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양화대교'가 있다

도시의 불빛 사이에서, 나의 시간을 기억하다

by 도민하

며칠 전, 옆 카페에서 가수 자이언티의 '씨스루' 흘러나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라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10년 전,

'양화대교'를 즐겨 듣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 가수에게 ‘양화대교’가 특별한 도로라면,

나에게는 어떤 도로가 그런 의미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이 짧아지고 퇴근길이 어두워지던 어느 날,

내부순환로 위의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다가 깨달았습니다.


나에게 ‘양화대교’는 ‘내부순환로’였구나.




서울에 온 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조금 있으면,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

제 인생의 절반을 넘어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굳이 말하지 않으면

서울 토박이로 아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에게 서울말은 제2외국어 같아요.

같은 말을 해도, 어딘가 리듬이 다르고,

그 차이를 배워가며 살았습니다.


‘서울로 유학 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삶의 속도, 사람들의 표정, 관계의 거리감까지

모두 달랐습니다.

그래서 서울은 같은 나라 안의 또 다른 나라 같았습니다.


처음 이곳에서 살아남았다는 자부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서울다움’을 느낀 날,

처음으로 내부순환로를 탔던 밤이었죠.


복잡하게 얽힌 도로 위로

빛줄기처럼 이어진 자동차 행렬과

칠흙 같은 어둠을 가르는 가로등의 불빛들.


그 풍경 속에서,

어릴 적부터 TV로만 보던 ‘서울’의 이미지가

눈앞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던 그 순간,

저는 비로소 서울에 ‘입성’했다는 실감을 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강렬해서인지

지금도 내부순환로를 타면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혼자였고,

지금은 가족이 함께라는 것.


이제는 혼자서 살아남는 도시가 아니라,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삶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가끔 내부순환로의 불빛을 보면,

그 위로 지나온 시간들이 겹쳐집니다.

설렘과 두려움, 외로움과 뿌듯함,

그리고 지금의 평온까지.


그 모든 감정이 섞여서

조용히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그때 즐겨 들었던 노래 가사처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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