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76가지 ‘그거’들의 이름과 그 속에 담긴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그거’는 몰라도 상관없고 알아도 딱히 내세울 곳 없는, 보잘것없는 물건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물에는 이름과 의미와 쓸모가 있다. 흔하고 대단하지 않더라도 이름을 알면 달리 보인다.
어제저녁 배달 음식 용기의 포장을 뜯은 일회용 칼 그거는 랩칼, 막힌 변기나 배수관을 뚫을 때 쓰는 그거는 플런저입니다. 플런저는 흔히 ‘뚫어뻥’으로 부르며 수많은 변기와 배수구를 시원하게 뚫어 주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국 사전에 등재된 표준어가 없는 물건입니다. 식당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 테이블 그거는 레이지 수잔(lazy suan)인데 중식당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사실 미국에서 크게 유행한 제품으로 문득 수잔이 누군지, 얼마나 게을렀는지 궁금해집니다. 이외에도 책에 소개된 친숙하지만 낯선 이름의 그거 중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물건이 또 있었는데요 뿅뿅 눌러 슉슉 등유를 빨아올리는 수동펌프 그거! 보통은 자바라 펌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한 명칭은 ‘간장 츄루츄루’라고 합니다. 간장 후루룩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유머러스한 이름의 이 물건은 일본의 괴짜 발명가 닥터 나카마츠가 중학생 시절 간장을 옮겨 담기 위해 추운 부엌에서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기울이거나 움직이지 않아도 압력과 중력 작용으로 액체가 이동하는 사이펀 원리를 접목시켜 만들게 된 발명품이라고 합니다.
이름을 알고 나니 정말 물건이 달라 보입니다. 몰라도 되지만 알면 즐겁고 재미있는 그거 이름 속에 문화와 역사, 과학은 물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76가지 사물의 이름을 따라가기만 해도 3월 봄날 새싹이 고개를 내밀고 쑥쑥 자라나듯 상식이 급속도로 자라는 느낌이 듭니다.
사물의 이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따라 야심찬 발명으로 꽤나 떠들썩하게 태어납니다. 이름은 그 모든 흔적의 장부이며 이 책으로 독자들이 그 흔적을 조금이나마 따라가 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저자의 바람을 대신 전해드립니다.
아! 이 책의 시작이 되었던 샴푸 용기의 C자형 플라스틱 고리의 이름은 ‘클립 록(clip lock)’이라고 합니다. 배웠으니 써먹어야겠습니다. 머리를 감으러 욕실로 들어가는 가족에게 이렇게 외쳐봅니다.
“새로 산 샴푸의 클립 록을 빼지 않았으니 당황하지 말고 머리 감을 때 빼고 사용하도록 하세요”
깜박한 3월호, 간장 츄루츄루 그림이라도 넣을걸 그랬나... 하면서 타이밍을 놓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