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146.]
종교인이면 일반인보다 더 도덕적이어야 하는 거 아닌가?
누구든 법을 어기면 안 됩니다. 그 중에서도 종교인은 더 청렴하고 도덕적인 모습이기를 기대하게 되죠. 어떤 종교이건간에 종교가 내포하고 있는 핵심가치는 사랑과 포용이니까요.
그러나 간혹 뉴스에서 말도 안 되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N번방 사건에 승려가 연관되어 있고, 교회 신도를 성폭행했다는 그루밍 성범죄 목사, 온갖 폭행과 착취를 하는 경우도 들려옵니다. 윤리적 기대가 큰 집단이다보니 이들의 범죄 사실은 종교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우기도 합니다. 알고 싶습니다. 절대자를 입에 담는 그들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는 데에는 어떤 심리학적 이유가 있을까요?
- 종교의 공통적 믿음은 절대자가 우리를 감시하고, 좋은 행동에는 보상을, 나쁜 행동에는 처벌을 내린다는 것이다.
- 캐나다의 심리학자 Christopher Burris는 종교와 이타심과의 관계를 탐구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 신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게 그들의 성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았다. (성행위를 본 건 두 가지 이유이다. 성행위는 인간의 가장 사적인 행동이고, 인간은 여러가지 이유로 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본 저널에선 종교관이 이타심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의 가설을 제시합니다.
1) 영성 모니터링 가설 : 절대자가 우리를 지켜본다는 믿음이 도덕적인 기대에 부응하도록 동기부여한다.
2) 영성 보상 가설 : 절대자가 현생이든 사후든 지금의 행동에 대한 보상을 준다는 믿음이 도덕적인 기대에 부응하도록 동기부여한다.
3) 영성 처벌 가설 : 도덕을 위반하면 절대자가 벌을 내릴 거라는 두려움이 도덕적인 기대에 부응하도록 동기부여한다.
실제 성행위의 동기는 다양합니다. 개인적인 만족감, 상대를 만족시키기 위한 관계적 동기, 상대의 사정따위 필요없는 배출욕 등. 일반적으로 단순한 생식욕구만으로 성행위를 하는 건 도덕적이지 않다고 여기죠. Christopher Burris 박사는 성행위의 동기 50가지를 정리하여 대학생들에게 설문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 동기가 좋은 동기인지 좋지 않은 동기인지 말이죠.
그리고 실험 전에 '하나님이 보고 계신다.', '하나님이 웃으신다.', '하나님이 찡그리신다.' 는 메시지를 각각의 그룹에 차별되게 제시하였습니다. 하나님이 아닌 '사람'을 주어로 넣은 집단 실험도 하였죠. 또 중립적인 메시지를 위해 '사람들이 걷고 있다.' 등의 메시지를 넣은 그룹도 있었습니다.
그 결과 신이나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영성 모니터링 가설과 '웃고 있다'는 영성 보상 가설은 이들의 이타적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찡그리신다.'는 처벌 메시지가 입력되었을 땐 보다 더 이타적인 동기에 호의적인 반응, 이기적인 동기에 부정적 반응을 하였습니다. 즉 이 실험에선 영성 처벌 가설만이 성립된 셈입니다.
상대방이 불쾌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 내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게 가능합니다. 특히 윤리적인 측면일수록 그 효과는 커집니다. 죄책감을 이용한 조종이죠. 신앙심이 아니라 자신의 종교에 대한 복종심을 강요하는 곳일수록 신도들의 행동을 강압하고, 죄책감을 심어주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게 종교에서의 가스라이팅이고 그루밍 범죄로 연결됩니다. 사이비 이단 종교들이 취하는 대표적인 방법이죠.
이는 인간의 근본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사랑과 화합을 얘기해야 하는 종교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여러분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가요? 신앙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만약 공포심과 복종을 강요하며 일상 생활의 죄책감을 키우기만 하는 곳이라면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그 곳이 정말 종교 단체로써 옳은 곳일지.
영성 처벌 가설의 관점에서 성직자들의 범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세 가지 차원으로 해석 가능합니다.
첫째, 자신의 행동이 범죄인 줄 모른다.
윤리 의식 자체가 부재한 경우입니다. 신도를 추행하고, 말씀을 강요하며 온갖 인도주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서도 그 자체가 옳은 일이라고 믿고 있다면 이럴 수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은 아무 악의 없이 경악할만한 일을 할 때가 있죠. 그건 정말 모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도덕과 인권을 모르는 이가 어찌 종교계의 리더로 있을 수 있을까요? 자격미달입니다. 초등학교 도덕부터 다시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자기는 처벌받지 않을 거라 믿는다.
남들이 하면 문제지만 자기는 해도 된다는 특권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입니다. 종교에서 다른 신도보다 높은 자가 누구일까요? 절대자입니다. 자신이 신이다 또는 신의 대리인이다. 그렇기에 일반 신도와는 다른 특별한 권한과 임무를 맡고 있다고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종교계의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한낱 인간으로써 신을 섬기는 자에게 월권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자격미달입니다.
셋째, 처벌하는 자가 없다고 믿는다.
여러분은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 있을 때 신호를 어기시나요? 주변을 둘러봤는데 아무도 없다면 쓰레기를 버리시나요? 그럼 이런 사람을 경찰관 옆에 두면 똑같이 무단횡단을 하고 무단투기를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지켜보는 사람이 있고, 자신을 처벌하리란 걸 알기 때문에 하지 못 합니다. 일반인에겐 양심이 그 역할을, 종교인에겐 신앙심이 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죄인 것도 알고, 절대자가 아시면 처벌할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죄를 저지르는 종교 지도자가 있다면? 애초에 자기를 감시하는 절대자 따위 없다고 생각하기에 가능합니다. 이들에게 종교는 강력한 이용 수단일 뿐 신앙이 아닙니다. 종교를 이용하는 사기꾼에 불과한 거죠.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과는 하나입니다. 그들은 종교를 운운할 자격이 없습니다. 목사가 그루밍 성범죄를 했다고, 승려가 도박을 했다고, 신부가 폭행을 했다고 그 종교를 욕할 필요 없어요. 애당초 이들은 저 직함을 가질 자격이 안 되는 미달자인 거니까요.
종교인의 부패와 이기심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인간의 나약한 면을 보게 되는 것만 같아서요.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교리 자체에 담긴 사랑과 화합의 가치에 감화받아 신앙 생활을 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