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30화)

마지막 연습

by 씨킴


용서



어느 정도의 연습이 지나면

다시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잘못도 어느 정도 용서받을 수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너보다 소중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마지막 연습]


​지안은 낡은 노트를 펼쳐 ‘용서’라는 단어 위에 펜 끝을 멈췄다. 3년 전 그날의 실수는 지안의 삶을 정지시켰다. 사소한 판단 착오가 불러온 결과는 너무나 컸고, 사람들의 비난보다 더 무거운 것은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이었다.


​반복되는 연습의 끝


​그는 매일 같은 악몽을 꿨고, 매일 아침 자신을 자책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것은 일종의 가혹한 '연습'이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는 연습. 하지만 어느 날, 지안은 깨달았다.


​"어느 정도의 연습이 지나면, 사람은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충분히 아파했고, 충분히 되새겼다. 이제 그의 몸은 실수를 저지르던 그때의 미숙한 지안이 아니었다. 수천 번의 자책을 통해 그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연습은 이미 끝난 것이었다.


시간이라는 묘약


​오랜만에 찾은 옛 동료는 의외의 말을 건넸다.


"지안 씨, 아직도 그 일 생각해요? 우린 이미 다 잊었는데. 그때는 화도 났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다들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지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절대 씻기지 않을 것 같던 잘못도 시간이 흐르자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잘못도 어느 정도 용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만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다. 세상은 이미 그를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를 용서한 상태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


​지안은 공원 벤치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문득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남들의 용서를 구하며 정작 자신을 가장 모질게 대했던 것은 본인이었다.


​'잘 생각해 보자.'


지안은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고 소중한 인연들이 있지만, 결국 이 모든 풍경을 보고, 느끼고,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었다. 나보다 소중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 지안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가 가벼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지안은 비로소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이제 괜찮아. 정말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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