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맨> 을 통해 보는 불완전하지만 괜찮은 삶
이번에 논해볼 영화는 바로
<플랜맨> 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보시기에 문제는 없겠으나,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본 영화는 참신한 소재를 논한다기보단 있을 법한 사람과 사건을 얘기합니다.)
몰입도 : ★★★★☆
(한지민이 예쁩니...아니, 소소한 떡밥들이 전개의 궁금증을 지속적으로 줍니다.)
메시지 : ★★★★★
(본 영화의 메시지는 희망적입니다. 사람들도 희망적이고요.)
심 리 : ★★★★☆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는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역경이 있고, 극복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건강함이 없다는 것이 본 영화 등장인물의 매력 아닐까 싶네요.)
전 체 : ★★★★☆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꼭 한 번 추천함직합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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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알람을 맞춥니다. 그게 이상한가요? 성실한거지."
6:00 기상, 밤새 흐트러진 침구 다림질. 6:35 샤워, 드라이기로 욕실 물기 제거. 8:00 옷 입기, 8:30 출근, 8:42 횡단보도 건너기... 예측불가능하고 무질서하며 세균투성이인 이 세상에서, 정석(정재영)은 모든 일에 알람을 맞추고 계획대로 사는 평화로운 삶을 추구한다.
"아저씨 내가 도와줘요? 나 그 언니랑 엄청 친한데."
자신과 똑 닮은 그녀(차예련)와 운명적인 짝사랑에 빠진 정석. 그러나 그녀는 정석의 계획적인 면이 싫다며 거절하고, 의사는 충격에 빠진 정석에게 변화를 권유한다. 짝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정석은 평생 처음으로 '무계획적인 삶'을 결심하고, 그녀의 후배 소정(한지민)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이름을 알게 된지 37시간하고 13분 만에, 그런 황당한 제안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소정은 하루 만에 정석의 인생을 뒤집어 놓는다. 급기야 출근 8년 7개월 26일 만에 처음으로 지각을 한 정석. 알람 없는 그의 인생은 순식간에 꼬여 가지만, 웬일인지 정석의 주변인들은 환호성을 보낸다. 급기야 소정은 정석에게 상상도 못했던 이상한(?) 제안을 하는데...
단 한번도 계획 없이 살아본 적 없는 정석.
과연, 그는 난관을 극복하고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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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영화 소개에 적혀 있습니다.
전개는 우연, 소개는 주제와 별로 상관없는 이 영화!
그래서 영화관에선 그닥 인기 없었을 것 같은 이 영화...
시작합니다!
1. 정신과 의사 선생님, 한 스푼!
지인에게 플랜맨을 보자고 제안했다가 바로 퇴짜맞았습니다.
"나 그거 본 적 있는데 맨 처음에 나오는 상담사가 너무 짜증나서 바로 껐어.
그 영화가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는데 상담사를 그렇게 그리면 안 되지!"
그래서 저도 '영화 별로인가보다...' 하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지인의 그 말이 없었다면 저도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개를 보고나서야 확실하게 이해가 되는 캐릭터였으니까요.
플랜맨 정석의 심리 치료를 해주는 정신과 의사는 참 인간적인 캐릭터입니다.
정석의 강박적으로 틀에 박히고 체계적인 설명에 굉장히 피곤해하고, 짜증을 내죠.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지만...
첫 상담 장면에서 정석은 정신과 의사와 대화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 분에 차서 그냥 사람을 앞에 두고 혼자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지요.
거기서 들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정석의 하소연보다는 정석의 증상과 치료법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래서 영혼 없는 눈빛으로 정석의 말을 듣던 의사는
마지막에 강박증 환자에게 으례 하는 치료법과 으례 하는 지지 발언을 하죠.
이 장면에서 따뜻함은 없습니다.
인간 대 인간의 동등한 장면이 아닌,
치료자와 환자의 장면인 것이죠.
이 의사는 다른 환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환자들의 (나름) 심각한 고민을 귀찮게, 한심하게 듣고 있을 뿐이죠.
그러다가 결국 집단 상담 장면에서 일이 터집니다.
지금까지 참고 참던 의사는 이성을 잃고맙니다.
환자들에게 화를 내며, 그간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부정적 마음과
치유법(교과서에 나오는 상담법이 아닌 실로 인간적인)을 마구 쏟아내죠.
그리고는 말합니다. '내가 요즘 우울하다.' 라고요.
놀라운 일은 그 다음 집단 상담에서 일어납니다.
환자들이 의사의 우울함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우울함을 고백해준 의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함과 위로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집단원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증상을 딛고 일어서죠.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저는 진솔성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어떤 말에도 로봇처럼 건강한 척 반응하는 의사보다,
함께 움직이고 흔들리기도 하는 인간적인 의사를 바랬을 것입니다.
화를 내고, 자신의 우울함을 고백하는 의사를 보며
그제서야 이 집단은 치유자와 환자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장으로 시작된 것이지요.
로봇과 사람 중에 누구와 상담을 하고 싶으세요?
저는 미숙하지만 사람과 상담을 하고 싶습니다.
이론과 통계만으로 담을 수 없는 그 '에너지'를 인간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2. 자기 만족과 자기 혐오 한 스푼.
정석은 자신의 강박적인 태도와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단 한번도 어긋나지 않는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자부감마저 느끼고 있죠.
그렇지만 그런 정석을 보며 주변에 관계되는 사람들은 커다란 불편을 느낍니다.
모두 정석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거리감을 유지하죠.
즉, 정석은 자기 만족은 하고 있으나 항상 외롭습니다.
자기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래서 편의점 알바인 지원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자신과 같이 강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지원이라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반면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지원은 다릅니다.
자신의 강박적인 태도와 생활을 혐오합니다.
그래서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되지 않죠.
그래서 정석이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며 화를 냅니다.
자신이 혐오하고 있는 특성을 좋아한다니 전혀 고맙지 않은 것이죠.
오히려 지원이 정석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은 반대 상황입니다.
자신의 강박적인 태도를 고치려고 노력하게 되는 정석을 보며 호감이 시작되지요.
어쩌면 지원이 바라는 것은 정석을 통한 대리 만족이었을 지 모릅니다.
이렇듯 자기 만족과 자기 혐오는 사람의 반응을 천차만별로 바꿔놓습니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누구는 만족하지만 누구는 불만을 가지는 것이지요.
그럼 자기 만족과 자기 혐오 중 어떤 것이 좋을까요?
흔히 자기 만족을 하며 살라고 하는 메시지를 플랜맨에서는 거침 없이 깨고 있습니다.
플랜맨에서는 자기 만족 또는 자기 혐오 중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순전히 자기를 자각하고 알아가는 것을 말하고 있죠.
무분별한 자기 만족은 반성 없는 삶을 살게끔 만듭니다.
분명 만족하는 삶이지만 주변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정석은 항상 외롭죠.
정석의 주변이 따스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을 깨기 시작할 때부터 입니다.
자기 혐오는 건강한 것을 건강하지 못 하게 보지 못 하게 만듭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혐오 감정을 담아 가치 판단을 하게 만들죠.
결국 혐오는 타인에게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으로 표출됩니다.
돌아오는 건 해결이 아니고 냉담한 반응이죠.
왜냐하면 결국 화의 근원이 자기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3. 세탁소 아저씨 한 스푼
플랜맨에서 가장 어른적인 사람, 상담사로써의 귀감이 되는 인물은 세탁소 아저씨입니다.
세탁소 아저씨는 작은 주름, 더러움도 견디지 못 하고 세탁을 맡기는 정석에게 군소리 하나 하지 않고 웃습니다.
다시 정석이 원하는대로 무결점의 옷을 만들어 넘기죠.
그렇지만 재영의 고백에 이런 반응을 합니다.
"아저씨, 제가 이상해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너 원래 이상했어. 이상한 거에서 다시 이상해지면 정상으로 돌아온 것 아닌가?"
세탁소 아저씨는 정석의 이상함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석 그 자체를 받아들여준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정석이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확고하고 건강한 방향성을 함께 제시해주죠.
만약 여러분 곁에 이런 세탁소 아저씨 한 분 계신다고 생각해보세요.
저는 그것만큼 든든한 것이 없을 것 같네요.
왜냐면 이 분은, 어른이니까요.
4. 정석과 어머니 한 스푼
영화 후반부 플랜맨 정석은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두었던 자신의 강박을 얘기합니다.
그 강박은 어머니와 떨어지기 싫다는 마음에 했던 거짓말에서 시작합니다.
그 거짓말의 결과 어머니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정석은 자신의 거짓말로 인해 어머니가 목숨을 잃었다는 거대한 죄책감에 시달리죠.
정석에게 있어서 무결점 생활은 어머니에 대한 속죄의 마음입니다.
다시는 나쁜 짓 안 할테니 제발 돌아오라는 간곡한 절규이죠.
이런 정석에게 정신과 의사는 어머니의 입장이 되어 말해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요.
어머니와 떨어지기 싫다는 두려움은 잘못된게 아니고
어린 너는 그 상황에서 충분히 거짓말을 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말을 하게 한 엄마가 미안하다고.
정석이가 잘못 쌓아서 괴로워하고 있던 과거의 죄책감에 제대로 된 교통정리를 해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지요.
플랜맨은 인간의 부족함에 대해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부족함이 얼마나 인간적인가를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어딘가 부족한 삶으로 함께 부대끼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얘기하는 영화입니다.
사는 게 원래 그래. 라는 위로를 받고 싶은 분들,
오늘 플랜맨 한 편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