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홀씨같은 삶

목적지를 모르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소풍

by 도민하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지금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어릴 때는 늘 목적지가 있었습니다.

좋은 성적,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지도에 찍힌 목적지를 향해

곧은 길을 걸어가면 된다고 믿었지요.


그래서 늘 바빴고,

늘 계산했고,

늘 결과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여기까지 오고 보니

삶은 생각보다 직선이 아니었습니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기도 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당황하거나, 좌절하거나,

혹은 마지못해 방향을 틉니다.


그러다 문득

민들레 홀씨를 떠올렸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지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날아가는 작은 씨앗.


그 홀씨는

“왜 나는 저기 떨어지지 못했을까”

“왜 바람이 나를 이리로 데려왔을까”

계산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내려앉은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기만의 노란 꽃을 피워낼 뿐이겠지요.




생각해보면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날그날 바람을 타고 흘러갑니다.

어떤 만남은 계획에 없었고,

어떤 이별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살아냅니다.


목적지를 모른다는 건

불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정해진 결말이 없다면

오늘의 선택이 더 소중해지고,

지금 마주한 사람과의 시간이

더 선명해지니까요.


삶을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대할 때는

늘 결과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소풍처럼 생각하면

과정이 더 중요해집니다.


돗자리를 어디에 펼칠지 몰라도,

도시락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날의 하늘과 바람을 느끼는 순간이

이미 충분히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내 삶을 조금 덜 통제하려고 합니다.

모든 걸 계획하고

모든 걸 대비하려 애쓰기보다,

흐름 속에서 내려앉을 자리를

차분히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민들레 홀씨처럼.


어디에 닿을지 몰라도,

어떤 꽃을 피울지 몰라도,

그 자체로 가볍고 단단하게.


목적지를 모르는 이 소풍이

그래서 더 아름답다고

오늘은 믿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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