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조저택 살인사건>을 통해 보는, 도식과 고정관념 그리고 인지적 편파.
오늘 볼 영화는
<석조저택 살인사건, 2017>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소재 자체는 참신하다고 할 수 없지만 시대적 배경이 신선하긴 했습니다.)
몰입도 : ★★★☆☆
(이 영화는 의도한 연출과 속임수가 다분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그득이 몰입시켰다가 그 몰입과 관심을 배반하기를 반복하죠.)
메시지 : ★☆☆☆☆
(메시지보단 연출적인 부분에 신경을 쓴 것 같아요.)
심리 : ★★★☆☆
(작중 인물들의 심리는 평타. 그렇지만 독자들의 심리를 가지고 노는 것은 매우 수준급입니다.)
전체 : ★★★☆☆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추리 스릴러입니다. 고수와 김주혁 모두 연기력이 출중하니, 믿고 보셔도 될 듯 합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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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경성,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두 남자가 마주한다.
그리고 울린 여섯 발의 총성.
최초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고,
운전수 ‘최승만’을 살해한 혐의로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이 체포된다.
하지만 현장에 남은 건 사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 뿐.
미스터리한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지는데…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고수)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
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문성근)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박성웅)
치밀하게 계획되고 잔인하게 실행된 살인사건!
이 모든 것은 누군가가 설계한 속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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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영화를 먼저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이거 영화 설명을 왜 이렇게 해놨지? 하고 당황하게 되는 영화!
줄거리 보지 말고 영화 보기를 강권하는 영화!
지금 시작합니다!
1. 변호사와 검사 한 스푼.
이 영화는 시간대를 달리하는 두 가지 사건이 교차되어 진행되는 연출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 기법은 미래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과거 사건을 더욱 흥미롭게 보게끔 하는 장치가 됩니다.
살인 사건이 이루어졌고, 그 속에서 이미 명백한 희생자가 있는 상황. 하지만 처음에는 죽은 사람이 누군지를 알려주지 않으며, 전개의 긴장감을 만듭니다. 그 후 죽은 사람이 누군지 밝혀진 후엔 과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를 궁금하게 여기게끔 만드는 역할을 하죠.
미래에 이루어지는 법정 공방 속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이라고 하면 변호사와 검사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렇다 할 반박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사, 용의자를 무조건 범인으로 몰아넣으며 변호사에게 그럴 듯한 딜을 제시하는 검사. 여러분은 이 것까지 듣고나면 변호사와 검사 중에 어느 쪽이 정의로워 보이시나요? 아마 대부분 전자를 선택할 것입니다.
영화라는 매체 속에서 순탄하지 않은 불리한 상황. 그리고 그걸 지혜롭고 정의롭게 해쳐나가는 주인공이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매우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인지 안에서 하나의 틀처럼 박혀 있는 신념을 사회심리학에서 도식(Schema)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도식화되어 형성된 고정 관념은 어지간해선 잘 편하지 않으며, 더욱 심해지면 편견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불리한 상황의 변호사라는 특성을 통해 ‘저 변호사는 정의롭고 착할 것이다.’ 라는 특성까지 추론해버리는 이러한 것을 ‘내현 성격 이론’이라고도 합니다.
검사 역시 마찬가지죠.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 도식을 자극하고, 그 다음 무너뜨리는 식의 연출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2. 믿고 안 믿고 한 스푼.
석진(고수)은 과연 하연(임화영)에게 속았던 것일까요? 남도진(김주혁)의 말은 과연 어디에서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요?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습니다. 뭐가 어찌 되었든, 자신이 지각하고 믿고 있는 세계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연출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점을 맞추는 건, 석진의 아픔과 그로 인한 사건 전개입니다. 하연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니면 거짓이었는지, 석진에게 했던 말의 어디부터를 믿어도 되는 건지는 작품이 끝날 때까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이렇듯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전개 이상의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우리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겠는’ 석진의 초기 시점에서 영화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3. 예상의 배반 한 스푼.
다시 돌아와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내용면으로만 보면 그렇게 참신할 것도 없는 내용입니다.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남자의 복수극이라는 소재는 굉장히 흔하지요. 하지만 이런 소재를 추리 미스테리 스릴러 장르로 만든 것은 순전히 감독의 역량입니다.
우리는 끊임 없이 예상을 합니다. 예상은 지금까지 했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하는 매우 자연스러운 인지 과정이죠.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편리 그 이상의 역할을 하면 안 됩니다. 예상대로 되지 않은 경우 스트레스가 생기죠.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적응하게 해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근데 스트레스, 더 심하게는 절망감을 느끼는 게 두려워서 아예 예상을 맹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언제나 우리를 배반합니다. 그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사이고 인간다움의 매력이기도 하죠.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시대적 배경, 연출적 기법을 통해 긴장감 있게 만든 웰메이드 영화입니다.
미리 내용을 듣지 않고 보는 것이 훨씬 좋은 영화이기에 이번엔 최대한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았네요.
여러분의 고정관념, 도식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오늘 이 영화 한 편 어떠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