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기(5) 잠은 죽어서 자는거야

목표를 향해 몸을 갈아 넣던 그때의 나

by 도민하

이런저런 일을 겪고, 춥디 추운 3월을 맞이 했습니다.

배치고사의 여파 때문이었을까요.

그해 3월은 유독 더 차갑게만 느껴졌습니다.


배치고사에서 느낀 패배감은 아직도 생생했습니다.

그 상태로는 내가 원하는 목표,

SKY에 닿을 수 없다는 불안감이 짙게 드리웠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재능 있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적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그들이 쉬는 시간에 나는 달려야 한다.’


그들이 밥을 먹는 시간, 잠을 자는 시간을

저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10일쯤 그렇게 달렸을까요.

3월 첫 모의고사가 다가왔습니다.


그때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모의고사 성적을

전부 공개적으로 벽에 붙여두곤 했습니다.

잔인하죠.


다행히 저희 반 담임 선생님은

감수성이 풍부한 분이셔서

10등 이하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 성적은 딱 10등. 턱걸이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 학년은 13개 반이 있었으니,

대략 전체 130등 정도.

200등 언저리였던 배치고사 때와 비교하면

꽤 올라온 셈이었습니다.


성과가 눈에 보이니,

그게 또 제겐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좋아, 이번에는 더 올라갈 수 있겠다.’




다음 목표는 4월 중간고사였습니다.

100등, 아니 50등까지 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잠을 줄이고, 밥 먹는 시간을 아껴가며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공부했습니다.

밥 먹고 나서 잠깐 쉬는 그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지자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기숙사에서 새벽 6시 30분 기상 알람이 울리면,

밤을 꼬박 새운 채 그 소리를 듣고는

‘아, 이제 나만의 시간이 끝났구나.’

허탈감이 몰려오곤 했습니다.




그렇게 철인처럼 살다 보니

어느새 몸무게가 10kg 가까이 빠졌습니다.


햇살이 따뜻하게 드는 오후,

피곤함을 이길 수 없어 코를 훔쳤는데

코피가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그것도 양쪽에서.


휴지로 코를 막고는

졸음을 이기기 위해 일어서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버티면

조금은 덜 졸렸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4월 중순

대망의 중간고사가 되었습니다.

펜을 쥔 손끝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교실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습니다.


긴 숨을 내쉬며, 저는 시험지를 받아들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시험대 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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