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을 통해 보는, 인간 군상 속 정의의 모순.
오늘 볼 영화는
<원라인, 2016>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정치, 조폭 스릴러 영화가 지배적인 요즘, 금융 거래 사기를 소재로 이용하여 차별성 있게 다가옵니다.)
몰입도 : ★★★★★
(초반의 전개부터 시작해서 반전의 연속입니다. 돈이라는 소재 자체가 배신과 속임수를 동반하기는 하다만, '어떻게 끝나는 거지? 이 영화?' 하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아요.)
메시지 : ★★★★☆
(네, 오락 영화예요. 그러나 구조나 메시지는 상당히 다층적입니다.)
심리 : ★★★☆☆
(영화엔 사기가 난무합니다. 그치만 인물들의 심리는 나름 파악하기 쉽습니다.)
전체 : ★★★★☆
(기대하지 않았는데, 상당히 재밌게 본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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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돈, 필요하세요?
우리 대본대로 하면 돈 나옵니다!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는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일명 ‘작업 대출’계 전설의 베테랑 ‘장 과장’을 만나 업계의 샛별로 거듭난다.
환상의 케미를 자랑하며 돈이란 돈은 모두 쓸어 담던 5인의 신종 범죄 사기단!
그러나, 결코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사기꾼들은 서서히 다른 속내를 드러내는데…
이름 나이 직업 모든 것을 속여라!
리얼 사기꾼들의 마지막 작업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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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공평한 것 없는 사회에서 얼굴도 잘 생긴 놈들이 사기도 잘 치는 영화! (요즘은 얼굴이 잘 생겨야 국정 운영도 잘 할 것만 같은...)
원라인 시작하겠습니다.
1. 개성 있는 캐릭터들 한 스푼.
원라인에서 가장 독특한 점이라고 하면 주인공이 착한 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악역이고 사기꾼이라는 것이죠.
비단 주인공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원라인에 나오는 많은 캐릭터들이 상당히 개성적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시 정리하고 가보죠.
1-1. 민재(임시완)
영화를 이끌고 가는 주인공입니다. 작업대출(신용 조건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작하고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해주는 회사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배짱 두둑한 대학생 민재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남을 속이는)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작업대출계의 으뜸으로 오르게 됩니다.
민재가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빈곤한 가정환경과,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인데요. 이렇게 돈만을 추구하다보니 석구(진구)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던 보험 대출 영역에까지 손을 대기도 합니다. 그 일이 어떤 재앙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돈이 없음에도 청렴결백하게 살고 있는 부모님을 보고 다시금 반성하는, 굉장히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1-2. 석구(진구)
주인공의 멘토(?)랄까요? 예리한 통찰력과 자신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강직하게 사기를 치는(?) 인물입니다. 석구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흔치 않은 캐릭터입니다. 그런만큼 민재 이상의 매력도를 자랑하는데요. 금융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었어도 절대 굶지는 않았을만한 캐릭터인데 어떻게 이런 사기판에 들어와 있게 된 건지는 참 궁금한 내용이었습니다. 석구에 대한 속편을 만들어도 영화 한 편 분량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싶...아, 아닙니다. 속편이란 만들면 안됩니다.(feat. 박수칠때떠나라)
1-3. 지원(박병은)
석구를 인정하고, 그만큼 경계도 하는 야심가입니다. 석구가 자신만의 신념을 중심으로 행동하고 사고한다면 지원은 자신의 야심에 따라 행동합니다. 그러다보니 석구가 자신의 야심에 따라주지 않자 바로 등 뒤에서 칼을 찌릅니다. 악역이 판치는 영화인데 그 중에서도 King of 개객끼(...)입니다.
1-4. 송차장(이동휘)
S대 명문대 출신 사기꾼입니다. 자신이 S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굉장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습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그만큼 열등감에 찌든 캐릭터입니다. 동휘를 움직이는 것은 '인정 욕구'입니다. "너는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는 인물들은 바로 배척합니다.
1-5. 홍대리(김선영), 기태(박종환), 혁진(박유환)
각자 특출난 재능을 가지고 민재 밑에 모인 기술자들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돈 앞에서 약했고, 사기 행각에 가담했지만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거겠네요. 특히 기태 같은 경우에는 그 누구보다 높은 의리를 보여줍니다.
1-6. 해선(왕지원)
박쥐.
1-7. 천형사(안세하)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형사입니다. 그 과정에서 둥근 것도 없고 양보도 없습니다. 오로지 정의, 더 밝은 것을 추구하는 열혈 정의파입니다. 극중에서 가장 정의로운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형사는 극 내내 불쌍합니다(...)
1-8. 원검사(조우진), 한서기관(박형수)
각 기관에 몸 담고 있다가 문제를 일으켜 경질되어 내려온 캐릭터입니다. 불법금융거래 전담팀을 맡았지만 일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이들 각 개인이 나타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아래에서 더욱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 백이사(김홍파)
금융업계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손입니다. 그러나 석구와 같이 뛰어난 통찰력과 함께 자신만의 신념을 확고하게 갖고 있습니다. 같은 재능을 가지고 어둠의 세계에서 정점이 된 것이 석구라면, 백이사는 빛의 세계의 정점이 되었다고 할까요?
2. 원검사로 살펴보는 기회주의, 한 스푼
원검사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정의 구현은 안중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한탕 일궈서 좋은 자리, 높은 권력으로 오르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죠.
우리는 이런 원검사를 통해 '기회주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경질되어 내려왔다는 그 절망감 속에서 불법금융거래를 수사하는 일은 영양가도, 실적도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기회주의의 눈으로 봤을 때 그 일은 얻을 것이 하나도 없는 헛짓거리죠. 그래서 원검사는 업무 대신 카드게임, 지뢰게임 등의 시간 떼우기에 열중합니다. 흥미와 목적을 잃었기 때문
이죠.
이런 원검사가 갑자기 업무에 열의를 보이는 것은 언론의 이슈가 불법금융거래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부터입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과에 따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게 된 원과장은 그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하죠. 그의 일처리에 정의는 없습니다. 적당히 눈에 좋게 보여서 자신이 드높아지면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기회주의는 비겁합니다.
3. 한서기관에게 살펴보는 무책임, 한 스푼
한서기관 역시 경질되어 내려온 캐릭터로써 역시 업무에 대한 열정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는 골프 연습에 시종일관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지어 원검사가 사건에서 이득을 직감하고 업무에 착수했을 때 마저도 한서기관은 '그럼 퇴근은요?' 라고 반문하죠.
이 캐릭터를 통해 '무책임감'을 볼 수 있습니다.
조직이라는 곳, 그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책임감을 요합니다. 설사 그 곳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지 않는 곳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죠. 일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고, 적성 등 다른 사항이 자신과 맞지 않다고 해도 일단 자신이 그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업무를 해야할 당위성'은 충분한 겁니다. 그 책임은 다 하고 싶지 않지만 돈은 받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그게 바로 역할 속의 나에게 충실하는 것이죠.
4. 천형사를 통해 보는 녹록치않은 순수 정의, 한 스푼
단언코 말할 수 있는 것은 천형사의 가치관과 정의는 원라인 내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천형사 내면에 집중하지 말고 외부 환경에 집중해볼까요?
천형사는 법 집행 과정에서 총기 사용을 과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경질이 되고 맙니다. 그 자세한 내막은 나오지 않았지만, 왠지 우리는 뻔하게 알 수 있습니다. 열혈 정의파였던 천형사가 범죄 소탕을 위해 노력하였고, 그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 하지만 그 사고를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 때는 아무도 천형사를 지켜주지 않았을 거라는 것. 결국 열정적으로 본인의 소임을 했던 천형사가 되려 경질을 당했을 거라는 점이요.
그것 말고도 천형사는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혼자서 수사에 열중하지만, 원검사와 한서기관은 아무런 관심도, 도움도 주지 않습니다. 되려 자신이 귀찮아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는 천형사의 발목을 붙잡기나 하죠.
지원을 포함한 거대 금융사기 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에게 어필할 수 있는 타이밍을 위해 석구 한 사람 잡아들이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위기에 처하기도 합니다.
바라건데, 마지막 즈음 나오는 지원에 대한 폭력 수사, 민재와 석구를 놓쳤다는 책임론 등이 천형사에게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5. 석구와 백이사를 통해 보는 신념 앞의 합의, 한 스푼
석구는 사기꾼입니다. 백이사는 금융계의 큰 손이죠. 하지만 백이사는 석구에게 전국의 금융 흐름을 매번 데이터로 전해줍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석구와 백이사가 같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마냥 곧은 정의만을 이야기 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길은 정의도, 악도 아닙니다. 인간성이죠.
홍길동 내지 임꺽정 같은 의적을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크게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에 나오는 에인션트 원을 떠올리셔도 되겠네요.
더 큰 악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악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기 자체가 어둠의 권력을 이용한다는 것. 법치주의적인 시선으로 봐도, 도덕적인 시선으로 봐도 그닥 좋을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엔... 글쎄요? 정말로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면 다면적인 이 세상에서 어쩌면 필요한 세력이지 않을까요?
6. 민재를 통해 보는 한스러움, 한 스푼
민재를 대표하는 마음은 '죄책감'과 '한스러움'입니다. 이 한스러움이 아버지에 대한, 아울러 가족에 대한 죄책감에서 나왔다는 것을 보면 결국 민재의 핵심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신장 수술이 필요했던 민재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두 개 신장을 모두 떼어냅니다. 그리고 자신은 평생 신장이 없는 몸으로 살아가게 되죠. 당연히 경제적인 활동 등도 잘 해내지 못 합니다. 그런 집 안에서 민재는 '아버지의 건강과 집 안의 경제력을 담보로 받은' 자신의 건강함에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죠.
그래서 이 무게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재는 '돈을 벌자.'라는 일념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집에 꼬박꼬박 자신이 번 돈을 가져다주지요. 옳지 않은 일인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 돈은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다 줄 유일한 탈출구'이며, '나를 쓸모있게 만드는 유일한 재능'입니다.
이런 성장 과정의 처절한 한스러움은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석구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던 3D 대출에 손을 대는 것도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 라는 위기감으로 인해 흐려진 판단력 하에 하게 되죠.
불안이 만드는 무언가에 대한 집착은 그 사람 평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관계가 될 수도, 돈이 될 수도, 일이 될 수도, 취미가 될 수도, 권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는 굳건한 기둥 없이 집착에만 휩쓸리다보면 선택은 자칫 위험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있어서 올바른 가치관 아래 있는 신념은 중요한 것입니다.
7. 마지막 장면의 풍자, 한 스푼
모두가 정의롭고 강직하고 융통성 없다면 어떨까요? 솔직히 저는... 좀 재미없는 사회가 될 것 같아서 싫지만 유토피아란 아마 그런 곳이겠지요. 마지막 천형사가 민재, 석구를 쫓는 장면은 이런 프레임을 제공합니다.
순수 정의
VS
융통성 있는 하얀 거짓말
그리고 민재와 석구는 신권을 발부받기 위해 장사진을 친 사람들 무리 속에 들어감으로써 천형사의 추적을 따돌립니다. 여기서 은행 앞 사람들은 '사람들의 욕심과 이기심'을 의미합니다.
만약 사람들 모두가 욕심, 이기심을 극복한다면 하얀 거짓말 역시 거짓말로써 처벌을 받아야 겠죠. 하지만 욕심과 이기심이 있는 속에서 무작정 순수한 정의만큼 하얀 거짓말도 필요하다는 것이 원라인에서 이야기하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원라인엔 돈이 있고 사기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이 달동네로 끝이 난다는 것은 참 인간적이고 정스러웠습니다. 그 곳은 인간은 들어갈 수 있지만, 차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니까요.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함께,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여러 감정들과 군상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오늘 원라인 한 편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