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러 그에게 다가갔다. 정신없이 짖는 해피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내었다. 그 마음을 알았는지 해피는 잠시 멈칫거리다가 살랑이는 꼬리를 자랑했다. 개를 한 번도 만진 적이 없던 터라 두려움이 컸지만 생각 전환으로 상황을 뒤바꾸는 건 충분히 가능했다. "어떻게든 너를 내 편으로 만들겠어."가 아니라, "너의 친구가 되고 싶어"로. 해피는 끝내 곤두선 적개심을 늦추고 자신을 쓰다듬기를 허락했다. 우린 N극과 S극인 자성으로 제법 잘 통했다.
집에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로 가득한 집이 대모님과 나를 반겼다. 햇빛이 헤집어 놓은 것과 다르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약간의 먼지 쌓인 소파만 봐도 충분히 안락해 보였다. 당장 뛰어 눕고 싶었으나 예의는 차리는 것이 상책이었다. 웃음기 가득한 모형 강아지가 현관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언제라도 주인을 위해 지켜줄 것처럼. 밖에선 해피가 여전히 이쪽을 보고 짖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다. 우린 이미 친구니까. 대뜸 대모님은 자신의 아들 이야기를 꺼내셨다.
"내 아들이 있는데 지금은 군대 가서 못 볼 거야."
"아 그래요? 언제 한 번 뵈었으면 좋겠네요."
대모님께도 아들이 있는 건 당연했다. 딩크족이 아니라면야 나도 그들처럼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있으면 했다. 행복추구권은 개인이 자신의 행복을 보장받을 권리이고 사전에 획득된 생존권이다. 이러한 권리는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욕구를 함유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 애브러험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가 총 5단계인 피라미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다. 모든 생물체와 다를 바 없이 음식을 먹으면 노폐물을 내보내고, 신체적으로 피로해지면 수면에 드는 것이다. 2단계는 안전의 욕구. 인간은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시절부터 두 발을 땅에 디디며 움막을 틀어 유목민으로 생활해 왔다. 비바람과 짐승들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3단계는 애정과 소속의 욕구. 중국에서 실행된 '모성애 실험'을 예를 들어보자. 2019년 5월 중국 후베이성 상양의 동물원에서 3살 된 암컷 원숭이가 새끼를 낳았다. 새끼 원숭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매우 허약해서 그로 인해 이틀 만에 죽고 말았다. 사육사들은 시체가 된 새끼 원숭이를 치우려 했으나 어미 원숭이는 꼭 끌어안으며 거세게 반발했다. 어미 원숭이는 자식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핥으며 깨우려는 노력을 했다. 해리 할로우 박사의 '원숭이 애착' 실험은 주로 사랑과 애착 모성애에 관한 심리를 연구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사랑의 본질'에 접근한 최초의 실험으로 현재까지도 사례언급에 주목받고 있다. 4단계는 존경의 욕구다. 인간은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닮으려는 습성이 있다.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은 자신을 친자라고 속인 어머니와 광대의 고독한 직업을 비롯한 망상장애로 움켜쥐었던 분노를 폭발시켰고 결국 고담시를 괴멸시켰다. 고담시의 악랄한 범죄적인 배후 정치로 인해 불만을 갖고 있던 시민들은 분기를 들고 쿠데타를 일으키게 된다. '고담시'는 소돔과 고모라의 합성어이다. 오늘날의 뉴욕 자화상이라는 '크리스천투데이' 칼럼에 따르면, 시민들에게 있어서 아서 플렉은 구원자로 보였을 것이다.
다른 예시로, 헬렌 켈러는 허버트 조지 웰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허버트 조지 웰스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언론인, 사회학자 및 역사학자이다. 그는 영국 켄트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아들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열세 살 때부터 스스로 생계를 해결해야 했던 그는 학교를 그만두고 다양한 일을 거쳐 불운한 시기를 보냈다. 그러다 어머니의 도움으로 문법 학교를 시작으로 학업에 몰두했으며 이후 생물학 강사로 재직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첫 저서를 낸 후 건강이 악화되었고 그대로 작가로 전향했다. 처음엔 무명이었지만 신문사와 잡지사로부터 수많은 청탁을 받고서야 소설가로 활약할 수 있었다. 주로 사회 정치적 메시지와 인권 문제에 대담하고 비평적인 글쓰기에 힘썼다. 그는 그의 마지막 저서 <정신의 한계>에서 낙관주의적인 세계관을 부정한 글로 생과 함께 마감했다.
맹농아였던 헬렌 켈러는 어린 시절에 폭력적인 면모를 보였으나 가정교사로 있던 설리번의 가르침을 받아 위대한 사회사업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녀의 열성적인 사회운동으로 여성, 노동자 등 소외된 사람들은 용기를 얻게 되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 사회복지 증강에 힘을 보탠 복지사업가들이 대거 탄생하게 되었다. 그녀의 참스승 설리번은 인간성 존중, 대화적 관계를 중시하는 심리치료를 개척, 이후 집단 심리치료, 가족치료 발전에 기여했으며 인본주의 사상을 중시해 심리학계의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성공한 이들은 모두 이 단계에 도달했다. 하지만 진정 성공한 이들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경제적 자유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신약성서 15장 1절부터 15절까지 나온 예수님의 말씀처럼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는 사명을 계시처럼 받들고 발 벗고 나서서 힘든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는 염수정 추기경님의 말씀 따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먼저 사랑하고 배려하길"과 같은 문구를 각인하여 생활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것. 그것이 곧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소파에 앉아 멍히니 천장을 올려다보다 차에서 했던 대모님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집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렴. 앞으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줘. 우린 너흴 돕기 위해 있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