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밤, 뭇 별(8화)

당신이라는 이름의 별

by 씨킴


먼 밤, 뭇 별



새벽에 홀로 깨어

먼 밤, 뭇 별들을 쳐다봅니다.


먼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뭇 별, 그 별들 중 하나가,

''당신은 지금 혼자인가요?''

하고 내게 애처롭게 말을 건넵니다.


그러나,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처지가 더 서러워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하고 다시 물어옵니다.

사실 아무렇게나 불려도, 부르는 게

그것이 제 이름값을 하는 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서, 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날 불러준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그럼 저 안에서 당신을 뭐라 부르면 되죠?''

하고 이제는 제법 세상의 이름을 들추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용기를 내어,

'이름 같은 것은 그닥 중요하지가 않지!'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려 했지만...

나는 그 당신이라는 소리가 듣기에 참 좋았습니다.


나에게 다정스레 손을 내미는

먼 밤, 뭇 별들에게도

어느 한 가지 변변한 대답을 해 줄 수 없는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고심한 끝에,

''네가 처음에 날 그렇게 부르지 않았니?''

하고는 결국 말해버렸죠!


내가 이렇게 그에게로 다가가자

먼 밤, 뭇 별들이 수군덕거립니다.

겨우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하지만, 그건......''


이제는 먼 밤, 뭇 별들 중에서도

가장 반짝거리는 별 하나가,

오히려 내게 아무런 대답도 주지 못한 채

먼 밤하늘에 수줍은 웃음꽃을 피워 냅니다.












[당신이라는 이름의 별]


​세상이 잠든 새벽, 지독한 고독이 침대맡까지 차오를 때면 나는 홀로 깨어 창문을 열었다. 도시의 불빛이 꺼진 하늘 위로 먼 밤의 뭇별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누구에게도 닿지 못할 그리움을 품고 별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수만 개의 별 중 가장 작고 투명한 별 하나가 내 창가로 빛의 파동을 보내왔다.


​“당신은 지금 혼자인가요?”


​별이 건넨 말은 애처로웠다. 하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말하기엔 내 처지가 너무 서러웠고, ‘아니다’라고 말하기엔 방 안의 정적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침묵이 흐르자 별은 다시금 반짝이며 물어왔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이름. 살면서 수없이 불려온 그 고유 대명사가 진정 내 이름값을 하고 살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사실 세상이 나를 무엇이라 부르든 상관없었다. 그저 이 광활한 우주 한구석에서 아무도 찾지 않던 나를, 별이 먼저 불러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이 메어 대답할 수가 없었다.

​별은 이제 제법 세상의 호칭들을 들먹이며 나를 규정하려 애썼다.


​“그럼 저 아래서 당신을 뭐라고 부르면 되죠?”


​나는 용기를 내어 “이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외치려 했다. 하지만 입술 끝에 머문 말은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사실은 별이 나를 부를 때 썼던 그 다정한 대명사, **‘당신’**이라는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이름도 직함도 없는, 그저 오롯한 존재로서의 나를 불러주는 그 소리 말이다.

​한참을 고심했다.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뭇별들에게 변변한 대답 하나 해줄 수 없는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 것 같았다. 나는 창밖으로 몸을 기울여 별을 향해 조심스레 속삭였다.


​“네가 처음에 날 그렇게 부르지 않았니? 나를 그저 ‘당신’이라고 말이야.”


​내가 그 부름을 나의 이름으로 받아들이며 한 걸음 다가가자, 먼 밤의 뭇별들이 일제히 수군덕거리기 시작했다.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그들은 당황한 듯 속삭였다.


“하지만, 그건… 그건 이름이 아니라…”


​그것은 관용적인 부름일 뿐 이름이 될 수 없다고 별들은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그 별 하나는 더 이상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별은 내가 찾은 나만의 이름—‘당신’이라는 그 다정한 호칭—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대답 대신 먼 밤하늘에 수줍은 웃음꽃을 피워내며 반짝였다.

​그날 새벽, 나는 이름 없는 존재에서 별이 불러준 ‘당신’이 되었다. 창밖의 뭇별들도 이제는 나를 낯선 이가 아닌, 밤하늘의 일부처럼 여기는 듯 다정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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