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뜨거운/따뜻한 사랑

<케빈에 대하여>를 통해 보는, 차가운/뜨거운/따뜻한 사랑

오늘 볼 영화는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입니다.

본 리뷰에는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네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시 불편하신 분은 페이지를 뒤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 형아쌤의 반짝 평점

참신성 : ★★☆☆☆
(본 영화의 장르는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입니다. 그렇지만 참신함, 자극성을 가지고 승부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참신하지 않은 소재입니다.)

몰입도 : ★★★★★
(영화를 보는 내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습니다. 답이 아니라 과정까지만 보여주는 극단적이고 혼란스러운 연출은 이 영화가 치명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시지 : ★★★★★
(글쎄요. 저도 감독이 의도한 영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같은 것을 보고, 수많은 해석을 할 수 있다면 그건 매우 훌륭한 작품이죠.)

심리 : ★★★★★
(영화는 에바(틸다 스윈튼), 케빈(에즈라 밀러)의 마음을 따라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전체 : ★★★★★
(영화가 끝나고나서야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래서,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하고요.)


대략의 줄거리를 살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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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의 삶은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에바는 가족 중 유독 자신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케빈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케빈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에게 고통을 준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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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구성 등은 모르지만 인물 심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포착하지! 라는 형아쌤의 자부심을 겸손케 만든 영화!

자, 시작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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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바 한 스푼.
에바는 자유롭고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입니다. 준비 없이 덜컥 가지게 된 아이로 인해 인생의 전환점을 갖게 되죠. 점점 배가 불러오는 자신의 모습을 흉측하게 느끼는 등, 엄마로써의 마음가짐을 갖지 못 합니다.
배 속의 아이는 오로지 재앙거리이자 두려움입니다. 어쩌다보니 엄마가 되었을 뿐이죠.
그런 에바이다보니 케빈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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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케빈은 에바의 품 속에서 항상 자지러지게 웁니다. 에바가 아무리 웃으며 달래보고, 비위를 맞춰보아도 케빈의 울음은 그치지 않습니다. 공사현장의 소음에 아기 울음 소리를 묻힌 후에 심적 안정을 느끼는 모습은, 힘들게 아이를 키운 어머니라면 공감할 법한 장면일 것입니다.

에바는 뜨겁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 정서가 엄마가 되는 두려움 속에서만 움츠러 드는 것인지, 에바 자체가 그런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남편과의 열정적으로 빗 속을 뛰노는 장면을 보면, 엄마라는 중책 속에서 삐걱거리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영화는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성애’에 대해 ‘당연하지 않은’ 사람을 보여줍니다. 에바는 당연함을 자신은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에 힘들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엄마이기에 응당의 역할을 해내고자 하죠. 케빈의 기이하고 섬뜩한 행동에서도 에바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그녀는 차갑다가 간혹 뜨거워집니다. 분노 등으로요. 사랑과 인자함 등의 온도. 따뜻함. 그것이 없는 에바는 아주 천천히 케빈의 엄마가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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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케빈 한 스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는 참 좋죠. 자기 나름의 상상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그 나름 모두가 답이면서도 답이 아니라는 점이 좋습니다. 제게 케빈은 이렇게 보였어요.

케빈은 다른 아이입니다. 인류의 평균적이고 일반적인 케이스와 다른 선천성을 지녔습니다. 케빈은 사랑을 따스함으로 표현하지 못 하고, 호감을 호의로 나타내지 못 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무기력하며 분노가 들끓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케빈의 기행을 바라보며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성격심리를 배운 사람이라면, 성선설 혹은 백지설을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내내 ‘부모의 어떠한 면이 케빈을 저렇게까지 만들었는가?’에 집중하면서 봤을 지도 모르겠네요. 저 역시 많은 영화가 그렇듯, 부모의 input에 따른 케빈의 output이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봤습니다. 결과적으로 내린 결론은 ‘그게 아니다.’입니다.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라는 물음에 케빈의 인간성은 냉소적으로 얘기합니다. 이런 녀석도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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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은 ‘악한 사람’입니다. 생득적으로 악한 본성을 타고났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사랑 받는 것 자체를 반기지 않을까요? 영화의 메시지는 이러한 시선에서 시작합니다. 사랑에 인색한 여자가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식의 어머니가 되었다면?

케빈은 참 민감합니다. 예민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니 어쩌면 뱃 속에서부터 자신이 환영받지 못 하는 아이라고 확신하며 삽니다. 특히 어머니가 느끼는 ‘엄마로써의 두려움’을 케빈은 ‘공명’합니다. 그러나, 엄마이기에 케빈은 애정을 갈구합니다. 자기 본연의 모습을 사랑해주기 바라는 케빈과, 그런 케빈의 존재가 너무 두려운 에바. 결국 케빈은 자신이 온전히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무대를 만듭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객석에서 인사를 하고 자신의 본성을 아낌없이 남발합니다.

최후의 순간까지도 에바는 케빈에게 따스해지지 못 합니다. 그러나 따뜻하든, 차갑던간에 케빈에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건 에바입니다. 케빈이 저지른 사고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에바는 기다려줍니다. 케빈이 직접 자신에게 이야기해주기를요. 케빈은 이야기합니다.

내가 아는 줄 알았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저에겐 이 이야기가 이렇게 들렸습니다.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무도 나를 따뜻하게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나를 아는 모두가 나를 싫어할 거라 생각했어. 근데, 엄마를 보니 따뜻한 사랑만 있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해. 차갑지만 노력하는 것도 사랑인 게 아닐까 싶어서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들은 어색하지만, 힘차게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평균적이지 않은 그들도 결국 엄마와 자식 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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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명작입니다. 시사 거리가 매우 풍부합니다. 내포된 메시지는 유려하면서도 날카롭게 관객의 마음을 찌릅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오늘, 케빈에 대하여 한 편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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