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질 때쯤이면, 떠나는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도 마음에 남을 때가 있다

by 도민하

약국에 있다 보면, 참 많은 얼굴을 봅니다.

손님도 그렇지만, 거래처 직원들도 그렇습니다.


언제나 처음엔 낯설죠.

명함을 건네며 인사하고,

어색하게 미소를 주고받습니다.


그러다 몇 번 마주치다 보면,

요즘 날씨 얘기도 하고,

서로 힘듦 배틀(?)을 하기도 합니다.


"국장님, 요즘 어떠신가요?"

"아, 너무 힘드네요."

"그러시죠? 저도 죽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익숙해졌다고 느낄 때쯤

오늘은 무슨 얘기를 할까 싶어서 보면


“다름이 아니고.. 이번 주까지만 일하게 됐어요.”

“다른 지역으로 발령받았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사를 남기고

그분은 떠납니다.

그다음 주엔 새 얼굴이 들어옵니다.



영업직은 참 고된 일입니다.

하루 종일 운전하고, 거래처를 돌고,

웃는 얼굴로 응대해야 하죠.

그걸 알기에, 정들만 하면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왠지 짠하게 느껴집니다.


짧은 인연이지만,

그 안에도 작은 정이 스며듭니다.

“오늘도 힘드셨죠?”

먼저 안부를 물으며 웃어주던 얼굴이

며칠은 마음에 남습니다.


약국 문을 닫고 나면 생각합니다.

이렇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어쩌면 제 하루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게 아닐까, 하고요.


정이 든다는 건,

결국 마음을 내어줬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떠나도, 그 온기가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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