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면, 나의 그때가 떠오른다

지나간 시절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

by 도민하

약국 문을 열면,

하루에도 여러 얼굴이 다녀갑니다.


그중에서도,

두꺼운 수능 문제집을 들고

감기약이나 인공눈물을 사러 오는

고등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이상해집니다.


“시험이 코앞이라 잠을 줄이고 공부해요.”

“잠 깨려고 인공눈물 좀 사려구요.”


그 말 한마디에,

그 시절의 제가 겹쳐 보입니다.


책상 위에는 문제집이 쌓이고,

그 사이에 놓인 커피잔엔

밤새워 흐린 흔적이 남아있던,

그때의 저 말이에요.




그 시절의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불안과 싸웠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혹시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더 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쉬는 게 죄책감처럼 느껴졌고,

아픈 몸을 이끌고서도

책상 앞에 앉아 있었죠.


이제는 약국 안에서

그 시절의 저 같은 아이들을 마주합니다.

그들의 눈 밑엔 다크서클이 내려앉고,

손에는 따뜻한 음료 대신

에너지 드링크와 감기약 봉지가 들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래서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응원의 한 마디 더 얹어주게 됩니다.


그 아이들이 떠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때의 나도,

누군가 이렇게 따뜻하게

내 마음을 알아봐줬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그 시절을 지나온 내가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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