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6화)

양면의 궤적

by 씨킴


그림자


나쁜 일은

그 그림자도 따라서 한다.

아랫사람을 괄시하는 사람은

윗사람에게 알랑거리는 그림자가 비친다.









[양면의 궤적]


​박 부장은 사내에서 ‘대나무’라고 불렸다. 물론 그가 곧기 때문이 아니라, 아랫사람들을 대나무 회초리처럼 가혹하게 후려치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보다 직급이 낮은 사원들의 인격이나 수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서류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수십 명의 동료가 보는 앞에서 얼굴에 던지기 일쑤였고,


"머리는 장식으로 달고 다니느냐"


는 폭언을 일삼았다. ​그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라며 자신의 포악함을 '카리스마'로 포장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의 로비에서 박 부장의 뒤를 쫓던 신입 사원 지훈은 기묘한 광경을 목격했다.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오후의 햇살이 박 부장의 실루엣을 바닥에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런데 박 부장의 당당하고 고압적인 걸음걸이와 달리, 바닥에 비친 그의 그림자는 어딘지 기괴했다.

​그림자는 허리를 굽실거리며 손바닥을 비비고 있었다. 본체는 고개를 깟깟하게 쳐들고 있는데, 그림자는 연신 누군가에게 알랑거리듯 비굴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저게 뭐야..."


지훈이 눈을 비비는 사이, 저 멀리 엘리베이터에서 이 전무가 내렸다. 그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원들에게 사자처럼 포효하던 박 부장의 본체가 순식간에 그림자의 형상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박 부장은 0.1초 만에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아랫사람의 서류를 던지던 그 오만한 손은 이제 이 전무의 가방을 대신 들기 위해 애처롭게 뻗어 나갔다. 방금 전까지 사원들을 멸시하던 매서운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윗사람의 눈치만 살피는 비굴한 강아지의 눈망울만 남았다.

​지훈은 깨달았다. 박 부장이 아랫사람을 괄시했던 그 모든 행위는, 사실 윗사람에게 짓눌린 자존감을 보상받으려는 처절한 발버둥이었다는 것을. 나쁜 짓을 일삼는 본체의 뒤에는 항상 그 악취를 닮은 그림자가 붙어 다니는 법이었다.

​박 부장이 이 전무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며 아부를 떠는 동안, 바닥에 깔린 그의 그림자는 더욱 길고 비굴하게 늘어져 있었다. 그것은 박 부장이 결코 숨길 수 없는, 그의 진짜 영혼의 형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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