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겟아웃>을 통해 보는, 미숙한 동경의 가학성.
오늘 볼 영화는
<겟 아웃, Get Out, 2017>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식상한데 참신해요..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죠? 근데 정말 보고나면 그런 느낌밖에 안 듭니다.)
몰입도 : ★★★★☆
(이 영화의 긴장감은 80%가 음악에 있습니다. 분명 따뜻하고 즐거운 분위기일텐데도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을 BGM이 그대로 반영해주죠.)
메시지 : ★★★☆☆
(심오한 메시지나 시사점을 두고 있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심리 : ★★★☆☆
(굉장히 가슴을 조이는 전개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크리스의 느낌으로 100여분을 있게 되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전체 : ★★★★☆
(적당한 분량에 적당한 긴장감이 있습니다. 소소하게 있던 여러 복선을 회수하는 맛이 꽤 커요.)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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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친구 집에 초대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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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와우... 짧다... 근데 정말 줄거리가 이게 다입니다(...)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인가? 싶다가 이게 대체 어떻게 흘러가려는 영화지? 싶어 계속 볼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
겟 아웃, 시작하겠습니다.
1. 상황을 판단하는 기준, 한 스푼
겟 아웃은 연출이 상당히 잘 된 영화입니다.
전개는 심리 스릴러이고,
음악은 미스테리 호러이고,
인물은 멜로 드라마이고,
등장인물은 입체적입니다.
그래서 분명 멜로, 드라마 분위기의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 한 채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딱 하나, 음악이 긴장스럽게 흐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예고를 통해서 이게 평온한 영화는 아니라는 스포를 당했기 때문...)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할까요?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등 하나만의 단서로 판단하면 깔끔하고 좋겠지만 인간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죠.
그럼 어떤 것들이 상황 판단에 영향을 줄까요?
눈으로 보고 있는 것 당연히 영향을 줍니다. 명확히 눈 앞에 있다고 하면 아무리 허구의 것도 믿게 되는 법이죠.
귀로 들은 것 영향을 줍니다. 그 외 감각 역시 내가 판단을 하게끔 도와주죠.
하지만 이런 감각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단서들이 내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기억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가치관과 가치 판단 기준은 같은 상황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하게 됩니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도, 그런 사람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하면 마냥 좋게 보이지 않겠죠? 이런 과거의 기억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예방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게끔 하기도 합니다.
기질 역시 판단에 영향을 줍니다. 기질 자체가 정리와 거리가 먼 털털한 성격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방구석이 누군가의 눈에는 돼지우리처럼 보일 수 있는 거죠.
이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고 판단한다고 하는데에는 그 사람의 이런 다양한 부분을 다 알고 공감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렵죠? 그래서 저는 쉽사리 알았다는 말을 하는 것에 점점 조심하는 편입니다. 뻔하거든요. 저는 암것도 모른다는게.
2. 동경의 이중성, 한 스푼
겟 아웃은 인종 차별 영화가 아닌 동시에 인종 차별 영화입니다. 그 미묘한 경계선이 영화를 단순하지 않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자, 살펴보죠.
무대가 되는 집 안에서 아버지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나는 오바마를 찍을 수 있다면 이번에도 오바마를 찍었을 거야.” 이 말이 거짓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집안의 모두는 흑인이라는 인종에 대한 미묘한 동경심을 품고 있습니다.
백인은 흑인을 깔보고, 자기보다 낮게 판단한다는 기존의 인종 차별 시선을 뒤집는 신박한 개념이죠. 백인이 흑인을 부러워하다니! 멋져하며 인정하다니! 라고요.
그러나 이러한 동경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 편견과 겹쳐지며 매우 기괴한 형태로 발현이 됩니다.
오케이, 흑인이 가진 신체적 우월성은 인정하겠어.
근데 흑인은 사람이 아니잖아?
...=_=
즉, 인권에 대한 의식이 제대로 자라지 못 한 상태에서 흑인은 동등한 인간이 아닌, 매우 훌륭한 물건으로 여겨집니다. 상대에 대한 온전한 인정 없이 동경만을 하면, 어떻게든 상대방의 장점을 뺏고 싶어지는 법이죠. 아까워보이니까요. 그러나 상대에 대한 인정이 있으면 그 때는 동등한 입장으로 협력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장점, 나에게 오는 이득에 앞서 그 사람 자체의 가치를 알아야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3. 내 안의 또 다른 나, 한 스푼
예전에 이런 생각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A라는 생물이 하루에 1개의 세포를 B의 세포와 교환합니다.
A와 B가 총 세포 수가 10,000개라고 할 때 9,999일에 A는 과연 A일까요? B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도 아니고 B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 되어버린 상태에서 A는 과연 기쁠까요? 오히려 자신의 본체를 지배하고 있는 B를 바라보고 있는 마지막 A세포는 어떤 마음일까요?
겟 아웃은 자신의 몸의 주인에서 손님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게 겟아웃처럼 뇌 이식을 통해서만 있는 일일까요?
정말, 나는 내 인생의 주인으로써 살고 있나요? 아니면 타인의 기준과 틀에 맞추고, 눈치보며 사는 손님으로 살고 있나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많은 시사점이 있어서 하나의 리뷰로 쓰기에 벅찬 내용이 겟 아웃에는 들어 있었어요. 이 주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죠? ^^
겟 아웃은 기존의 통념을 교묘하게 틀어내며 신선하면서도 소재 자체는 신선하지 않은 묘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꽤나 수작이라는 것이죠.
어떠세요? 오늘 겟 아웃 한 편 보시는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