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145.]
창의력의 구조를 이해해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이제 창의력의 필요성도 흔한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은 아직 먼 이야기 같아요. 왜 그럴까?
아마 창의력이 죽은 상태에서 창의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좀처럼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게 저의 결론입니다. 창의력은 우리에게 익숙한 입시형 교육 체제와 접근부터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도, 학교도, 어쩌면 사회도 합심해서 바꿔야 하죠.
왜 교육이 문제라고 하느냐? 지금 창의력이 좋다고 인정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하실 수 있지만 글쎄요. 저는 그 사람들은 생존 경쟁에서 적응하지 못 한 아웃사이더처럼 보여요. 내면의 창의력이 워낙 좋아서 20~30년 간의 입시형 환경에도 불구하고 내면의 창의력을 죽이지 못 한 사람들이죠. 다만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현재에 적응하지 못 하는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기똥찬 방법 없을까?' 고민하였기 때문입니다. 부적응으로 밀어붙인 거죠. 그 결과가 지금 보이는 외적인 성공이고요.
창의력의 힘이 이렇게 위대합니다. 메마른 땅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나서 자기를 지키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 이렇게 일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인류는 상상 못 할 방향으로 새로운 발전을 해나갈 것입니다.
그러려면 창의력이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 알아봐야겠네요. 저널 내용부터 살펴보죠.
- 나날이 기술이 발전한다. 미래로 갈수록 독창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창의성이라고 부른다.
- 창의성은 복잡하지만, 창의적인 과정을 체계화하는 틀을 제공할 수 있다.
- 창의성의 메커니즘
전문지식 : 일반 지식 기반이 충분해야 함.
상상적 사고 : 아이디어와 상황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
벤처 사업가적 마인드 : 새로운 경험을 찾고, 모험하고, 불확실성을 용인하려는 욕구
창조적 환경 : 창조적 사고를 자극하고 장려하는 분위기
내재적 동기 : 기꺼이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
- 여기에서 내재적 동기는 오해하기 쉽다. 단기적인 행동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추진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창의력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습니다. 축약했지만 창의력에 대한 수백가지의 실험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이므로 믿어도 좋을 것입니다. 창의력을 올리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제가 다시 군집을 나눠보면 이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선천적인 기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지금 창의력을 바탕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기질적으로 특출난 상상적 사고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입니다. 그 중 벤처 마인드로 키울 수 있는 모험심, 실험정신이 있었기에 자신의 창의력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던 거겠죠. 전문지식이 후천적으로 날개를 달아줬다면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 겁니다.
입시형 교육에 익숙해진 이들은 점점 창조적 환경을 죽입니다. 익숙한 것, 안전한 것,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는 것, 실패를 두려워 하는 것 등의 요인에 의해 만들어진 방어적 태도가 '기존에 없던 것'을 위험하고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 결과는 어떨까요? 상상적 사고를 받아들이지 못 합니다. 벤처 마인드의 양분도 빼앗습니다. 남는 건 전문지식 뿐이네요. 기존에 있던 것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는 정답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전할 리 없습니다.
창조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만으로 벤처 마인드, 즉 도전성이 살아납니다. 도전성은 개인의 욕구를 자극시킴으로써 상상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기질적 한계가 있으나 후천적으로 닿을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릴 수 있게 해주죠.
- 자기결정론
Edward Deci와 Richard Ryan은 인간의 보편적 동기로
역량 : 숙달하고자 하는 동기
자율성 : 자유의지와 의욕을 체험하는 동기
심리적 관련성 :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동기
가 있다고 하였다.
아니, 상상적 사고가 선천적 기질이라고 했지 않았느냐? 후천적으로 어떻게 늘린다는 거냐? 궁금하실 것 같아요. 그에 대한 설명은 자기결정론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동물 심리학자였던 Harry Harlow 는 붉은털원숭이의 행동 연구를 하던 중, 이렇다할 보상이나 처벌 없이도 퍼즐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봤습니다. 당시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심리학은 행동주의 심리학이었어요. 입력한대로 결과물이 나온다. 즉,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욕구(식욕, 성욕)와 보상/처벌로 움직인다고 믿었죠.
그런데 이 원숭이들은 자신의 욕구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일을 보상도 처벌도 없이 하고 있으니 놀랄 수 밖에요.
결국 Harry Harlow는 인간을 움직이는 또 다른 동기가 있다는 결론에 다달았습니다. 그 후 유명한 애착 실험 등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죠. 20년 후 Harry Harlow의 연구를 Edward Deci가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여러 실험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동기를 세 가지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게 역량, 자율성, 심리적 관련성입니다.
쉽게 말하면 관계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하고 싶어한다는 거에요. 로저스가 이야기했던 자기실현경향성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창조성을 죽이는 요인들
Beth Hennessey는 수십년의 연구 끝에 의욕과 창조성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예상 보상
예상 평가
제한된 선택
제한된 시간
감시
경쟁
이제 창의력을 죽이는 6가지 요인을 살펴볼까요?
모두 학교에서 들었던 익숙한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1) 예상 보상 : 이거 하면 뭐 줘요?
저는 집단 프로그램을 할 때 강화물이라는 이름으로 간식을 주는 것을 반대합니다. 강사의 편의를 위함이지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Harry Harlow의 앞선 실험에서 퍼즐을 즐겁게 즐기던 원숭이들에게 퍼즐을 즐길 때마다 보상을 주자, 보상이 없을 때는 퍼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퍼즐 자체의 즐거움을 보상이 방해한 셈이죠.
2) 예상 평가 : 이거 안 하면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보겠어?
저 아저씨가 이 놈 하고 잡아간다는 말엔 무서운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일의 당위성을 '하지 않으면 큰일나기 때문'으로 바꿉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하지 않으면 큰일나서가 아니라 하고 싶고 필요해서 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등 뒤에 낭떠러지를 만들지 마세요. 방향을 잃고 무작정 달려갈 뿐이니까요.
3) 제한된 선택 : 다음 중 옳은 답을 고르시오.
객관식 문항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정답을 고를 뿐, 찾아내지 못 합니다. 이런 습관은 논술도, 자소서도, 업무에도 매뉴얼과 공식을 찾는 사람을 만듭니다. 그런데 아시잖아요? 인생에 정답이 어딨어요?
4) 제한된 시간 :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데!
사람에겐 응당 해야 할 인생 과업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업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에요. 마감 시간이 있으면 그것을 즐기기보다 해결하는 데에 급급해집니다. 성장 욕구가 충분히 길러진 사람은 재촉하지 않아도 자기만의 속도로 알맞게 나아갑니다. 빨리 간 사람은 결국 나중에 지쳐 쓰러집니다. 제발 닦달하지 마세요. 아이가 레고를 못 맞추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으면 그냥 지켜봐주세요. 비켜봐! 아빠가 할게! 이러지 마시고!
5) 감시 : 우리 애가 학원을 갔나요 선생님?
'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일'을 '누군가가 언제 어디서 지켜볼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요? 그의 일상에 두려움과 죄책감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원형의 감옥을 제안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언제 어디에서 감시 받는 지 모른다는 건 굉장한 압박입니다. 그들에게 자유가 있을까요?
6) 경쟁 : 네가 놀고 있을 때 네 짝궁은 공부하고 있을 걸?
슈퍼맨과 배트맨이 싸우면 누가 이겨요? 마징가 Z랑 태권 V 중에 누가 이겨요? 임요환이랑 페이커 중에 누가 더 훌륭해요? VS 떡밥은 재밌습니다. 그러나 그게 내 삶에 들어오는 순간 스트레스가 됩니다. 누군가 이긴다는 게 누군가가 지는 결과를 만드니까요. 그래서 경쟁은 일 자체보다 상대방을 제치는데 더 큰 의미를 줍니다. 자칫 윤리적으로 어긋난 일을 하더라도 이기면 장땡이 될 수 있죠.
제가 진행하는 사이코드라마(심리극)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자발성과 창의성입니다. 지금까지 익숙하고 고정되어 있던 역할로 살았던 사람들이 심리극을 통해 자신이 그간 해보지 못 한, 맘껏 해보고 싶었던 것을 체험합니다. 그 결과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자유로움을 만끽한 사람은 표정부터 다릅니다. 편하고, 풀려있어요.
정말 신기한 건 그렇게 당신이 원하는대로 해보세요 얘기를 하면 이내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게 된 일은 더이상 그에게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내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여러분의 생활에, 일상에, 주변에 창의성이 살아 숨쉬나요?
* 참고 자료
1. 왜 나는 나를 못 살게 구나요? 이젠 벗어나세요.
스스로를 옥죄는 강박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57
2.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의 미학
심심함에 대한 인식 변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28
3. 번아웃 증후군이 가져다주는 4가지 위험 신호
번아웃은 쫓기는 이들에게 옵니다. 그 위험 신호를 안내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30
* 출처 자료
Posted Nov 14, 2019 Jessica Koehler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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