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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윰 Aug 06. 2024

외국인 청소년 홈스테이 2

잘 지내고 있겠지, 보고싶은 우리 가족

8박 9일의 홈스테이 일상들을 기록한다.

소누와 함께 지냈던 시간들, 머문 자리, 추억들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기억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려서 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같지 않다. 또 바쁜 일상을 지내다 보면 쉽게 무뎌지고 잊혀지는게 너무 아쉽다. 짧게나마 기록하는 습관들이 생각을 복기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그래서 시작된 나의 브런치스토리이기도 하다. 순간의 기록을 모아 삶을 이루듯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시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본다.


오리엔테이션날 소누의 가족사진을 전달받았다. 소누가 머무는 동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보고자 사진을 현관에 두었다. 첫날 우리 집에 들어서는 순간 액자를 보고 고마워했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긴 비행으로 피곤한 몸과 긴장된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외출 전후, 소누는 사진 속 가족들에게도 안부 인사를 나눴다.


처음 만난 날, 우리는 한국민속촌에 갔다. 사실 전날 인터넷에 외국인과 갈 만한 장소를 검색했고 그중 한국민속촌이 있었다. 나도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 박물관이나 역사관 방문을 좋아했었고 흥미롭게 관람한 경험들이 생각이 났다. 게다가 한국을 소개할 만한 장소로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야간개장으로 진행 중인 여름 공포 체험까지. K-귀신과의 만남으로 아주 시원한 여름밤을 보내고 돌아왔다.


아니 누가 민속촌에 놀이기구를. 남편과 나는 놀이기구를 잘 타지 못한다. 아이들과 놀이공원을 함께 다니다 보니 잔잔한 기구만 탔던 지난 10년들. 보기만 해도 철렁거린다. 우리 소누 역시 틴에이저다. 놀이기구를 보자마자 큰 웃음이 보였다. 오빠 할 수 있지? 나의 시그널을 받은 남편은 소누와 줄을 섰고 5분의 짜릿한 시간을 보내고 내려왔다.


영화제 축제로 볼거리가 많은 한 주였다. 다행히 바로 집 앞에서 행사가 진행되었으며 여러 나라의 외국인관계자들로 북적이는 인터내셔널 한 동네가 되어버렸다. 한쪽 이벤트 부스에서 들려오는 K-POP에 좋아하며 흥얼거리는 소누다. 나보다 한국 연예인을 더 많이 알고 있는 미국 틴에이저.


소누의 학교 굿즈다. 선물을 고르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싶다. 정성과 마음이 느껴진 선물이었다. 작은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가 낫다는 부모님의 조언으로 우리에게 제법 큰 사이즈를 준비했다. 하지만 주부들은 알 것이다. 건조기를 사용하면 사이즈가 조금 줄어질 테니 걱정 없었다.


매일 든든한 아침을 챙겨주고 싶었다. 간단한 시리얼도 괜찮다며 부담 갖지 말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왕 준비하는 거 볶음밥, 샌드위치, 떡국, 토스트, 우동, 토띠아 등  든든한 간편식 아침으로 챙겨주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소누의 아침을 준비하는 일과가 나름 재미있었다.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 학교 가는 우리 아이들도 챙겨주고 덕분에 부지런한 엄마가 되어보았다.


한복을 입고 창덕궁을 방문했다고 한다. 고운 한복을 입고 조선시대궁궐을 배경으로 여러 사진을 남기고 민속놀이까지 해보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날은 날씨가 유독 좋았던 터라 한복을 입고 투어 하는 게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너무 더워 얼음물이 필요했다는 소누.

 

매일 아침 남편이 소누를 역까지 바려다 주었다. 집에서 역까지는 도보로 5분도채 걸리지 않지만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남편은 소누와 대화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짬짬이 만들어 보내왔다.

  

소누를 등교 보내고 매일 방청소를 해주었다. 기특하게도 작은 개인청소용품까지 챙겨 오며 나름 방청소는 스스로 하려고 했던 것 같다. 비치해 두었던 쓰레기통에는 머리카락과 찍찍이 테이프들까지 버려져 있었다. 수건도 하루에 1장으로 아침에 사용한 수건은 의자에 널어두어 건조하여 저녁까지 사용하는 소누였다. 정말 사려심도 있고 생각도 깊은 아이다.


세탁 후 건조 된 옷을 정리하는데 원피스가 뜯어져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살짝 뜯어진 모양이다. 바로 수선집으로 달려가 옷을 꿰매고 그날 저녁 바로 건네주었더니 오히려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하다며 고마워했다. 우리 가족이 되었으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


소누의 카카오톡. 이번에 여행하면서 계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어도 중간중간 보이고 소녀답게 뭐가 많다. 한창 유행했던 MBTI까지.


우리 소누 매일 아침 등교하는 길. 엘리베이터 같이 기다려 주기.


이날은 지하철역까지 함께 했고 제법 익숙하게 걸어 내려간다. 열차가 곧 도착예정이라 뛰는 내려가는 소누. 고새 한국사람이 다 되었다.


김치 김치 노래를 불렀던 소누. 정말 잘 먹더라. 그날 수업은 김장체험이었다. 직접 담근 소누표 김치. 젓갈도 팍팍, 고춧가루도 아낌없이 넣고 만든 정성 가득 김치였다.


아침메뉴는 또띠아였다. 쉽게 만들 수 있고 핑거푸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남은 반쪽은 오전 간식으로 먹겠다며 챙겨가기까지 했다. 늘 잔반 없이 맛있게 먹어주는 소누에게 고마웠다.


드디어 마지막 등굣길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대화를 나누고. 나는 그냥 말없이 안아주었다. 


우리 소누방에서 찍은 하늘, 저녁노을이 유난히도 예뻤다. 


이 신발로 누볐을 한국 땅. 대견하다. 용감하다. 


소누에게 서울의 밤을 보여주고 싶었다. 학교 다니면서 서울의 오후는 많이 봤을 테지만 어둡고 화려한 서울의 밤은 보지 못했을 거란 생각에 시티버스 야간투어를 예약했다. 1시간의 운행으로 서울의 유명 관광지를 훑어보는 다채로운 투어였다. 


탑승 시간까지 한참 남았었다. 좋은 자리 앉아보겠다고 가족들 카페로 들여보내고 탑승하기 40분 전부터 줄 서서 기다렸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려는 가족들의 노력에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투어 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우리 집 근처에 피어싱가게가 있다. 소누는 아기 때 귀를 뚫어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고. 근처 지나가는 길에 혹시 피어싱을 새로 할 생각 있으면 말해달라고 넌지시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기억한 소누가 떠나기 전 피어싱을 새로 하고 싶다고 했고 안전하게 소독부터 관리방법까지 숙지하고 우리와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드롭장소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로써 홈스테이의 모든 활동이 끝이 났다. 



Hi 소누.


You are leaving tomorrow? Times flies an arrow. I have this kind of feeling especially when we think life is feel enjoyable or when we don't want somebody to leave from us.


All members of My family have been really happy to meet you and thank for everything that we have spent time and share good memories together.


I hope I will see you someday in near future. I am sure that you've been already a wonderful person and you've done very well so far in your life.


I would like you to bring good memories from Korea and share them with your lovely family.


Enjoy your long flight and take care. We all love you and will miss you a 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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