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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낭만과 우연' / 극단적 현실과 타협

슬럼독 밀리어네어 극단적 '낭만과 우연' / 극단적 현실과 타협

오늘 볼 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2008>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퀴즈쇼에 나온 한 청년의 이야기. 흔한 소재입니다. 전개도, 결말도요.)


몰입도 : ★★★★☆

(이 영화는 의도한 연출과 속임수가 다분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그득이 몰입시켰다가 그 몰입과 관심을 배반하기를 반복하죠.)


메시지 : ★★★★☆

(발리우드 특유의 낭만론이 있는 영화입니다.)


심리 : ★★★★☆

(사랑, 로망, 낭만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순수한 심리와 함께 지극히 현실적이고 있을 법한 타협적 심리가 함께 나와있는 영화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밑에서.)


전체 : ★★★★☆

(낭만과 현실이 공존하는 영화입니다.)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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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감동시킨 특별한 퀴즈쇼!

자말 말릭은 퀴즈쇼에서 상금 6억원이 걸려있는 최종 단계에 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A: 속임수로 / B: 운이 좋아서 / C: 천재라서 / D: 영화 속 얘기니깐(It is written)

2006년, 뭄베이. 빈민가 출신의 18살 고아 자말은 거액의 상금이 걸려있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한다. 처음 모두에게 무시당하던 자말은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에 오르게 되고,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경찰은 자말을 사기죄로 체포한다. 하지만, 결국 자말이 살아온 모든 순간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실마리였다는 것과, 그가 퀴즈쇼에 출연한 진짜 목적이 밝혀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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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네이버 영화 줄거리 담당하고 있는 사람 지금 제정신입니까?

4번의 It is written을 저런 식으로 번역하다니요...

현실현실 열매를 드셨나...


오히려 네이버 줄거리를 보니까 기필코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지금 시작합니다!


*


1. 모두가 꿈꾸는 낭만 한 스푼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토리를 간단합니다. 슬럼가에서 나고, 자란 한 청년(자말)이 퀴즈쇼에 도전합니다. 퀴즈쇼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랑하는 여자(라티카)를 갱에게서 빼낼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죠. 마지막 문제에 도전하는 청년을 보고, 라티카는 자본, 안정성 이런 것보다 자말과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말은 목적을 다 이룬 상태에서 마음 편하게 마지막 문제에 임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 간단하고 심플한 내용의 영화가 높은 평점과 아카데미상을 고루 휩쓸게 된 원인은 무엇에 있을까요? 저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을 정말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자말을 통해서 ‘낭만과 우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자말의 형(살림)을 통해서 ‘비루한 현실’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다시 한 번 이 영화의 흐름을 지켜볼까요?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퀴즈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이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과정은 상당히 빈약합니다. 퀴즈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죠. 특히 빈민가에 살아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 한 인물이라면 더더욱요. 하지만 본 영화에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퀴즈쇼는 자말이 지금까지 살았던 삶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문제들은 ‘우연히’ 냅니다. 기초적인 것도 모르는 자말이 계속해서 정답을 맞출 수 있도록 말이죠. 이 과정에서 자말은 반칙도 하지 않고, 욕심도 내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 마음에 끌리는 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일이죠. 그런 확률이 얼마나 미미할 지는 굳이 계산해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늠이 됩니다.


 그래서 영화에선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묻습니다. 자말이 퀴즈쇼 프로그램에서 마지막 문제에 다달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냐고요.



 비판적인 사람들은 1번. 속임수를 썼을 것이다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퀴즈쇼를 마친 자말을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바로 수감하고 고문을 시키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 그에 대한 이들의 해답은 반칙 말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퀴즈쇼의 진행자, 고문 담당 형사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직접 행동하지 않는 무기력한 사람들은 2번. 운이 좋아서를 선택했습니다. 나 역시 퀴즈쇼에만 나갈 수 있다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허황된 욕심을 바탕으로 항상 꿈만 꿉니다. 정작 해야하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는 이들의 해답은, 나에게도 기적은 일어날 거야 라는 메아리입니다. 물론, 돌아오지 않을 공허한 메아리겠지만요. 뭄바이 전역에서 자말을 응원하는 것 또한 이러한 심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말의 도전에 자신을 대입한 것이죠. 그렇기에 자말의 성공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허황을 추가할 것입니다. ‘나도 할 수 있다.’ 라는 공허함을 말이죠.




 전후 사정을 알고 싶지 않은 무관심한 이들, 자신의 인생에 비관적인 이들은 3번. 천재라서를 선택합니다. “자말이라는 사람이 퀴즈쇼에서 백만장자가 되었대. 와, 좋겠다. 이유? 몰라. 천재인가보지. 살다보면 그런 사람 한 둘은 나오는 거겠지.” 라는 무미건조한 생각엔 어떠한 적극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이들이 자말의 인생사에 귀를 기울일 리 없습니다. 어차피 남의 얘기, 남의 사정이니까요. 이들은 당장 자신 앞에 놓인 상황에 따라 판단합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중장기적 신념을 가지고 끈덕지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당장에 기분 좋은 것, 당장에 안전한 것을 위해 이들은 나름 치열하게 삽니다. 그러나 끝은 공허합니다. 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념, ‘나는 불행해.’가 작동하기 때문이죠. 살림이 이에 해당합니다.



2. 신념 없이 타협하는 이들에게 한 스푼



 이 영화에선 이런 자말의 이야기와 함께 살림의 이야기를 녹여냅니다. 자말이 ‘낭만과 우연’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살림은 지극히 비관적이고 현실적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그대로 굴복한 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인물입니다.

그렇게 살아남으려 하니 버려야 할 것이 참 많습니다. 갖고 싶은 것을 위해 한 명이라도 경쟁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덜 소중한 것을 가차없이 버리기도 해야 합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소중한 이를 배신하기도 하고, 소중한 이의 꿈을 밟아버리기도 해야 합니다.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리지만 억제하고 눌러놔야 합니다. 타협해야 하는 것이죠.

영화 내내 살림은 자말의 걸림돌이 됩니다. 소위 악역을 맡고 있죠.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죠. 만약 기차에서 살림이 라티카의 손을 놓지 않았다면? 라티카를 데리고 도망친 곳이 발각되었을 때 자말을 억지로 집에서 내쫓지 않았다면? 갱의 추적을 돕지 않고 반발감만 더 키웠다면?

아마, 퀴즈쇼에 등장하기도 전에 자말은 죽은 목숨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제목은 신념 없이 타협하는 이라고 적혀 있으나, 살림에게도 중대한 신념이 있습니다. 그건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어떤 악역이라도 자처하겠다.’는 신념입니다.



 일그러진 신념도 신념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모양이 뒤틀릴수록 우리는 그것이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죠. 살림의 행동은 매 순간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그 핵에는 ‘자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신념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가치관으로 살고 있는가를 살펴보세요. 살림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인간적입니다. 추악하고 편협하다고 해서 아예 관심의 문을 닫아버리는 건, 도리어 고고하지 못 한 일입니다.

 살림 역시 치열한 삶 속에 꿈이 있습니다. 돈더미에 묻혀 살고 싶다는 꿈입니다.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옴에 따라 살림은 욕조 한 가득 돈을 풀고 그 돈다발 속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어쩌면 자말만큼이나 낭만적이었던 건 살림이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3. 누구와 있는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한 스푼


 낭만의 극에 있는 자말과 현실의 극에 있는 살림. 그 중간에 있는 것이 바로 라티카입니다. 라티카는 정서적으론 자말에게 끌리지만, 치열한 삶과 부패한 세상 속에서 점점 현실에 순응합니다. 자말이 용기를 내어 건낸 ‘나와 함께 떠나자.’는 말에도 라티카는 거절을 하죠. 어떻게 살건데? 앞으로에 대한 준비는? 대책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라는 말이 라티카의 거절에 숨어 있습니다.

사실 저도 참 많이 하는 질문 중에 하나인데요.

연애는 사랑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라는 말. 참 자주 들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에 어떤 대답을 내고 있나요? 저는, 아직까진 고스란히 인정하고 있지 않은 말입니다.

 자말의 진심에, 그리고 그 진심을 따라 움직이는 운명에 라티카의 마음은 변합니다.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자말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이죠.

 살기 점점 삭막해지고 팍팍해지는 세상에, 땅보다는 하늘 위로 걷는 낭만 주의자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어야 할 이유, 이거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4. 마지막 질문 한 스푼


 자,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마지막 It is written.

이 영화에서 자말이 퀴즈쇼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연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이해하시겠나요?

아니면, 운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해하시겠나요?




 단순한 스토리 안에 참으로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담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였습니다.

오늘 남자친구와, 또는 여자친구와 두 손 꼭 붙잡고 이 영화 한 편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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