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기(1) 공부 잘해야 된다

타인의 인정에 기대어 시작된 나의 생존기

by 도민하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방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원이라고는 인적 자원뿐인 나라이다 보니,

개인의 여유나 개성보다는

성과나 성취를 우선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 문화 특유의

또래 집단 내의 비교와

보이지 않는 서열 나누기 같은 것이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사지로 내모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할 겁니다.


저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 좁은 땅에서 살아남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생존 본능은

의외로 어렸을 때부터 발현되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타인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고민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통해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그 질문 속에서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진짜 내 모습을 가린 채 살아갔습니다.


훌륭한 사람, 착한 아이,

말 잘 듣는 아이가 되는 것이

저의 생존에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진짜 내 모습을 가리고

열심히 가짜 모습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들.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공부 잘해야 된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라"

"공부 잘해서 돈 많이 벌어라"


왜 그 당시 어른들, 어르신들은

그렇게 공부를 잘하라고 강조했을까요?

어쩌면 그것이 유일하게 믿을 만한

생존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수도 없이 들은 말이

제 안에 뿌리 깊이 내려앉아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수학을 못해서 단순한 계산도 손으로 하고,

그마저도 몇 개는 틀리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3월 시험 성적.

국어는 80점, 수학은 65점.


부모님은 내심 걱정이셨던 걸까요?

초등학교 3학년 때 보습학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영어와 수학을 배웠는데,

그다지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학원을 빼먹거나

숙제를 안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초등학교 고학년, 6학년쯤 되니까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중학생이 되어

첫 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든 날!


가족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주 놀랄만한 일이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