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는 중입니다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던 날의 한가운데서

by 도민하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딱히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마음 한구석에서 “잠깐만” 하고 손을 내미는 날이요.


그동안은 이런 날이 오면

‘왜 이러지?’ 하고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컨디션 때문인가,

최근에 들은 말 때문인가,

혹시 내가 게을러진 건 아닐까 하고요.




그런데 요즘은

굳이 이유를 붙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멈춰 서는 날에는

멈춰 설 만한 이유가 이미 충분하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거든요.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과

잘 살고 있다는 말은

꼭 같은 뜻은 아니라는 것도요.


하루하루를 빠짐없이 채워왔고,

해야 할 일은 해냈고,

남들 보기엔 성실한 삶이었을지 몰라도

정작 내 마음은

제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멈춰 서는 날에는

괜히 평소보다 말수가 줄어들고,

괜히 창밖을 오래 보게 됩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자기 자리를 다시 찾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저는

이런 날을 참 못 견뎌했습니다.

멈추는 건 뒤처지는 것 같았고,

쉬는 건 나약해 보였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알겠습니다.

멈춰 서는 날은

포기하는 날이 아니라

다시 나를 정렬하는 날이라는 걸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문득 멈춰 서게 되는 날이 있다면,

그건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는 증거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느리게 걷기로 합니다.

조금 덜 해내고,

조금 더 나를 살피면서요.


다시 걷게 될 날을 위해

지금은 잠시,

여기서 숨을 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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