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의 몸에서는 살인진드기라도 달라붙었는지 퀴퀴한 쉰내가 났다. 개목줄에 매달린 채 뒷발로 귀를 계속 긁어대는 걸 보면 뜰에는 분명 진드기 놈들의 놀이터나 다름없을 것이다. 농약을 뿌려야 후련하겠지만, 승산은 더럽혀진 자연의 몫이었다. 해피 같은 개를 키우고 싶었다. 언젠간 꼭 저런 친구를 곁에 둬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게 고양이든 박쥐든 상관없었다. 뭐든 좋았다. 괜한 부러운 마음에 혼잣말이 나와버렸다.
"미래에 살 집에 개가 있다면 분명 행복할 거야."
현관문을 슬며시 닫은 대모님이 맞받아치셨다.
"그건 그렇지. 해피가 있어서 대모님도 정말 다행이더구나."
"역시 그렇죠?"
"그런데 그거 아니? 우리 집에 도둑이 들렀던 거."
화들짝 놀란 내가 대답했다. 멀쩡한 복층 단독주택에 도둑이라니. 대낮에 횡령을 시도한 그 사람은 어지간히도 할 일이없었구나 싶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응, 몇 년 전 일이야. 해피 세 살 때 일이었지, 아마? 여름 새벽에 푹 자고 있었는데 해피가 갑자기 마구 짖는 거야. 대부님은 괜찮다며 그냥 자라고 했는데... 내가 너무 걱정되어서 내려와 보니 아, 글쎄 어떤 사람이랑 싸우고 있더라니까."
개의 일상이라면 피차 다른 개들과 똑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10살의 노견인 해피는 상처를 품고 있는 만큼 단편소설의소재로도 쓰일만한 대서사가 있었다. 돌팔매질을 위한 도움닫기를 위해 뒷다리 새총과 어금니 돌을 장착한 용맹함을 넘어선 작은 기사였다. 검은 다윗이었다. 허공에 대고 짖었던 건 그저 자존심만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신 주인님 근처에 얼씬 말라는 청천벽력의 엄포였다. 일종의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한 해피의 밑그림이었다면 밥 아저씨의 극찬이 시급했다. 녀석의 인생관은 갖가지 복잡한 생각에 가로막힌 인간들과는 격이 남달랐다. '어때요, 참 쉽죠?'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서로 막 싸우다 해피가 도둑 팔을 덥석 물고 놓아주지를 않는 거야. 나는 너무 무서워서 난간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단다."
새벽에 성인 남성을 혼자 상대하던 해피가 상상이 안 갔다. 웬만한 다른 개들보다도 작은 종인 애가 어떻게 필사적으로 그 덩치를 이기려 드는 것일지 의문이었다. 학교에서의 학급생활태도를 보면 인간의 계급은 대충 알 수 있었다. 힘도 세고 무지막지한 성격이라면 제아무리 강한 놈이라 한들 쉽게 덤벼들지 못했다. 오히려 불량한 학생을 옹호하는 집단이 생겨나는 것이 당연했다. 선생님도 그런 아이는 쉽게 건들지 못했다. 유유상종. 그를 배척하는 무리가 오히려 배척당하는 것이다. 해피는 공포를 끝내주게 잘 몰아내는 투포환 선수였다. 대모님은 잠시 숨을 고르셨다.
"나중에 보니 해피 목이 거의 절반이나 잘려 있었더라고. 도둑은 부리나케 도망갔고. 난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빨리 대부님한테 해피가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지 뭐야. 해피... 해피 살리려고 200km를 밟았어. 하하하..."
대모님의 말미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슬프지만 지금은 웃을 수 있는 그런 이야기. 가족의 유대감. 인간과 인간뿐 아니라 반려동물에게서도 나오는 종을 초월한 사랑이 웃음 속에 꽃피어 있었다. 평범한 개처럼 보이는 해피에게서 도저히 나올 수 없을듯한 서사는 없었다. 대모님은 해피가 다치고 난 뒤 몇 개월동안 밥을 거의 안 먹은 이야기와 그 사건 이후로 모르는 사람을 더욱 경계하게 된 전말을 남김없이 들려주셨다.
"하하, 픽션 괜찮은데요?"
"얘는. 해피 목 보고도 못 믿겠니?"
해피는 변함없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꾸지람만 늘어놓고 있었다. 트라우마에 대항하는 어느 슬픈 인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