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유산
희망은 꿈꾸는 때가 아름답다
즐거움의 한때가 지나면
고난의 한파가 닥칠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 미래의 재난을
피할 수 있겠는가.
절망도 지나고 보면 또 그립다.
비록 지금이 가난하다 하여
안타까운가.
그대여, 슬프거나 외롭거나
부자이거나 아니거나,
내일을 꿈꾸는 그 마음 속에서나마
거룩하지 않은가.
미래를 준비하는 이 일이 왜 두려운가.
희망은 꿈꾸는 때가 아름답다.
그 시절 헛되지 않았거늘,
여하한 수고들이 그립지 않은가.
지나간 시간들이 어찌 아까운가.
그대여,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에 대해 감사하자!
[무형의 유산]
등유 난로가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위태로운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도호는 외투를 벗지도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굳은 손가락을 녹였다. 한때는 그에게도 화려하고 즐거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계절이 돌 듯 즐거움의 한때가 지나자, 예고도 없이 고난의 한파가 닥쳤다. 눈에 보이지 않던 미래의 재난은 그의 모든 실질적인 것들을 앗아갔다.
"비록 지금 가난하다 하여 안타까운가."
그는 벽에 붙여둔 낡은 메모를 소리 내어 읽어보았다.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방 안엔 입김이 하얗게 서렸지만, 신기하게도 마음만은 완전히 얼어붙지 않았다.
문득 지난달 겪었던 지독한 절망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당장이라도 세상이 끝날 것 같아 고통스러웠는데,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 복기해 보니 그 절망조차 어쩐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고,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던 그 생경한 감각들이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펜을 잡았다. 내일을 위한 계획서를 쓰고, 보이지 않는 미래를 설계하는 일. 누군가는 당장 먹을 빵도 없는데 꿈이 무슨 소용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호는 알고 있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내일을 꿈꾸는 그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거룩한 영역이라는 것을.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왜 두려운가.'
그가 겪어온 수많은 수고와 눈물겨운 시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비록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이었지만, 그 시련을 통과하며 얻은 단단한 의지와 희망을 꿈꾸는 능력은 그 무엇보다 값진 유산이었다.
창밖으로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왔지만, 도호는 더 이상 몸을 웅크리지 않았다. 그는 보이지 않는 내일의 온기에 미리 감사하며, 도화지 위에 새로운 꿈의 지도를 그려 나갔다. 희망은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보다, 그것을 간절히 꿈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는 비로소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