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꿈꾸는 때가 아름답다(7화)

무형의 유산

by 씨킴


희망은 꿈꾸는 때가 아름답다


즐거움의 한때가 지나면

고난의 한파가 닥칠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의 재난을

피할 수 있겠는가.


절망도 지나고 보면 또 그립다.

비록 지금이 가난하다 하여

안타까운가.


그대여, 슬프거나 외롭거나

부자이거나 아니거나,

내일을 꿈꾸는 그 마음 속에서나마

거룩하지 않은가.

미래를 준비하는 이 일이 왜 두려운가.


희망은 꿈꾸는 때가 아름답다.

그 시절 헛되지 않았거늘,

여하한 수고들이 그립지 않은가.

지나간 시간들이 어찌 아까운가.

그대여,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에 대해 감사하자!














[무형의 유산]


​등유 난로가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위태로운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호는 외투를 벗지도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굳은 손가락을 녹였다. 한때는 그에게도 화려하고 즐거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계절이 돌 듯 즐거움의 한때가 지나자, 예고도 없이 고난의 한파가 닥쳤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래의 재난은 그의 모든 실질적인 것들을 앗아갔다.


​"비록 지금 가난하다 하여 안타까운가."


​그는 벽에 붙여둔 낡은 메모를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방 안엔 입김이 하얗게 서렸지만, 신기하게도 마음만은 완전히 얼어붙지 않았다.

​문득 지난달 겪었던 지독한 절망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당장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 같아 고통스러웠는데,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복기해 보니 그 절망조차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던 그 생경한 감각들이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펜을 잡았다. 내일을 위한 계획서를 쓰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 누군가는 당장 먹을 빵도 없는데 꿈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호는 알고 있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내일을 꿈꾸는 그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영역이라는 것을.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왜 두려운가.'


​그가 겪어온 수많은 수고와 눈물겨운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비록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이었지만, 그 시련을 통과하며 얻은 단단한 의지와 희망을 꿈꾸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었다.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지만, 도호는 더 이상 몸을 웅크리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내일의 온기에 미리 감사하며, 도화지 위에 새로운 꿈의 지도를 그려 나갔다. 희망은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보다, 그것을 간절히 꿈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는 비로소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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