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창 너머로 스쳐가는 삶들에 대하여
약국에 서 있다 보면 매일같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사는 게 참 쉽지 않구나.
그리고 그럼에도 다들 참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구나.
어떤 분은 감기약을 사러 왔다가
카드 승인 문자를 한참 바라보다
천천히 돌아가십니다.
“이번 달은 정말 아껴 써야 하는데…”
혼잣말처럼 흘리시던 그 목소리가
하루 종일 마음에 남습니다.
어떤 분은 무릎 통증이 심해 걸음도 불편한데
“괜찮아, 괜찮아. 아직은 걸어야지.”
스스로에게 말하듯 중얼거리며
약 봉투를 꼭 쥐고 돌아가십니다.
그 뒷모습에서
어떤 삶의 무게가 오래 서려 있는 듯합니다.
어떤 분은 약값보다 더 힘겨워 보였습니다.
“요즘 잠이 안 와요.
이상하게 모든 게 버겁네요…”
말 끝이 흐려지는데
그 작은 흔들림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숨어 있을지
굳이 다 알 수는 없어도
가슴 한쪽이 뻐근해집니다.
약국은 그런 곳입니다.
누구나 잠시 스쳐 지나가지만
그 잠깐 사이에
사람들의 지친 하루가
문틈처럼 드러나는 곳.
누구에게는 ‘진통제 하나 주세요’라는 짧은 말이
사실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내민 마지막 도움의 손일 때도 있습니다.
또 누구에게는
“어제보다 좀 낫네요”라는 말 한 마디가
살아낼 힘을 다시 가져다주는 순간이 되기도 하죠.
저 역시 그 모든 순간 앞에서 깨닫습니다.
사는 게 쉽지 않은 건 나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모두가 티 나지 않는 곳에서
자기 몫의 무게를 조용히 견디고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약 봉투를 건네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빌어봅니다.
“부디, 조금만 더 가벼워지기를.”
“부디,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덜 아프기를.”
약국을 열고 서 있는 이 자리는
제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자리인 동시에,
사람들로부터 삶을 배우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오늘도 약국에서,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