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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데드 May 07. 2023

총론 [문화와 교양_1부-1]

문화, 교양, 문화교양학

 1) 문화와 교양의 개념     


문화는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현대 서구풍의 편리함을 연상시키지만, 문화재는 고대의 유물˙유적, 민속과 전통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문화’라는 말은 영어 ‘culture‘를 일본이 ‘文化’라고 번역한 것을 광복 후 우리가 그대로 전해 사용한 말이다. 

문화(culture)의 참뜻은 라틴어 ‘Cultura’(경작하다)에서 따온 말이며, 이는 인류가 자연상태에서 먹이를 채취하거나 수렵하는 단계를 벗어나 인위적으로 농경지를 조성하여 농작물을 기르는 데에서 왔다. 따라서 문화는 자연을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변형시키는 것, 또는 변형시킨 것을 의미한다. 즉 "natura(자연)에 인위적인 작용을 가하여 cultura(문화)로 변형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이 문화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시 말해 현재의 상태가 불만족스럽거나 어떤 문제가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방어적 행위,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구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인간은 동물처럼 그저 본능에 의지하며 자연 그대로에 대응애 온 것이 아닌, 직면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고 계산해 가면서 계획을 세워 인위적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며 대응해 온 것이다. 인위적 변형행위로써 문화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적응체계’[베티메거스(B. J. Maggers)]라고 설명할 수 있다. 그는 문화의 중심영역으로서 기술, 경제, 생산 영역에 주목한다. 그러한 삶의 적응과 생존을 위한 인간의 제반·지적·정서적·의지적 노력의 결과물 일체를 문화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학문과 과학은 지적 능력이 이룬 문화영역, 예술은 정서적 능력, 종교는 제도와 관습, 또한 그러한 능력들이 만들어 낸 문화 영역들이다. 그러므로 『원시문화』[에드워드 타일러(E. B. Tylor)]에서는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및 기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라고 정의했다.      


(2) 문화의 성격     


삶의 적응체제로서 문화의 내적 성격은 무엇일까? 인간의 적응과정과 대응방식이 가지는 성격은 무엇일까? 문화는 내적 성격을 드러내는 집단과 그것이 드러나는 시대, 그것이 발생하는 장소에 따라 상이하며, 그에 따라 문화는 내적 성격을 보유한 각 집단의 상황과 전통 및 변화를 반영한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다양한 시대적· 지리적·환경적 조건에 따라 각기 다양한 집단의 다양한 변화를 반영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변화해 간다. 그리고 그러한 집단들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야기한다. 이로서 문화는 역사적, 투쟁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세대 간 지역 간 갈등에서부터 종교, 국가 민족까지 이어진다. 문화담지집단에는 상대성이 성립되며 여기서 지배적 성격과 저항적 성격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적대성은 상대방에 대한 지배의 달성을 목표로 한다.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등장에 따른 무역전쟁, 세계적인 금융 지배, 문화식민주의의 움직임은 문화의 지배적 측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비슷한 시기에 뉴미디어와 멀티미디어, 인터넷이 포진되면서 지배력 확장은 점차 시대를 물들이고 있다. 그 배후에는 자본주의의 효율지상주의가 작동원리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요컨대 문화는 각 집단의 삶의 보존과 이익과 관련한 가치 규범 신화 상징 정보 등을 내포하면서 미디어를 통해 대중문화의 이름으로 대량복제 내지 확산되어 집단 내적으로 다양한 사회계층 간의 자원 권력 위신 등의 배분 즉 사회구조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집단 외적으로 배타적 지배력의 확산과 강화에 기여한다. 강대국의 문화적 지배의 강요는 문화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민족적 정체성, 전통 및 토착문화에 눈을 뜨게 하는 전기가 되기도 했다. 저항문화의 강화는 지배문화에 대한 배타성을 함께 강화한다는 부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인류문화의 창조적 다양성을 보존하고 세계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개인주의적 배타성이 문화의 본질로서 늘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기적 개인주의의 역사가 이 시대의 지배 이념이 된 것은 5천 년 전 인류문명사에서 200년을 채 넘지 않는다. 고대사회의 적응체계를 되돌아보면, 집단적인 공동체 의식과 자연에 대한 순응, 협동적 인간관계가 중심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의 삶의 적응체계로서 문화는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늘 열려 있다는 것이다.      


(3) 교양의 계념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의 형성을 위해서는 문화 형성 주체들의 창조적인 능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필요하다. 문화의 개념과 맞물려서 ‘교양’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지점이다. 인간 삶의 적응체계가 문화이고 그러한 문화가 바람직하게 형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문화 형성 주체들의 창조적 능력이라면, 그러한 창조적 능력이 곧 '교양'인 것이다. 교양이라는 개념 역시 문화의 어원인 Cultura에서 나왔다. 문화와 교양은 의미상 같은 계념이다. 문화는 직접적으로 인간 삶의 적응을 위한 체계로서 드러난 것,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 만들어 낸 내 외적 유 무형의 형상물을 의미한다면, 교양이란 그러한 문화를 바람직하게 형성해 내는 내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두 개념을 정리하여 설명하자면 문화는 외적인 측면의 Cultura, 교양은 내적인 측면의 Cultura라고 할 수 있다. 독일어에서 교양을 나타내는 말이 bildung이며 '형성'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교양은 스스로를 가치 있는 것으로 잘 변화시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따라서 둘의 의미는 같은 맥에서의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교양은 엘리트의 역할이 강조되었던 로마시대의 문화보다 조금 앞서 등장했으며, 여기서는 교양교육이 자신의 계발과 사회의 개선을 위하여 인간의 타고난 정신적이고 감각적인 능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책임 있는 사회지도자를 위한 필수적인 프로그램으로 중시된 바 있다. 교양교육을 강조한 키케로(B.C 103.01.03 ~ B.C 42.12.07))가 교양을 일컬여 Cultura animi(영혼의 경작)라고 표현한 것은 문화 및 교양의 개념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양은 스스로 끊임없이 사람다운 삶의 가치를 형성해 가는 내면의 힘이자, 나와 이웃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깨닫고 발현해 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따라서 교양은 사람다움에 대한 반성적이면서 체계적인 이해를 통해 사람다운 삶의 가치를 지향하고자 하는 인문학의 정신근본에서 하나가 된다.      


(4) 생존의 문제로서 문화와 교양     


기술은 늘 새롭게 발달하고 효율은 높아져 가지만, 개인은 그 속에서 끊임없이 소모되고 쇠락한다. 자연적 숙성은 포도주 가격에 도움이 될 뿐 경쟁적 삶의 어디에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 효율 지상주의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을 가져왔고, 현대사회의 인간수명은 그러한 과학적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80~90세까지 늘어났다. 오늘날 경쟁사회에서 대다수 직장인들은 50세를 전후하여 경쟁력을 잃고 거리로 내몰린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행복으로 알았던 사람일수록 노후에는 더욱 심각한 열패감에 내몰릴 것이다. 일찍이 지는 것도 받아들일 줄 알고, 나아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는 태도를 습관화시키는 것이 불행의식에 빠질 위험을 줄여주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된다. 

만약 돈과 명예와 권력 이외에 세상을 구성하는 수많은 아름다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삶과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다시금 고칠 확률이 높다. 이는 경쟁력 위주의 실학(실제의 참된 학문 / 實學)이 아닌, 인문학의 허학(유교에서 공리공론(空理空論)에 기초한 헛된 학문/ 虛學)으로부터 얻어진다. 문화와 교양, 인문학은 스스로를 보존하는 생존의 문제이자 사람다운 삶을 위한 필수조건적 도구이다.  


이정호 외,『문화와 교양』, 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2018.1.25, p3~p10 (참고 및 요약)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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