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끝, 불 꺼진 약국에서

조용히 나 자신을 닦아내는 시간

by 도민하

문 닫는 시간은 언제나 조금 쓸쓸합니다.

하루 종일 켜져 있던 형광등을 끄면,

약국 안은 금세 고요에 잠깁니다.


낮에는 그토록 많은 말과 발걸음이 오가던 공간인데,

불이 꺼지고 나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적막이 찾아옵니다.

그제야 비로소 저는 제 숨소리를 듣습니다.


오늘도 여러 얼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감기에 걸린 아이, 밤새 잠을 못 잔 어머니,

그리고 이유 없이 화를 쏟아내고 간 손님까지.

모두 각자의 사정을 품은 채 약국을 나섰습니다.


그들의 하루가 제 카운터 위에,

빈 약봉지 사이에, 계산대 영수증 틈에

조용히 쌓여 있습니다.


저는 그걸 하나씩 정리하면서

내 안의 먼지도 함께 닦아냅니다.

오늘 내 마음에 남은 불쾌감, 미안함, 피로 같은 것들요.




불 꺼진 약국은 어쩌면 제 마음의 거울 같습니다.

낮 동안의 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적막 속에서

나는 오늘을 반추하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이 시간이 참 좋아졌습니다.

일이 끝난 후의 고요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도의 시간처럼 느껴지거든요.


형광등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제 마음의 그림자를

어둠 속에서는 조금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다짐합니다.


오늘도 잘 견뎠다고,

내일은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보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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