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기(4) 현실을 마주하다

배치고사가 알려준 냉혹한 현실

by 도민하

3월 본격적인 첫 학기가 시작되기 전,

2월에 수준별 학습을 위한 배치고사를 보았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그동안 배운 내용을 복습하긴 했지만,

이미 자율형 사립고 합격증을 손에 쥐고 있다는 여유로움,

그리고 배치고사가 내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안일함 때문에

공부에 큰 열정을 쏟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배치고사 당일!


수학 문제를 푸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손을 댈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도 제한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어떻게든 빈칸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비록 말도 안되는 논리였지만

어찌저찌 문제를 다 풀었습니다.


영어 문제를 풀 때도

너무 글씨가 빼곡한데다

문장 길이도 너무 길어서

뒤의 문장을 해석하다가

앞 문장 내용을 잊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읽었던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보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너무 어려워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울지 않고 꿋꿋하게 문제를 풀었습니다.


시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고,

힘이 빠진 몸으로, 멍한 상태로 집에 도착했습니다.




가족들은 저를 애써서 위로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가족들의 위로는

허공에 퍼지는 연기같았습니다.

아무것도 제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서 배치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그 당시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그동안에는 아무리 못하더라도

상위 10% 정도의 결과는 얻었던 것 같은데,

배치고사 결과를 보니

영어와 수학 모두

전체 400명 중에 200등 내외였습니다.


그래서 A반, B반, C반 중

가까스로 B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제가 참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공부에 재능이 있으면서 노력까지 많이 하는

대단한 친구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배치고사 결과를 보고

참 많이 울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배치고사를 치르던

그때 그 실력으로 쭉 가다가는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습니다.


그렇게 절치부심을 하고

3월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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