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시선
검은 별
우주의 끝을 캘 수 있는 비밀이 아직
무한히 남아있는 걸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은 무서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밤하늘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공간의
간극이 사라지는 걸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신은 포학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두렵지 않느냐, 우리의 눈을 파고드는
빛의 하늘에 수놓아진 평면의 점들이,
충돌하지 않는 선들이,
검은 별들이.
[사건의 지평선 너머의 시선]
노(老)학자의 망원경은 평생 우주의 끝을 향해 있었다. 사람들은 우주의 팽창을 신비로운 기적이라 불렀지만, 그는 그 무한함 속에서 소름 끼치는 공포를 읽어냈다. 인간이 수천 년을 연구해도 결코 캘 수 없는 비밀들이 여전히 무한히 남아있다는 사실은, 신이 우리에게 베푼 자비가 아니라 철저한 소외이자 무시였다.
"우리가 아는 신은 존재하지 않아."
그는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화면 속에는 밤하늘의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 공간의 간극이 사라지고, 수억 광년의 거리가 단 하나의 평면으로 압축되는 환각이 그를 덮쳤다. 별과 별 사이의 질서 정연한 거리감, 그 완벽한 통제력이 오히려 신의 포학함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밤마다 우리의 눈을 파고드는 저 눈부신 빛의 향연들, 하늘이라는 캔버스에 수놓아진 평면의 점들과 결코 서로 침범하지 않는 궤도들. 그것은 평화로운 우주가 아니라, 거대한 거미줄에 박힌 희생양들의 눈동자 같았다.
"왜 충돌하지 않는가. 왜 이토록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는가."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그 별들이 사실은 '검은 별'이라는 사실이었다. 빛을 내뿜어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 이면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심연이 숨어 있었다. 별들이 그리는 선들이 결코 엉키지 않는 것은,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설계한 정교한 감옥의 창살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없게 되었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은 더 이상 낭만의 대상이 아니라, 신이 인간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쳐놓은 거대한 장막이었다. 빛의 점들이 그를 비웃듯 반짝였다.
우주의 끝을 알 수 없게 만든 것은 신의 배려가 아니었다. 그것은 개미가 인간의 발자국을 이해할 수 없듯, 철저히 압도적인 힘으로 지배하려는 포학한 설계자의 의도였다. 학자는 전등을 끄고 어둠 속에 파묻혔지만, 감은 눈동자 너머로 여전히 검은 별들이 소리 없이 궤도를 돌고 있었다.
신은 무서운 존재였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선, 차갑고도 거대한 포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