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143.]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은 전염병 사태로 더더욱 빠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일은 꼭 회사에서 해야 한다'는 개념이 '재택근무로 가능하지 않나?' 로 변화하고 '학교도 온라인에서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전국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했습니다. 준비 안 된 시도인지라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도래할 현실이기에 "이런 문제가 있어!" 에서 그치기보다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며,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방면에서 살펴보도록 해요. 다룰 사안은 이렇습니다.
1) 온라인 개학에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
2) 온라인 개학은 실패한다.
- 동기 부여
- 온라인에 맞는 틀
- 내용의 흥미, 메신저에 대한 애정
3) 지금 할 수 있는 건?
학생에게 주어진 일은 공부입니다. (물론 공부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집-회사 증후군 편에서 소개했던 내용을 그대로 응용하는 게 가능합니다. 어른들은 재택근무를 할 때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듣는 거죠. 다시 한 번 집-회사 증후군 내용을 복기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35
- 일과 가정의 경계가 분명하면 당신은 분업자(segmenter)이다.
- 이들은 좀처럼 일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는다.
- Olson-Buchanan과 Boswell의 2006년 연구를 보면 분업자가 일과 가정의 충돌을 덜 경험한다.
- 퇴근과 함께 직장에 관련된 일을 '신경 끄는 게' 가능하다. (Park, Fritz, 2011)
- 일과 가정생활을 혼합한다면 당신은 통합자(integrator)이다.
- 이들은 저녁 식탁에서 일에 대한 대화를 하고, 업무 후에도 직장 동료와 사적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사생활에 일이 스며들었을 때 (퇴근 후 업무 연락, 야근으로 사적 약속을 취소해야 할 때 등) 덜 짜증을 느낀다. (Olson-Buchananan & Boswell, 2006)
- 업무 중 경험이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회사에서 좋았으면 집에서도 좋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우선 중요한 건 아이의 성향입니다. 여건이 주어지면 집에서도 충분히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아이인지, 그렇지 않은 아이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분업자 성향의 아이들에게 공부는 학교와 학원에서 하는 일이었습니다. 집은 휴식과 놀이의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공부를 하라고? 말이 되지 않을 겁니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전자 기기는 더더욱 그래요. 이걸 공부의 도구로 사용했던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애들이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압수했던 부모님 계신가요? 스마트폰은 친구와의 관계 연결 및 게임기입니다. 갑자기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공부를 하라고 해도 쉽지 않아요. 인지적인 틀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상적인 방법은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님께서 제안한 것처럼 뇌를 준비시키는 겁니다. ‘나는 지금부터 공부를 하는 상태이다. 등교를 한 상태이다.’ 라고 뇌에 정보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편한 옷이 아닌 등교용 복장을 갖추고, 집의 한 공간을 교실처럼 꾸민 후, 수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철저하게 나눕니다. 당분간 자택 교실 공간에선 오직 공부만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뇌과학적 이야기로써 뛰어난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대로 시행한다고 우리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글쎄요. 아마 실패할걸요?
2) 온라인 개학은 실패할 겁니다.
자택근무와 온라인개학의 원리가 같다고 얘기했으나 어디까지나 원리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그 구조가 다릅니다. 일단 아이들에게 ‘공부’는 간절하지 않고 어떻게든 안 하고 싶은 무언가 입니다. 싫은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자리에 앉도록 할 유인가가 없습니다. 이게 자택근무와 다른 점입니다.
자율성을 중시하고 유연 근무제를 허용하는 직장일수록 각 개인의 성과를 엄중히 평가합니다. 모두의 기질과 상황이 다르니 당신이 가장 편하게 일하도록 보장하겠다. 그러나 직장에 들어와서 역할을 부여받은 이상 그에 상응하는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그 성과에 따라 월급이라는 보수가 뒤따릅니다. 회사 일은 하기 싫더라도 마음을 붙들어 매고 해야 합니다. 월급이 달려있잖아요? 기왕 해야 하는 일 집중력 있게 잘 처리하기 위해 인위적인 자기 암시를 거는 거죠.
근데 학생들은? 학생들이 공부를 안 하면 당장에 큰일이 나나요? 무슨 불이익을 받나요?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요? 그건 아이들의 불이익이 아니라 부모님들의 불이익이죠. 성적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자기 성적표에 0이 써져 있든 100이 써져 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장에 노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니 앞서 말한 온라인 학습 성공을 위한 방법은 ‘학교 공부’ 자체에 충분한 동기화가 이루어진 학생들에게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새로운 체제가 낯설 뿐 이미 스스로 잘 하고 있을 확률이 더 커요. 동기가 충분하면 행동은 알아서 나오니까요.
우리나라 청소년 다수가 느끼는 ‘교육’의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것을 배우고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은 시험 성적이에요. 성적이 높게 나오는 것이 목적이며 결과입니다.
https://moneys.mt.co.kr/news/mwView.php?no=2020042414178041621
2020년 첫 전국 단위 모의고사인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사태를 보겠습니다. 24일 네이버의 실검을 장악한 건 시험 관련 키워드였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공부했던 내용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떻게든 점수를 올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험을 봤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막히는 게 있을 때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물품이 옆에 있으면 유혹을 느낍니다. 하지만 실검은 몇몇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죠.
우리나라의 교육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시작합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왜 해야 해요?” 라고 질문하지 못 합니다. 당연히 하는 거라고 배웠으니까요. ‘공부’ 자체에 대한 동기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좋은 대학 가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안 그러면 엄마아빠한테 혼나니까’ 하고 있다면 아이들이 ‘공부’를 할까요? ‘시험 성적 올리기’를 할까요?
그래서 단언합니다. 온라인 개학 실패합니다. 교육에 대한 의미와 접근부터 바꿔야 하는 장기적인 개선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집 안에 공부 공간을 만들고 교복을 입히더라도 행위자가 동기가 안 되었다면 며칠 가지 못 합니다.
학생들만의 문제일까요? 시스템적인 문제 또한 있습니다. 바로 흥미와 현장감입니다.
공부하겠다는 큰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재미있게 보며 의외의 대성공을 이루었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알쓸신잡이 그것입니다. 보다보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똑똑한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잡담을 나누는 걸 함께 웃으며 보게 됩니다.
그럼 만약 이들이 같은 주제를 놓고 여행과 수다가 아니라 칠판에 판서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성공하지 못 했을 겁니다.
매력적인 메신저, 여행과 식사라는 힐링 코드,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능력, 다방면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예측 불가의 흐름, 예능적 편집과 자막까지 구성되었기에 우리는 알쓸신잡을 ‘봐야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흥미로운 예능’으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할 수 있었다면
이미 학원은 다 망하고 없어졌어야 한다.
EBS가 있는데 왜 굳이 학원을 보내겠느냐?
이는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현장감이 있기 때문이다.
공감합니다. 동의합니다. 인터넷에서의 집중은 알쓸신잡처럼 재미 요소를 틈틈이 넣거나 메신저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야 가능합니다. 모든 선생님들에게 이것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일타강사가 아니라 현장 전문가잖아요.
특히 유튜브 플랫폼에 익숙해져가는 우리들에게 말과 말 사이의 공백은 견디지 못 할 지루함으로 다가옵니다. 끊임없이 감각적 자극이 필요해요. 같은 말이라도 자막이 바뀌고 시점이 바뀌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게 다 그 이유입니다. 꾸밈없고 말 사이 공백이 있는 무편집본 강의에 40분 이상 집중하는 거?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 맞춤형 수업 커리큘럼, 콘텐츠가 자리 잡지 않는 이상 이건 쉽지 않습니다. 아니, 불가능합니다.
3) 그럼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온라인 개학은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접속 불량, 부모개학, 교사 얼굴 캡쳐 등의 악용 등 역기능적인 사건이 주목 받습니다.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지 않은 교육부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 는 비판의 목소리를 점점 높여갑니다.
하지만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개학을 시도한 그 마음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완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욕 덜 먹으려면 아무것도 안 하면 돼요. 그러나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면 실패와 실수를 통해 개선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대신 대의를 위해 엄청난 욕을 감수해야겠죠.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상황 속에서 불완전한 대응들에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사, 학생, 교내 임직원 모두 불만을 쏟아내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상보단 현실을 봐야 합니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비로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입니다.
문제가 생기는 거 당연해요. 생기는 문제들에 예민하게 반응하시고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주세요. 그러나 이 문제 발생을 비난하고, 탓하고, 갈등하지 말아주세요.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도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도저히 집중하지 못 하는 아이가 있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과 환경 개선을 도와 공부 효율을 늘릴 수 있습니다.
공부에 동기 형성이 되어 있지 않은 아이가 있나요? 공부 시키는 거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어서 안정되어 오프라인 개학을 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당부할 수 있습니다.
자꾸만 바뀌는 교육부 지침과 학부모님들의 문의 전화, 갑작스레 바뀐 수업 체제 때문에 교사 분들도 힘듭니다.
우리 조금만 내려놓아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이 상황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이해하고 내려놓는 겁니다.
오히려 이 쉬어가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눠보세요.
온라인으로 수업하려니 집중도 안 되고 힘들지?
우리 이참에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걸 생각해보자.
우리는 공부를 왜 해야 할까?
* 참고 자료
1. 재택근무에 성공하려면 집-회사 증후군을 이해하라.
재택근무와 온라인 개학은 그 모습이 많이 닮아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적용점을 살펴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35
2. 성인이 되어도 악영향을 미치는 어릴적 부모의 행동들
혹 아이 공부 시키겠다는 마음이 앞서 마음에 없는 실언을 할 때 없으신가요? 이 글을 보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89
3. 홈스쿨링이 사회성 발달을 저해하나요?
홈스쿨링의 긍정적인 효과가 이미 있습니다. 어떤 아이가 홈스쿨링에도 성공할까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64
4. 내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주는 상처 : 무시
안정적이고 떵떵거리는 삶을 주기 위해 아이의 현재를 통제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177
5. 청소년기 자녀는 왜 부모하고 대화를 안 할까?
청소년기의 자녀 중 부모님과 대화 안 하는 경우 많죠. 이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도와줍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27
유튜브 : https://youtu.be/cue4vRsrRN0
* 출처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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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May 16, 2017 Angela Grippo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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