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不在)의 나라
천국
그대와의 먼 이별의 순간에 다다르고 있다.
이 세상 말고 우리들이 꿈꾸는 그곳에는
아름다운 소망의 시간이 흐르고 있으며,
온갖 사물들이 믿음으로 소통하는 장과
이별의 개념이 부재하는 공간을 이루어서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부재(不在)의 나라]
그녀의 손등 위에 남은 온기가 마지막 모래시계의 눈금처럼 잦아들고 있었다. 창밖으로는 저녁노을이 길게 드리워졌고, 우리는 생의 가장 먼 이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우리가 가기로 약속했던 그곳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슬픔이 차오를수록 목소리는 더욱 낮고 단단해졌다.
“그곳은 말이야, 우리가 늘 꿈꾸던 아름다운 소망의 시간만이 흐르는 곳이야.”
내가 묘사하는 그곳은 이 세상의 물리적인 법칙과는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나라였다. 그곳에서는 온갖 사물들이 인간의 언어가 아닌, 깊고 투명한 ‘믿음’으로 서로 소통했다. 나무는 바람의 진심을 읽고, 꽃은 대지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는 장(場)이었다.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귓가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그곳엔 ‘이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부재한다는 거야.”
그곳의 사전에는 ‘떠나다’라거나 ‘남겨지다’라는 단어가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모든 존재가 영원한 현재 속에 머물며 서로를 투과하듯 연결되어 있었다. 그곳의 공기는 오직 사랑으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으면 숨을 쉴 수도, 꽃을 피울 수도,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곧 사랑한다는 뜻과 같은 곳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이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사이에는 이별이 침범할 틈이 없었다. 우리가 꿈꾸는 그 천국이 이미 우리의 맞잡은 손 사이에서 작은 씨앗처럼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 그 세계로 그녀가 먼저 한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닦았다. 머지않아 나 역시 그곳의 문을 열게 될 것이고, 우리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영영 잊은 채 서로의 믿음으로 다시 소통하게 될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이별은, 그렇게 영원한 사랑의 공간으로 향하는 투명한 관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