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학교를 벗어나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 이후로
시간이 참 빨리 갑니다.
참 신기한 건, 하루하루는 밀도가 높은데
일주일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다는 점입니다.
매일 새로운 환자, 새로운 사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지내다 보니
그날그날은 시간이 잘 가지 않는 것 같은데,
뒤돌아서면 벌써 보름이 지났고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 있습니다.
2026년도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조금 있으면 입춘이 오고,
또 조금 지나면 3월, 6월, 9월,
그리고 어느새 12월이 되겠지요.
이렇게 매일을 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정말 흘러가는 대로만
살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집에 가는 길에
조금 오래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그리고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그로부터 5년 뒤의 나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2025년 기준으로 5년 전인 2020년,
그때의 저는 약학대학에 입학했고,
2020년 기준으로 5년 전인 2015년의 저는
서울에 있는 K 대학에 입학해 있었습니다.
2015년의 저는
2020년의 제가 약학대학에 입학할 거라는 것도,
2019년에 아버지를 떠나보내게 될 거라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2020년의 제가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가 있을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지요.
2020년의 저는
2025년의 제가 약국장이 되어 있을 거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고요.
이렇게 돌아보니
삶은 늘 예측 밖에서 흘러왔습니다.
그래서 2025년의 저는
2030년의 제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해봅니다.
2030년의 저는
2025년의 저를 돌아보며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 할까요.
브런치 작가 심사에 지원했던 그 날을
“잘했어”라고 말해주고 있을까요.
2026년부터 노래를 배우기 시작한 선택을
“참 용기 있었어”라고 기억해 줄까요.
아니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금 더 귀하게 여기라고
조용히 말해주고 있을까요.
정답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합니다.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흘려보낸 시간보다
지금의 내가 마음을 들여 살아낸 순간들을
더 오래 기억하고 있을 거라는 것.
그래서 오늘도 저는
아주 거창하지 않더라도,
조금은 의식적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5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떠올렸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너무 아프지 않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