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군자란이 핍니다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요

by 도민하

제 약국 한켠에는

군자란 화분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단골 손님께서 “약국에 두면 좋을 것 같아요.” 하며

분양해주신 화분입니다.


처음 들여놓을 때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푸른 잎이 공간을 조금 덜 삭막하게 만들어주겠거니,

그 정도의 마음이었지요.


그런데 작년 봄,

두 포기 중 한 포기에서

조용히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두툼한 잎 사이를 비집고

주황빛 봉오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괜히 몇 번이나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꽃이 피고 나서는

약국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예쁨을 독차지했습니다.


“아이고, 꽃이 참 곱네.”

“이 집은 꽃도 잘 피우네.”


그 한마디 한마디에

저도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제가 피운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까워지자

그렇게 화사하던 꽃들은

하나둘씩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치우며

‘내년에도 다시 피어줄까?’

괜히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두 포기 중 하나만 피었으니

다음 해에는 다른 한 포기에서 피려나,

아니면 올해는 쉬어가려나.


군자란의 마음을 알 수 없으니

궁금함은 잠시 접어두고

계절을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2026년 2월 중순,

정신없이 겨울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문득 보니

두 포기 모두에서 꽃대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한 포기만 피었는데,

올해는 두 포기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에

한동안 그 앞에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는 듯,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더 단단하게

올라오는 꽃대가 참 고마웠습니다.




생각해보니 삶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떤 해에는

한 가지만 피어도 감사하고,

어떤 해에는

조용히 쉬어가는 시간도 있습니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뿌리가 사라진 건 아니겠지요.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조용히 힘을 기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군자란 두 포기가 나란히 꽃을 피운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그래, 나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 시간을

잘 지나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지.’


2026년이 어떤 해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작년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올해도 군자란이 핍니다.

작년보다 더 풍성하고,

조용하지만 분명하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민들레 홀씨같은 삶