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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님의 정치비평 은퇴. 그 안에서 내가 배운 것.

[반디심리연구소 성장 일기 20.04.18.]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유시민님의 마지막 정치비평 영상을 보는 내내 씁쓸했다. 


 나는 유시민님을 좋아한다. 다양하고 폭 넓은 지식을 왜곡없이 이해하며, 친숙하게 표현하고, 무게감있게 주장하는 그 능력은 그만큼의 비범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의 지혜로움과 겸손함이 좋다. 그런 그가 유시민의 알릴레오 채널을 통해 정치비평을 그만하겠다고 했다. 범진보 180석 발언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다만, 떠나는 순간까지 유시민님은 전문가였다.




 알릴레오에서 유시민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나는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할 뿐이었는데 받아들이는 이들은 어느새 그것을 당론처럼 받아들였다."

 "너무 스케일이 커졌다. 커진만큼의 책임을 내가 질수 있는가?"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까지 나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멈추려고 한다."




 즉, 자신의 존재감이 커져서 자신이 책임지지 못 하는 부분까지 영향이 갔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었기에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가만히 그 얘기를 들으며 최근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유시민님처럼 할 수 있을까? 유시민님과 같은 방향이라 할 수 있는가?






 여러 번 얘기했지만 내 소망은 '나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를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경제적인 문제, 나의 창의력 발현 등도 자연스럽게 해결이 된다. 그래서 난 다양한 창구를 통해 나를 알리려 노력 중이다.


 내가 하는 노력이 전부 이 소망을 위한 밑작업이다. 유명해져야 내 능력이 쓰일 적재적소를 알 수 있다. 출판을 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유튜브 채널을 가꾸는 모든 것을 이런 믿음으로 하고 있다. 




 다만 살다보니 몇 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첫째, 전문성을 고수할 지 자극성을 첨부할 지에 대한 문제


 둘째, 수익 앞에서 자꾸 조급해지는 마음


 셋째, 고작 두 손과 24시간.


 이 문제들에 대한 현재까지의 고민, 유시민님이 주신 시사점, 정리된 생각을 정리하겠다.








 첫째, 전문성을 고수할 지 자극성을 첨부할 지에 대한 문제




 유시민님은 자꾸만 책임이라는 단어를 썼다. 많은 분들이 댓글로 "그건 아무런 문제도 없다.", "나쁘게 이용하고 의도를 곡해한 일부가 잘못한 거다." 등의 이야기를 했지만, 유시민님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알 것 같다.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로 자신의 발언이 누군가에게 전술로 이용되고, 누군가에겐 피해를 입혔다. 어쩌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나는 그 피해까지도 책임을 지고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스스로의 무게에 대한 자문이었다. 유시민님은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다 뿐이지 잘 하기 위해 더 이상 전장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이 전장의 무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택할 방법은 물러나기 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가 짊어질 수 있는 정도까지만 누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던가. 


 자신의 분수와 역량을 알아야하며, 외부의 평가와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해야 하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당장의 유혹에 초연해야 한다.


 그럼 나는? 나는 지금 나의 전문성 섞인 정보들을 공개된 곳에 올리면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가. 




 요 며칠 나름 유튜브 채널을 분석하며 여러 답을 얻었다.


 유튜브는 TV와 같다. 예능이 가장 인기 있다. 복잡한 고민 없이 쉬는 시간을 함께 보낼 오락의 의미가 압도적이다. 그래서 궁금증과 흥미를 자아내거나 최근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하거나 흥미로운 제목 등으로 주목을 얻어야 한다. 내용이 아무리 재밌어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시청자가 흥미를 갖는 주제의 영상이 3개 정도 자연스레 볼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게 구독과 공유로 이어진다.


 내가 가진 컨텐츠는 첫 접근부터 시련이다. 생각 없이 볼 수가 없다. 생각을 하고, 당연했던 것에 당연하지 않은 질문을 하게 하는 컨텐츠다. 말끔한 해답을 원하는 컨텐츠가 신선한 질문만 해댄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냈던 답은 흥미로운 제목 쓰기였다. 인기 키워드를 중심으로 검색량이 많을 것 같은 제목을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제목이었지만, 키워드에 맞추다보니 다소 과장되는 면이 있었다. 




 어느 날 이런 댓글을 받았다.






 당시의 트렌드에 맞춰 이야기의 흐름을 끼워맞추다보니 '잘 생각해보면 그것과도 연결될 수 있겠다.' 정도의 논의를 했었다. 


 아니나다를까 이런 댓글을 받고나니 자극적인 제목과 흥미 형성을 위해 내가 무리하게 움직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나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존재감이 커지는 게 우선이야? 
생활심리학 정보를 최대한 곡해 없이 소개하는 게 우선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후자의 승리. 그렇기에 난 내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선에서 차분차분해나가야 했다. 내 의도와 뜻은 그게 아니었으니까 혹시 잘못 알아들었다면 그건 당신 탓이야 라고 얘기하는 건 나의 정의에 위배된다. 




유시민님이 내게 묻는 것 같았다. "너 지금 하는 행동에 책임질 수 있어?"


그렇게 대답해야지. "아, 잠시 눈을 가리고 운전했었던 것 같아요. 똑바로 가겠습니다." 












 둘째, 수익 앞에서 자꾸 조급해지는 마음




 수익 앞에서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코드 레드이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불안함을 다루고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말 이게 맞나?' 싶어진다. 유튜브 채널은 만족할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영상도 조회수가 50을 넘지 못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아무래도 기력이 빠진다.


 꾸준히가 중요한 게 아니라 효과적인 전략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객관적으로 난 지금 잘 못하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가는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또는 가려운 줄 몰랐던 가려운 곳을 찾아서 긁어주기이다. 근데 오늘의 심리학은 심리학 전반을 다루고 있기에 범주가 넓다.


 '이 채널에 있으면 내가 원하는 정보가 꾸준히 나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그게 객관적인 통계로 나오는 거다. 하루 구독자 증가 추세 1명 내지 2명.




 유시민님이 아무리 정계 진출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해도 절대 그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나라면 저 정도까지 갔으면 정계 진출할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권력 욕구가 있는 사람은 유시민님의 단언이 이미지 메이킹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게 다르게 보였다. 유시민님은 질려보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하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그것을 더욱 잘 하기 위해선 좋아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잘 하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 좋아하는만큼 하자고 마음 먹으니 유시민님의 눈에 독기가 빠졌다. 진심으로 편했던 거다.




 요즘은 유튜브 채널 관리 어플을 주식 앱 보듯이 확인한다.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나, 새로운 댓글이 생겼나, 구독자는 어떠한가 보고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한다. 그런 내 모습이 갑자기 초라하게 보였다. 뭐냐 너. 구독자가 오르는 게 목적이냐 한 사람이라도 도움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냐?




 김미경 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은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좋아하지 않는 일이 나의 가치관에, 윤리에 어긋나면 안 된다. 


 내가 그린 만화를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기 위해 콘티 작업, 스케치 및 컴퓨터 작업 등의 귀찮은 일이 뒤따른다. 감내해야 한다. 그 결과가 좋아하는 일을 불러오니까.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기 위해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힘 있는 누군가에게 알랑거려서 기회를 얻는 일은 하면 안 된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야.. 라며 타협하면 안 된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일에도 모독이 된다.




 최근 정말 감사하게도 후원금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수익과 성과에 눈이 멀어 올려선 안 되는 것들을 타협 테이블에 올리려 했었다. 지금의 정체기는 오히려 이 마음 때문에 왔을 것이다. 돈을 좇지 말기, 눈 앞의 권력을 좇지 말기. 유시민님의 내려놓음을 배우기.










 셋째, 고작 두 손과 24시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컴퓨터에 앉아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작업을 한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없으니 몸으로 떼우는 게 당연하잖아? 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성한 피드백과 응원이 있으면 그게 원천이 되어 꾸준히 할 수 있을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건 매번 느끼는 거였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다. 진심으로 잘 될거라 믿어주며 격려하는 사람도 많다. 무척 감사하다.


 그러나 내가 시도하는 새로운 것에 대한 믿음과 응원이 나에 대한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사람들의 응원이 진심이라 하더라도 그들에겐 자신의 인생과 과업이 있다. 동정심만으로 그들에게 '자, 나를 계속 봐줘! 어떻게 생각해?' 라고 할 수 없다.


 응원 받은 후의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보면서 유익하고 재밌으면 취급하고, 구미 당기는 무언가가 없으면 의리로 봐주거나 먼 발치에서 응원만 한다. 당연하다.




 그래서 이 두 손과 제한된 시간을 이용해 내가 하는 일은 현실적인 부분을 최대한 검토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능력적으로 가능한가? 효율적인가? 꾸준히 할 수 있을만큼 재밌는가?


 지나치게 많은 일을 동시에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을 할 때가 많아진다. 아직도 아이디어가 정말 많다. 하지만 더 이상 벌이는 건 옳고 그름 이전에 과욕이다. 불안함으로 무리한다고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유시민님은 물러남을 선택했다. 굉장히 많은 선택지가 머리 속을 지나갔을 것이다. 단순히 몇날며칠 잠을 못 잤고,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리 없다. 본인이 들일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고민하고, 자신의 욕심인지 공공의 이익인지 가늠하는 등 다양한 차원에서 깊은 사색을 했을 것이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 지금...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는가?




*




 오늘 현실치료상담 3편을 올렸다. 현실치료상담은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므로 타인에 휩쓸려 사는 게 아니라 주체적인 개인으로써 매사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하라는 인간관을 가진 상담 이론이다. 지금의 내가 자신있게 차용할 수 있는 상태일까? 


 음, 유시민님. 정신 차리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바짝 고민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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