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쩌면 게임일지도 모르겠어요

사주보다 중요한 것에 대하여

by 도민하

어렸을 때 RPG 게임 많이 하셨나요?

저는 아주 어릴 때는 게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20대가 되어서 한동안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을 꽤 열심히 한 적이 있어요.


제 기억 속의 메이플스토리는

귀여운 버섯 몬스터와 슬라임이 나오는

아기자기한 게임이었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다른 세계더군요.


여러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하고,

수많은 퀘스트와 모험을 거쳐

마지막에는 ‘검은 마법사’를 물리치는 이야기.

직업의 종류도 워낙 많아서

인터넷을 뒤져 어떤 직업이 좋은지 찾아보고,

고민 끝에 하나를 선택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임 속 직업을 보면

각자 타고난 스테이터스가 다릅니다.

전사는 힘이 강하고,

마법사는 지력이 높은 것처럼요.


저는 이게 게임에서만 적용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종에 속해 있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치가 제각각이잖아요.

그중 유독 두드러지는 특질을

우리는 ‘재능’이나 ‘달란트’라고 부르죠.


이 재능은 살면서 바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획일화된 교육 환경 속에서는

끝내 발견되지 못한 채 지나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주를 자주 참고했습니다.

사주가 내 타고난 스테이터스를 알려주는

일종의 나침반 같다고 느꼈거든요.


예전에는 사주를 볼 때

요행이나 기복을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귀인이나 길성이 있다고 하면 괜히 마음이 놓이고,

좋은 운이 들어온다고 하면

인생이 알아서 술술 풀릴 것처럼 기대했죠.


삶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이건 OO살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하고 핑계를 대기도 했고,

어떤 연예인이 큰 성공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 사람의 사주를 분석한 글을 찾아보며

“사주 구성이 좋아서 그렇구나” 하고

모든 이유를 사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같은 사주를 가졌다고 해서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유명인과 똑같은 사주를 가진 사람도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주는 단지 기본 스테이터스일 뿐이라는 결론에 닿았습니다.

진짜 삶의 차이를 만드는 건

각자가 어떤 스킬트리를 선택했고,

그 스킬을 얼마나, 어떻게 연마했느냐더군요.


생각보다 ‘노력’이라는 변수는

삶의 성취도를 가르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그저 오래 앉아 있는 인내심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노력했는지,

얼마나 밀도 있게 시간을 썼는지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같은 스테이터스로 시작했어도

누군가는 공격 스킬을 키우고,

누군가는 회복 스킬을 키웁니다.

누군가는 중간에 게임을 포기하고,

누군가는 레벨이 더디더라도 끝까지 남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왜 나는 저 사람과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를 묻기보다

“나는 지금 어떤 스킬을 키우고 있는가”를

조용히 돌아보게 됩니다.


인생이 정말 게임이라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위안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스킬 포인트는 여전히 쌓이고 있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