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별(31화)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시선

by 씨킴



검은 별



우주의 끝을 캘 수 있는 비밀이 아직

무한히 남아있는 걸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은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밤하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공간의

간극이 사라지는 걸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은 포학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두렵지 않느냐, 우리의 눈을 파고드는

빛의 하늘에 수놓아진 평면의 점들이,

충돌하지 않는 선들이,

검은 별들이.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시선]


​노(老)학자의 망원경은 평생 우주의 끝을 향해 있었다. 사람들은 우주의 팽창을 신비로운 기적이라 불렀지만, 그는 그 무한함 속에서 소름 끼치는 공포를 읽어냈다. 인간이 수천 년을 연구해도 결코 캘 수 없는 비밀들이 여전히 무한히 남아있다는 사실은, 신이 우리에게 베푼 자비가 아니라 철저한 소외이자 무시였다.


​"우리가 아는 신은 존재하지 않아."


​그는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화면 속에는 밤하늘의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공간의 간극이 사라지고, 수억 광년의 거리가 단 하나의 평면으로 압축되는 환각이 그를 덮쳤다. 별과 별 사이의 질서 정연한 거리감, 그 완벽한 통제력이 오히려 신의 포학함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밤마다 우리의 눈을 파고드는 저 눈부신 빛의 향연들,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수놓아진 평면의 점들과 결코 서로 침범하지 않는 궤도들. 그것은 평화로운 우주가 아니라, 거대한 거미줄에 박힌 희생양들의 눈동자 같았다.


​"왜 충돌하지 않는가. 왜 이토록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는가."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그 별들이 사실은 '검은 별'이라는 사실이었다. 빛을 내뿜어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이 숨어 있었다. 별들이 그리는 선들이 결코 엉키지 않는 것은,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설계한 정교한 감옥의 창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게 되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은 더 이상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신이 인간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쳐놓은 거대한 장막이었다. 빛의 점들이 그를 비웃듯 반짝였다.

​우주의 끝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은 신의 배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개미가 인간의 발자국을 이해할 수 없듯, 철저히 압도적인 힘으로 지배하려는 포학한 설계자의 의도였다. 학자는 전등을 끄고 어둠 속에 파묻혔지만, 감은 눈동자 너머로 여전히 검은 별들이 소리 없이 궤도를 돌고 있었다.

​신은 무서운 존재였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차갑고도 거대한 포학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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