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 새벽이 좋다 하고서는(2화)

위선의 시간

by 씨킴


벽두 새벽이 좋다 하고서는


해질녘과 새벽 중에 어느 때가 더 좋으냐 물으면,

벽두 새벽이 좋다 하고서는

대개 사람들은 새벽처럼 생색내지 않는다.

저녁과 같이 도리어 호사스럽다.

나와 다른 사람 중에 누가 더 좋으냐 물으면,

내가 좋다 하고서는

너도 다른 사람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위선의 시간]


​그는 늘 새벽의 고결함에 대해 설파하던 사람이었다. 술잔을 기울이다가도 창밖이 푸르스름해지면, 세상이 새로 태어나는 벽두 새벽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시간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해질녘과 새벽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


​어느 날 내가 물었을 때도 그는 단호했다. 당연히 새벽이지. 어둠을 밀어내는 그 서슬 퍼런 시작이 좋지 않은가. 하지만 내가 지켜본 그의 삶은 새벽의 정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들은 대개 새벽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새벽처럼 제 몸을 낮춰 헌신하거나 생색내지 않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 그들은 새벽의 가치를 빌려와 자신의 고상함을 증명하려 들 뿐, 실제로는 해질녘의 붉은 노을처럼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눈앞의 즐거움에 탐닉한다. 그는 새벽을 예찬하며 저녁의 향락을 누리는, 모순된 풍경 그 자체였다.

​그 모순은 비단 시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언젠가 그가 내게 물었다.


​"나와 다른 사람들 중에 누가 더 좋은가?"


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당신이 좋다고. 수많은 타인 중에서도 오직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게는 특별하다고. 나의 고백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내가 좋다'는 나의 진심을 전리품처럼 챙겨두었을 뿐, 정작 본인은 나를 대할 때 그가 무시하던 '다른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나를 특별하게 여긴다던 그의 말은 새벽을 사랑한다던 그의 말만큼이나 공허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방치했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쉽게 오해했으며, 결국 다른 사람들처럼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새벽의 이름을 빌려 생색을 냈고, 나는 그 생색에 속아 내 진심을 헐값에 넘겨주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벽두 새벽이 좋다 말하는 사람들의 입술은 얼마나 호사스러운 저녁을 닮아 있는지. 나를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타인보다 더 차갑게 등을 돌리는 그 마음이 얼마나 황량한 전장인지를.

​나는 이제 더 이상 새벽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진짜 새벽을 아는 자는 그것을 입 밖으로 내어 생색내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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