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이야기
나는 부산 서구의 어느 고아원에 살고 있었다. 그곳은 지형적으로 산과 가까웠으며 경사가 상당히 높았기에 오르내리기 힘들 뿐만 아니라 차가 없으면 다니기 불편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거리가 익숙해 높은 경사의 아찔한 높이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체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평지 몇 걸음에도 금방 지쳐버리므로 꾸준한 관리와 습관이 필요했다.
우리 고아원의 창설자이신 아버지 신부님은 수많은 수녀님들과 재소자인 학생들에게 강조하기를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음을 세습된 교육을 통해 일깨워주신 아버지 신부님은 학생들이 규율을 어길 때마다 강한 훈육을 하셨는데, 이것에 깊은 뜻이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나태한 습관은 게으름을 낳고, 게으른 습관은 몰락과 타락의 굴레에서 무한한 번복을 유도한다. 나는 정신이 비로소 나태해질 때마다 아버지 신부님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러면 안 돼, 정신 차려야지.' '이보다 더 나아질 수 있어.' '나쁜 행동은 안 돼.'
처음엔 검지와 중지를 붙여 손목을 때리거나 스스로의 뺨을 쳤다. 훗날엔 두 손으로 거울을 짚고 가만히 바라보며 소리쳤다."너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잖아!" "왜 그렇게 했어!?" "꼭 그래야만 했니?"
거울을 향한 채찍질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나는 서서히 스스로를 옥죄기 시작했다. 나는 나를 참되게 교육하느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초점과 판단과 사고가 흐려져 모두 옳게 돌아가는 것으로 여겼다.
신부님의 올바른 교육 취지와 다르게 학교는 신부님을 잃은 후 신생 권력이 필요했다. 상급자(선임)는 권력이 주어져 개중 압도적인 특권인 폭력이 하나의 교육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변질된 교육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게 되었고, 충동성 강한 사춘기 아이들을 무력으로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관리자들은 선임의 폭력을 빌미로 대부분의 폭동과 난동을 잠재웠다. 금품갈취 및 기물파손으로 죄가 큰 아이들은 외부촌에서 벌칙을 강행했다. 더 심한 경우는 강제전학을 보내는 것이다. 전학을 간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눈 바 그들은 버림받아 온 곳에서 또 다른 버림을,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라고 했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감정을 아마 그 당시 처음 느꼈다고 한다.
어떠한 집단을 가던 비슷한 현상은 재발한다. 다수의 평화를 위해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실리주의의 대죄목이 된다는 경계는 하지 않는 걸까. 이것을 도태라 말하고 암묵적인 제명이라고 한다면, 자체적으로 새로운 명제를 세워 이탈위험자를 잠시 격리시켜 그들의 태도를 올바르도록 점진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더 유리하지 않은가.
나는 그들의 폭력을 견디며 눈물대신 이를 악물고 칼날을 벼렸다. 해가 내리쬐는 고목나무 볕뉘 아래서 매일 개미를 좇아다닌 것도 나쁜 것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든 도피하고 버티고, 멍청한 척, 순진한 척하기 바빴다. 전학을 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했다고 무시를, 자신들과 다른 모습에 경멸과 멸시를...
조금 다른 게 제거대상이 되고 척결하지 하지 않으면 집단이 위험하게 된다. 나는 사랑을 많이 받은 기억도 있지만 폭력이 계획적으로 이용되었다는 사실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또한 그들의 최선이었음을 알기에 하나의 역사로 기억할 것이다.
후대에게로 과거의 오착을 알리기 위해서 좋은 역사, 나쁜 역사를 고루 알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선택하고, 어떤 것이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득을 줄 것인지 스스로 깨우칠 필요가 있다. 아버지 신부님의 드넓은 사랑은 후세대인 나와 동년배들, 그 후배의 후배에게도 가닿았다.
자욱한 선홍색의 햇빛이 하늘에 깔려있고, 칼로 벼린 씨앗 속의 나.
구겨진 속은 피로, 영혼에 가뭄이 들었지만 봐.
어느새 새싹이 자라고 있어.
저게 자라 나무가 되어 열매를 맺고, 사람들은 그것을 베어 물지.
입꼬리에 피를 흘리며 웃는 다양한 얼굴들, 난 그게 너무 보고 싶어.
그런데 나는 이미 그대들 위에 있네.
계속 자라나자, 또 다시 살아남자.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