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144.]
우울에도 종류가 있다. 그걸 잘 알아야 알맞은 대처도 할 수 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들 합니다. 감기를 생각하면 코감기, 목감기, 두통감기, 열감기 등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당연히 치료 방법과 처방약이 다릅니다. 그런데 우울증은 왜 똑같다고 생각할까요? 우울 역시 다양한 종류를 가지고 있습니다. 본 저널은 우울의 유형을 크게 4가지로 나눠서 설명함으로써 우울증에 대한 이해를 보다 더 깊이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나씩 살펴볼까요?
유형 1 : 상황적 우울증
-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강렬한 슬픔을 경험하는 것.
- 부정적인 사건, 고립된 상황 등에 우울을 느끼는 건 보편적 현상이다.
- 다만 몇 주가 지나도 가라앉지 않거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지속될 때는 주의해야 한다.
- 이런 경우 선의의 조언은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당연한 우울이 있습니다. 힘겹게 준비했던 면접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연인과 이별을 맞이했을 때, 원치 않은 일을 겪을 때, 하다못해 기분 나쁜 말만 들어도 이따금 우울한 감정이 듭니다. 이런 우울은 응당 느껴야 하는 감정입니다. 저런 경험을 했는데 기쁘고 즐겁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겠죠.
그러나 우울이 주는 불쾌한 감정을 견디지 못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감정의 높낮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것처럼 보입니다. 옷에 묻은 먼지인 양 우울을 털어내려 술을 먹고, 친구를 만나고, 다른 일을 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함이 가시지 않으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죠.
"야, 어떡하냐? 나 우울증 걸렸나봐."
아뇨, 높은 확률로 당신은 우울증이 아닙니다. 인문 심리가 대중화되면서 우울 감정이 곧 우울증처럼 여겨지게 된 건 무척 안타까운 사실이에요. 오히려 우울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일수록 우울증에 걸리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제 때 풀렸어야 할 우울이 해소되지 않고 가슴 한 켠에 쌓였기 때문에 생기는 거거든요.
만약 당신의 우울에 매번 명확한 최근의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우울증이 아니라 건강한 겁니다.
딱히 조언도 필요 없어요. 유일한 해결책은 시간이거든요.
유형 2 : 생물학적 우울증
- Daniel Amen's 박사의 Ted 영상을 통해 '우울한 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이나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티록신)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우울이다.
- 약물 치료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우울이다.
인간은 호르몬에 지배받습니다. 뇌 영역의 발달 및 활성화에도 영향을 받죠. 같은 환경 속에서 자랐다고 해도 변연계의 차이에 따라 한 쪽은 온순하고 한 쪽은 난폭할 수 있습니다. 생리 주기에 따라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아무 이유 없이 우울과 짜증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감정, 생각, 행동 모든 것이 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나의 호르몬 주기가 어떤지, 신경전달물질의 영향력이 얼마나 되는 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어쨌든 생물학적으로 우울할 경우 인위적인 약물을 통한 기분 전환이 비교적 쉽습니다. 유독 우울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뇌도 있는 법이죠.
유형 3 : 심리적 우울증
- 목표 상실, 자기에 대한 과한 기대감, 부정적 자기 표현 등의 우울이다.
- 실망하지 않기 위해 미래의 희망과 꿈 등에 미리 좌절한다.
- 이런 경우 인지 행동 요법(CBT)와 정신분석 상담이 모두 효과가 있다.
- 숙련된 심리 상담가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하는 우울은 심리적 우울에 속합니다. 흔히 '상처 받은 순간'이 만들어낸 '자기(Self)'로 인한 우울감이죠. 우울은 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쓸모없는 존재이고 상황을 타개할 힘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고통과 시련을 겪으면 투쟁보다 쓰러지는 감정을 경험합니다. 기대했다가 상처받는 게 무서워 구석에 몸을 숨기고 있는 모습을 그리시면 되겠네요.
심리 상담을 통해 '진정한 나란 누구인가?', '과거의 상처가 지금의 내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지금의 내 생각과 행동이 과연 합리적인가?' 등을 다룰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의 목적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사랑'을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상황적 우울증에서 말했듯 심리적 우울증은 우울 감정이 누적되어 굳은 겁니다. 감정을 분출하는 카타르시스 작업, 마음껏 울고 소리지르는 해소 작업 등도 적절합니다.
유형 4 : 실존적 우울증
- 상황적 우울의 촉발은 보통 부정적인 사건이지만 실존적 우울의 촉발은 역설적으로 긍정적인 사건이다.
- 긍정적 사건이 가져다주는 만족감이 기대만큼의 기쁨과 의미가 되지 못 할 때 '내 인생 전체가 시간낭비였나?', '이 목표 달성이 무슨 의미가 있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등의 우울함이 온다.
- 이런 경우 약물도, 심리상담도 효과적이지 않다.
- 통찰력 중심의 심리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게 좋은 출발점이다.
- 큰 의미의 목표(종교 단체, 철학, 독서모임, 인도주의 단체 등)를 지향하는 집단 활동이 도움이 된다.
- 외국의 문화 등 다른 삶의 방식을 경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 녀석입니다.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이따금 우울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의 특징은 어지간한 우울엔 힘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일생이 다운된 상태였기 때문에 정서가 하향평준화되어 있는 거죠. 그래서 남들이 볼 땐 우울해보여도 본인은 별 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날 때부터 타고 태어난 우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울의 뿌리가 실존적이고 철학적이기에 이렇다할 해결 방법도 없습니다. 만약 긍정적인 상황 후 유독 허망함을 느끼며 짙은 우울감에 젖는다면 당신의 우울증이 실존적 우울이라 의심해보세요.
실존의 가장 큰 목표는 '의미'입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인간에게 분명한 건 오직 '죽음' 하나 뿐이에요. 탄생과 죽음 사이의 삶을 어떤 의미로 채워 넣을 것인가? 하는 질문은 빅터 프랭클 등의 실존주의 철학자가 얘기했던 바이며, 결국 자기 실현과 자아정체감에 대한 화두를 던집니다.
그러니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일시적으로 기분을 고양시키는 약물도, 나의 역사를 되밟아보는 심리 상담도 아닙니다. '현재'를 직시하고 나의 인생을 어떤 의미로 채워 넣을 지 고민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유 없이 이따금 우울한 분에겐 철학을 권유합니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대의와 공동체를 위한 삶을 추천하고,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좋습니다. 지금껏 보지 못 한 문화권은 '아, 내가 아직 할 게 많구나.' 하는 목표 의식을 키워주니까요.
- 대부분의 경우 위에서 설명한 우울증 유형이 복합적으로 온다.
- 잘 훈련된 상담사는 내담자가 어떤 우울증을 앓는지 알아내고, 각 개인의 자산, 한계, 성격 유형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운다.
전반적인 설명을 통해 이미 드러났지만, 이 4가지의 유형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게 우울의 정체입니다. 코감기만 앓는 환자라면 비교적 치료가 쉽겠죠? 그것처럼 한 가지 우울만 앓고 있다면 접근과 극복도 쉽습니다. 체질 자체가 감기와 친숙하다면 아무리 꽁꽁 싸매도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실존적 우울증에 가까운 경우 우울 감정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겠죠.
마음 공부를 진정어리게 하는 사람일수록 'OO를 100% 해결하는 방법', 'OO는 이것 때문이다!', 'OO에 좋은 Best 5'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 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복잡하거든요. 짧게 줄일수록 그 의미가 왜곡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조심스러워요.
만약 여러분이 우울증으로 고생 중이라면 '나는 어떤 우울 유형일까?' 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세요. 그에 맞는 처방이 있을 테니까요.
1. 혈액 검사로 우울증 여부를 알 수 있을까?
혈액 속에도 우울이 나타납니다. 그 원리에 대해 소개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09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17-l1200S_w
2. 마구 먹어서 우울함을 푼다고요? 천만에!
우울함을 풀기 위한 폭식이 오히려 나를 우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31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G2-AV-vkW9E
3. 우울증을 치료할 새로운 약물이 등장했다.
신경정신과 약물 또한 우울증 대처를 위해 무척 필요한 정보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48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AuDSWxu-ynk
4.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우울증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
한국의 우울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줍니다. 그 상황적 요인들이 분명 있겠죠? 그에 대한 설명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89
5. 햇빛을 쬐면 우울증이 줄어들까?
흔히 햇빛을 쬐어야 우울함이 가라앉는다고들 하죠. 정말일까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46
Four Types of Depression
On situational, biological, psychological, and existential depression.
Posted Apr 27, 2020 John G. Cottone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the-cube/202004/four-types-depression
* 반디심리연구소에서 상담/강의 신청을 하고 싶다면?
https://www.bandiboys.com/q-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