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살다 보면

『즐거운 어른 』이옥선

by 만민언니

동네 서점을 방문했다가 재미있는 표지에 호기심이 발동한 책이 있었습니다. 목욕탕을 배경으로 수건으로 머리를 말아 올린 사람, 등에 동그랗게 부황자국이 그려진 사람, 차곡히 쌓인 큰 대야까지. 게다가 책에 둘러진 띠지는 때수건 모양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 무거워진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때밀이 타월처럼 시원하게 벗기고 ‘까칠한 할머니’의 농담과 지혜를 보여준다는 이옥선 작가의 산문집『즐거운 어른 』이었는데요. 작가의 딸이 쓴 ‘오랜 독서력으로 세상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맵싸한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할머니. 우리 엄마가 마침내 이런 할머니가 되었다!’ 라는 소개 역시 궁금증을 자아내었습니다.

까슬 까슬하고 검정 줄무늬가 들어간 초록색 때수건. 어릴 땐 때수건이 따갑고 아프기만 한 존재였지만 어느샌가 목욕탕 뜨거운 물 안에 들어가면 ‘시원하다~’라는 말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 저도 어느샌가 때수건이 좋아지게 되었습니다. 묵은 각질을 빡빡 문지르면 피부는 따갑지만 마음의 짐을 벗겨내는 듯한 개운한 그 느낌이 좋아 진건 어른이 되어서 일까요? 어른이라는 단어는 배려심이 있어야 하고, 성숙한 태도와 책임감을 가지며 존경받는 행동을 해야 하고 또, 무게 있고 권위가 있어야 하는... 생각만으로도 어렵고 성인군자가 되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지만 『즐거운 어른 』뭔가 다를 것 같습니다.

1948년 진주에서 태어난 이옥선 작가는 3년 정도 교사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그냥 보통의 전업주부로 쭉 살아왔다고 합니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었다는『즐거운 어른 』은 거창하거나 뛰어난 논리를 내세우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일상과 새롭게 깨달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매일 목욕탕에 가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듣고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는 작가는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며 인생을 무겁게 살기보단 유쾌하고 가볍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절대 유명해지지 마라’, ‘내 꿈은 고독사’, ‘야, 이노무 자식들아~~’ 등의 호탕한 말도 뱉어내는데요. 매사에 쫓기듯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다 지나간다’는 마음으로 살아보라고 말합니다.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은 아무런 기대 없이, 스스로의 명랑성과 가벼운 마음가짐(평온함)에 기대는 것이라 하겠다. 이렇게 지구 한 귀퉁이에서 덤덤하고 조용하게 사는 즐거움을 저렇게 요란한 유명인들은 모를걸!

서로 뺏고 빼앗기고 서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사이 인생은 소득도 즐거움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립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른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작가처럼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습니다. 가르마를 오른쪽으로 타든 왼쪽으로 타든 나에게 누가 그렇게 관심을 가지겠냐며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에 안도하고 더 나은 나의 삶에 집중하라는 까칠한 할머니의 거침없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갈 것들이다. 그러니 인간끼리의 관계를 너무 심각해하지 말고 가뿐하게 생각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

창밖에 흩날리는 벚꽃잎의 아름다움은 튼튼하게 뻗은 가지와 단단한 뿌리가 있기 때문이었던 건 아닐까요? 즐거운 어른처럼 세월의 경력을 쌓은 오래된 어른 나무가 더 화사해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이치겠죠. 노년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 따라 인생의 마지막은 다른 모습이 될지도 모릅니다. 너무 요란하거나 웃기지 않으면서도 즐겁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독서력을 키워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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