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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스트 상담사가 되었다.

(20.04.03. 일기)


 온라인 채팅 상담을 직접적으로 접해봤던 건 재작년인가에 리플러스 재혁님의 지원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당시 이용했던 플랫폼은 심야상담소였다. 저녁 시간 높아진 감수성을 적절히 타게팅한 평온한 UI와 친절한 상담사를 보며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내가 채팅 상담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반디심리연구소 오픈톡방을 만들어 무료 상담을 진행했던 적이 있지만 그것도 유튜브 영상을 위해서였지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최근 사태가 급변하면서 온라인 상담의 필요성을 느꼈다. 심리학 석사에 생활심리학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쉽게 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이 이름표를 최대한 써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자리를 잡지 못 한다면 커트라인이 낮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해야겠지. 아무튼 지금 상태에서도 분명 심리학과 상담에 대한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두 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얼굴 맞대고 얘기 나누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편견과 '투자 노력, 시간 대비 적은 수입' 때문이었다.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 제외하면 블로그, 유튜브, 브런치 등 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 수익 조금 포기하고 SNS 꾸미기를 더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었다.



 정확한 용어는 기억이 안 나는데 경제학 개념 중에 이런 게 있다고 한다.


 '해당 상품이 가장 잘 나가고 있을 때, 다음 상품을 준비하라.'


 수요는 언젠가 한계를 맞이하게 되므로 가장 잘 나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위기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반디 출범 후 오프라인 시장에서 자리 잡겠다는 마음으로 온라인 추세를 외면하고 있었던 건 온전히 내 탓이다. 나의 도량이, 사업적 안목이 작았던 것이기에 지금의 어려움도 뭐, 내 탓이다.



 내가 아무리 급하게 가더라도 두 가지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양심 


 둘째, 전문성



 양심과 타협하는 순간 심리상담은 단순한 감성 사기꾼이 된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을 배운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루밍이 비단 성문제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취약한 이를 이용할 목적으로 쑤시고 약 발라주는 게 심리 사기꾼이다. 오며 가며 들리는 수많은 사례가 있다. 그러니 첫 번째 기준이다. 이거 지금 내 양심이 허락하는 일이야?


 전문성을 내려놓는 순간 심리상담은 그럴듯한 흥미 장사꾼이 된다. 전문성을 쌓을 수록 사람에 대해 더 배우지만, 사람을 쉽게 단정 짓지 않는다. 행복해질 수 있는 5가지 단계, 헤어진 연인 돌아오게 하는 최고의 방법 이런 식의 문구는 달디 달지만 불가능하다. 제목을 저렇게 썼을 뿐 내용이 진지하면 되겠지만 상당히 많은 경우가 제목만큼의 허술한 내용을 갖고 있다.



 온라인 영역을 확장하고 잡아가며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이는 질문이다. 


 "올바른 일이야?" "단순히 돈만 벌려고 하는 일이야?"



 급박한 코드 레드 상태이지만 그래도 내 안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면 안 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끊임 없이 물어봐야겠지. 어쨌든,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하고 있는 진척 과정을 정리해보겠다.





  1. 트로스트에서 전문상담사로 합격


 온라인 상담을 기획하며 내가 가장 먼저 행동한 곳은 심야상담소와 트로스트였다. 두 곳에 상담사 지원서를 넣었다. 세상에 없는 분야는 처음부터 내가 다져가야겠지만 이미 텍스트를 이용한 상담 플랫폼이 있는 상황에선 대기업에 흡수되는 게 낫다. 경력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면 발돋움의 기회로 놓아도 괜찮겠지.


 심야상담소는 현재 상담사 채용을 하고 있지 않아 좌절되었으나 트로스트는 아니었다. 몇 주 후 회신이 왔고 오늘로 해서 채용 확정이 되었다. 채용이라고 해봤자 출근도 퇴근도 없이 프리랜서로써 이름 게재지만... 어쨌든 어딘가의 소속이 되는 경험이 얼마만이던가. 심정이 복잡미묘하다.


 채용하고도 상당히 체계적이고 복잡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대외비라서 정확히 얘기하는 건 곤란하지만, 해야 하는 게 많다. 아직 이름 등재는 되지 않았다. 아마 다음주 화요일 정도부터 등록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https://trost.co.kr/



 2. 온라인 심리실험실 컨텐츠 개시


 유튜브 영상을 꾸준히 올리며 항상 했던 생각이다. 


 '이거... 보려나?'



 아니, 이게 괜한 의문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 많은 이에게 유튜브는 휴식의 공간이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웃는 곳이다. 이전 시대의 TV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TV에서 예능을 많이 볼까 정보 채널을 많이 볼까? 24시간 정보 채널을 켜놓고 보는 이는 없을 것이다. 24시간 내내 예능을 켜놓는 곳은 있겠다만.


 그러다보니 내가 내 유튜브를 보며 스스로/피드백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하기를


 [맘 먹고 보면 재밌는데, 맘 먹기가 안 되는 채널] 이다.



 유튜브는 썸네일, 제목, 컨텐츠의 싸움이다. 우선 주목을 끌지 않으면 그 안에 황금이 있는지 구더기가 있는 지 알 수 없다. 아는 사람은 보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보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예능 컨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기존에 했던 컨텐츠를 하고 싶진 않았다.


 1. 반디심리연구소 형아쌤으로써의 전문성은 해치지 않으며


 2.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나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사람이나


 3.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컨텐츠


 가 필요했다. 사실 생각하고 있던 게 있는데 감히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 했다. 어느 정도 벌이가 안정되면 편집자를 고용해서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음, 이렇게 시간이 많다면 한 번 해볼까? 로 마음이 바뀌었다.



 생각이 바뀌면 바로 시작하는 편이다. 켰다. 메이플 스토리! ...응?



https://youtu.be/r97Kna6BfEk




 정말 다양한 심리 실험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대부분 과거 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되었었다. 과연 온라인 세계에서도 심리 실험 내용이 그대로 반영될 것인가? 이게 핵심이다. [사회심리 온라인]


 플랫폼은 게임으로 정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여 활동하고 있는 공간이니까.


 하지만 실험 내용과 방향에 따라 SNS 상에서 진행할 수도 있고, 메이플 스토리가 아닌 다른 게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선 실험 아이디어로 구상 중인 건 대여섯개 정도. 


 무리해서 제작물 쌓아놓은 다음 그 후부턴 매주 1회 정도 올려볼까 한다.



 3. 오늘의 심리학은 언제 하지?


 이렇게 하다보니까 오늘의 심리학 번역하는 게 힘들어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아, 분신술 학과를 갔어야 하는데.


 게다가 최근 미국 상황을 반영해서 그런지 내용이 전부 코로나19 관련이다. 해석할만한 글이 없어서 스크롤 뒤적뒤적하다가 나오기를 반복 중이다. 코로나19가 발목을 잡는 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광범위하군.


 그래도 이틀에 한 번씩은 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바빠진다고 하나씩 놓다보면 잡지 못 한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와,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하게 사세요? 아니에요. 착각이세요. 저는 그저 제가 떡상할 요행을 바라고 있을 뿐이에요.


https://brunch.co.kr/magazine/psychologytoday


 4. 책 곧 나오겠다.


 계약했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하나는 비보, 하나는 희소식


 비보는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고 오늘은 희소식만 공유. 책 3권 원고를 동시에 보냈었다. 그 원고들이 디자인과 레이아웃이 잡혔나보다. 다음주 월요일에 만나서 회의하기로 했는데 별 일 없으면 5월 초중순에는 슬슬 한 권씩 발매 가능할 듯 하다.


 금전적인 이득 없는 희소식만 쌓여가네. 폭발적인 떡상을 위한 잠재기라고 생각해야겠다.



 어휴, 두 번째 예능 컨텐츠 찍으려면 다시 메이플 스토리 접속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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