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른쪽 차선을 애용한다.

오른쪽 차선 #000

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나는 오른쪽 차선을 애용한다. 오른쪽 차선으로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다. 오른쪽 차선으로 달릴 때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안정되며, 행복감마저 오른다.

고속도로의 차선은 왼쪽이 추월 차선이고 오른쪽은 정상 주행 차선이다.(물론 한국의 경우이다.) 즉, 왼쪽으로 달리기 위해서는 오른쪽의 누군가를 추월해야 한다는 뜻이다. 추월하려면 속도가 빨라야 하고, 오른쪽에 어떤 차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뒤에서 나보다 빨리 달리고 있는 차가 오는지도 살펴야한다. 룸미러로 봤을 때 뒷차가 점점 가까워져 온다 싶으면 방법은 두 가지다. 오른쪽 차선으로 피해주거나, 뒷차만큼 빨리 달리거나. 이런 상황에서 나는 왠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된다. 쫓기는 듯한.

오른쪽 차선은 그런게 없다. 내 페이스대로 달리면 된다. 앞에 나보다 늦게 달리는 차가 있다? 간단하다. 앞차만큼의 속도로 갈 것인지, 아니면 추월할 것인지 판단하면 된다. 판단의 주체는 나다. 지정된 속도 내에서 오른쪽 차선으로 달린다는 것은 내게 이런 의미다. '내 속도대로 가면 되는구나.'

운전 조금 해보신 분들은 아찔할 것이다. 운전은 규정이 아닌, 흐름과 호흡이라고. 모두 빨리 달리는데 혼자만 늦게 달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냐고. 맞는 말이다. 사고는 빠른 차가 아니라 느린 차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독일의 아우토반이 그런 예이다.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인데, 시속 200Km/h 의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데도 불구하고 사고가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반드시 추월 차선을 이용해서 앞지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고속도로의 중앙을 저속 주행 차량이 가로 막고 있으면? 너도 나도 앞지르려다가 좁은 차선에서 혼란이 생기는 일 또는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서 추월을 하는 일 등이 생길 것이다. 운전은 흐름이라는 말은 이런 바탕하에 생겼다해도 될테지.

그런데 이는 중앙의 저속 차량이 있을 때의 경우다. 오른쪽 차선은 말 그대로 저속 차량을 위한 공간. 이보다 빨리 달리고 싶을 때는 추월 차선을 이용하면 된다. 너도 나도 빨리 달리는 공간보다 오히려 안정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 도로의 기준을 제시하는 건 왼쪽 차선이 아니라 오른쪽 차선이다.

그러다보니 왼쪽 차선을 통해 나를 앞질러가는 차가 있으면 기분이 좋다. '그래요. 먼저 가세요. 저는 제 속도를 지킬랍니다. 이러다가 저도 빨리 가고 싶을 때가 있으면 그 길로 갈게요.' 하며 즐거이 웃는다.

즉, 오른쪽 차선은 마냥 느리게 가는 법이 아니라, 내 페이스와 속력에 집중하며 가는 법을 배우는 공간이다. 원체 조급하고 1분 1초가 아까운 사람은 그냥 왼쪽 차선에서 엑셀 꾸욱 누르며 가면 된다. 좋은 엔진을 가졌다면 그만큼의 성능으로 쓰면 되니까. 그러나 내 속도에 맞지 않는 그래서 쫓기는 듯한 일상을 살고 있는 이라면, 엑셀 밟는 방법만 배우고 엑셀을 떼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이라면, 도대체 나는 어떤 속도가 맞는 사람인지 아예 알 시간도 없었던 이라면, 가끔 한 번씩 나와 오른쪽 차선으로 달려보자.

매 주 1회 정기적으로 '내 삶의 오른쪽 차선'을 연재해볼 생각이다. 내 독단적인 생각이 아닌, 수많은 피드백과 의견 교류로 몸집을 불려가는 그런 연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속도를 존중하는, 그렇게 어우러져 균형이 맞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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